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래민 May 15. 2021

메일 임시 보관함 - 미얀마로 전송되지 않은 이메일

(저장시간 2012-04-30 12:48)

난 한동안 경계심을 풀지 않았었지. 맥주를 받아 마시는 시늉만 하고 마시지 않은 거 너도 알지도 몰라.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으니 댄스타임에 축제의 한가운데에서도 신나는 춤이 나오지 않아 마주 보고 추던 너를 잠시 민망하게 했던 것도 같아.



쏟아지던 물줄기의 중심에서 보호한다고 자리를 바꿔주고 각도를 틀어 조금이나마 가려주고.. 알고 보면 우리가 작정하고 물속에 뛰어든 것인데도,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보였어.



내가 안심하기 시작한 건 지나가던 사람들이 우리를 향해 알 수 없는 스프레이를 뿌려 대던 그때. 하지 말라고 소리치고 잡힌 손목도 풀어줬었지.



짧은 영어로 [유 아 뷰티풀 아임 어글리]라고 말했을 때 1초 만에 [노 유 아 핸섬]이라고 대답하지 않고 [어트랙티브]라고 한 뒤 [핸섬]이라고 고쳐 말한 건 내 잘못이야. 왜 난 다른 생각의 여지를 만들었을까.



순수하고 무조건적인 호감으로 술 취해 주정 부리는 너의 사촌동생을 부끄럽다 생각했는지 화를 내는 광경을 볼 때부터 마음이 아프기 시작했어. 우리는 다 이해했는데... 여기는 내 땅이라 맥주는 내가 사겠다고 한 뒤 언뜻 읽혔던 현실적인 고민... 그리고 유창하지 않은 영어로 하는 대화에 끼지 못하고 피로감을 보인 후부터, 나는 너무 고마워서 미안하고 슬펐어.



지금 제일 후회스러운 것은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기만 하고 받을 생각을 미처 못한 것이야.


북쪽에서 온 하얀 여자애 둘에게 너와 네 친구들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을 남겨 주었어. 꼭 이메일을 보내줬으면, 그래서 내가 고마움을 전할 수 있다면, 하고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





메일이 올 때까지 오래도록 미얀마 꿈을 꿀 것 같아.



#미얀마의봄을응원합니다 #standwithmyanma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