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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콜

한 편의 영화

감독 :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I  각본 : 패트릭 네스  I  개봉일 : 2016. 09. 10


  수많은 영화를 보고, 좋아하고, 애정하지만 '몬스터 콜(A Monster Calls)'은 몇 번을 다시 감상해도 한결같이 따뜻하고 복합적인 감상을 선물해주는 영화예요. 개인적으로 '몬스터 콜'을 보고 '죽기 전 이토록 진솔하고 깊이있는 울림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꿈꾸기 시작했지요.




  당연한 사실을 새삼스레 짚어보자면, 삶을 살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은 모두 '죽음'이라는 키워드를 마주할 때도 똑같이 느낄 수 있는 감정들입니다. 단 하나의 감정도 빠짐없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삶 또는 일상을 살며 우리가 보편적으로 느끼는 감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문득 영화 '인사이드 아웃'이 떠오르는데요. '인사이드 아웃'에서는 다섯 가지 기본 감정으로 '기쁨, 슬픔, 분노, 소심, 까칠'이 등장하죠. 이외에도 저는 '행복, 고마움, 사랑, 귀찮음, 피곤함, 혼란, 외로움, 두려움, 무력함, 우울, 죄책감, 수치심…' 많은 감정을 느끼며 하루를 살아내 듯 한데, 여러분들은 어떠신지요?


'삶을 살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은 모두 '죽음'이라는 키워드를 마주할 때도 똑같이 느낄 수 있는 감정들입니다. 단 하나의 감정도 빠짐없이!' 이 말의 의미를 제가 나열한 감정을 예시로 섬세하게 들여다본다면.. 만약 제가 삶(일상)에서 '행복'의 감정을 느낀다면 죽음을 생각하면서도 '행복'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죠. 만약 제가 삶(일상)에서 '귀찮음'의 감정을 느낀다면 죽음을 생각하면서도 '귀찮음'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고, 만약 제가 삶(일상)에서 '죄책감'의 감정을 느낀다면 죽음을 생각하면서도 '죄책감'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랍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저의 경험이 바탕되었기 때문이에요. 어릴 적부터 오랜 시간 어머니를 통해 죽음의 가능성을 마주해 온 순간들이 기회가 되어, 저는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과 '죽음을 생각하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연관성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이죠. 정말 귀한 경험이죠!


저의 경우에는 위의 문장들에서 '죽음'과 '삶'의 순서가 바뀐 형태, 죽음에 대한 느낌이 삶에 영향을 주던 때도 있었어요. 결국에는 삶과 죽음이라는 키워드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동일하다는 결론에 도달할만큼 지금까지 여러 변형과 변주를 경험하며 살아왔답니다. 때때로 '죽음'과 관련하여 느끼는 '죄책감'이라는 감정이 삶(일상)에서 '죄책감'이라는 감정과 연관되어 느껴지던 경우도 있었어요. 그리고 그래서 영화 '몬스터 콜'이 주는 울림이 그토록 컸으리라 생각합니다.




  영화의 클라이막스 장면에서 '코너 오말리'는 몬스터에게 '죽음'과 맞닿아 있는 자신의 악몽을 표현해내지요. "말하면 난 죽어!"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면 죽을 것이라는 코너 오말리와 "말 안하면 넌 죽어!" 속마음을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죽을 것이라는 몬스터의 대치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린 장면이기도 해요. 슬프기도 했지만, 슬픔보다는 너무 큰 공감을 받았기에 이 장면을 통해 마음에 고여 흐르지 못했던 눈물을 참 많이 흘려보낼 수 있었어요.


"참 용기 있구나, 코너. 결국 얘기를 했어."

"근데 왜 나 멀쩡하지? 난 벌을 받아야 돼. 제일 큰 벌을.."


코너 오말리가 죽음과 관련한 '자신의 생각'에 대해 느끼고 있던 죄책감이 표현된 짧은 대사예요. '죽음'과 관련하여 느끼는 죄책감이 삶(일상)에서 느끼는 죄책감과 연관 되어있던 저의 모습과 마음이 이 장면에 참 많이 담겨있다 느꼈어요. 그리고 이번 주 내내 영화를 반복해서 보던 중, 나무의 대사에서 '용기'라는 단어가 새삼 눈에 들어왔답니다. '죽음소통'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태도이자 가치로 '존중, 용기, 자유'를 키워드로 뽑은 이후 처음으로 다시 봤기 때문에 더 반가웠던 듯 해요.




  죽음을 그리는, 퍼플아티스트.

  죽음에서 시작되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죽음학교.


 '죽음을 생각하면서도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신념을 기본으로, '편안하고 다채로운 죽음소통 문화 형성' 비전을 방향으로 두 개의 브랜드를 만들어가고자 앞으로 앞으로 걸어가다보면 주기적으로 지치는 순간이 한 번씩 온답니다. 그럴 때 저는 작가로서 간직해가고픈 '판타지'적인 느낌과 다독임을 받고자 이 영화를 찾아요. 몬스터가 전해주는 세 가지 이야기, 몬스터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죽음에 관련한 생각을 털어놓고 성장하는 코너 오말리의 모습에서 용기, 희망, 깨달음을 또 한 번 새삼 느끼고 제 삶을 갈무리 한 후 걸어가기 위해서요. 저에게 이토록 소중한 영화를 여러분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 참으로 기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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