유학생 일기 6
내가 이런 주제로 글을 쓰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오늘 학교에서 총기 사건이 일어났다.
오후 1시 30분 수업이 있어서 집을 나서던 도중 학교에서 안전 문자가 도착했다. "Armed, dangerous person on or near campus. Go inside now; avoid windows." 번역하자면, 무장한 위험한 사람이 캠퍼스 내 또는 캠퍼스 근처에 있으니 즉시 실내로 들어가고 창문 주변을 피하라는 거다.
문자를 받고 상황 판단이 잘 되지 않았다. 진짜 심각한 건가?
석사 과정 동안 살던 볼티모어는 미국에서도 치안이 안 좋기로 손에 꼽히는 도시이다. 박사 과정을 시작한 이곳은 치안이 좋기로 손에 꼽히는 곳이고. 범죄에 관련된 알림을 보내주는 'Citizen'이라는 앱이 있다. 지난 2년 동안 살던 곳은 범죄가 잦았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서 나와 내 친구들은 해당 어플을 이용해 최대한 위험한 사건들을 피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하도 알림이 자주 울려 나중에는 Citizen에서 보내는 알림을 확인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곳에서 2년을 살다 보니 해당 상황이 진짜 심각한 것인지 상황판단이 잘 되지 않았다. 학교에 있는 친구들과 이야기해 보니 학교에서는 교실 내로 대피하여 문을 잠그고 창문을 잠그는 등 아주 심각한 상황인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왔다.
곧이어 학교에서 다시 한번, 실내에 있으라는 알림을 보내주었고 해당 알림은 수십 분 간격으로 지속되었다. 총기 사건은 화학과 건물에서 일어났는데, 그때 해당 건물의 맞은편에서 숨어있던 친구가 총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사건이 화학과 건물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으니 조심하라고.
학교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너무 무섭고 슬펐다.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한편으론, 여러 친구들의 안위를 확인하고 그들이 무사함에 안심했다. 여러 단톡방에서는 현재 상황 및 피해 상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메시지가 속속들이 도착했고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알 수 없었다. 중간에 범인을 잡았다는 정보도 있었는데, 잘못된 사람을 잡아서 아직 범인이 잡히지 않았다고도 하고 정말 혼란스럽고 무서웠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범인의 인상착의가 공유되었다. 9mm 구경의 총을 소지한 회색 상의의 아시아계 남성.
나는 학교 근처의 주택에서 거주하는데 혹시 범인이 이 주변으로 도망쳤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도 들고 무섭고 불안했다. 불안한 맘으로 거실로 나가니 룸메이트 L이 나와있었다. 불안해서 거실에서 공부하려고 나와있었다고, 누가 지나가지는 않는지 창밖을 괜히 확인하고 있었다고 했다. 나도 내 방에 들어가 노트북을 들고 나왔다. 화면은 켜져 있는데 우리 둘 중 누구도 집중을 하지 못했다. 그냥 맘이 너무 불안하고 슬펐다.
시간이 좀 더 흐르고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사건이 종결되었다는 알림은 아직 받지 못해서 계속 불안한 맘이 들었다.
시간이 좀 더 흘렀을 때, 드디어 학교로부터 사건이 종결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을 수 있었다. 안심이 되었다. 얼마 후, 학교에서 lock down을 겪고 있었던 또 다른 룸메이트도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
우리 셋 모두가 안전한 것에 감사하며 우리는 저녁을 먹고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 너무 놀랐기 때문에 더 이상 무언갈 할 수가 없었다. 학교로부터 교수님 한 분이 이 사건으로 인해 돌아가셨고 내일까지 학교에서 진행되는 모든 수업은 취소된다는 안내문을 받았다.
학교는 모두가 각자 다른 열정과 꿈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안전한 공간이라는 당연한 믿음이 있었는데, 그 믿음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리는 사건이었던 거 같다. 내가 공부하고 있는 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정말 충격적이고 많이 슬픈 마음이 든다. 그것도 치안이 정말 좋다고 생각한 지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미국에 오랫동안 거주한 한국인 친구 M이 이야기했다. 치안과 총기 소지는 별개라고. 무슨 일이 있으면 곧바로 실내로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 숨어야 한다고. 실제로 미국 정부는 Run(도망가고), Hide(숨고), Fight(싸우고. 이건 마지막 수단이다.)을 총기 사건을 대응하는 전략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해당 링크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https://www.fbi.gov/video-repository/run-hide-fight-092120.mp4/view) 그걸 실제 상황에서 실천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 정말 슬프고 무섭다.
이제 학기가 막 시작되었는데 어떻게 학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을까?
부디 미국이 이러한 총기 사건으로부터 좀 더 안전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