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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이 Sep 06. 2021

바꿀 수 있을까 - D.P

청춘의 현실에 질문하다

평점

IMDB : 8.7
단, 신작이라는 점 주의! Rotten Tomatoes 지수는 아직이네요.
https://www.netflix.com/title/81280917

불편한 진실을 담담한 척 유쾌하게 꺼내 놓다 이내 폭주하듯 내달려 강한 펀치 한방을 남깁니다.


"D.P"는 2015년 연재한 동명의 만화 "D.P 개의 날"을 발전시켜 직접 극본까지 도전한 "김보통" 작가의 작품으로 1회당 약 50분 분량 총 6회 차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불편한 사회적 진실을 마주하는 게 어렵거나 비속어가 난무하는 것이 보기 불편하신 분들, 과거 군대에서 심리적 고통이 있으셨던 분들은 피해 가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꼭. 이 드라마는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한 청춘 드라마나 장르물 그 이상이니까요. 보다 보면 순식간에 6회가 모두 지나가고 어느새 당신의 가슴에 뜨거운 여운을 남길 겁니다.




국내 최신작이고 현재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작품인 만큼 스포일러를 하지 않고 전체적인 드라마의 느낌과 각종 연출, 배우의 전작이나 참고하면 좀 더 효과적인 짧은 배경 정도로 작성합니다.


이 드라마의 주제는 처음부터 명확합니다. 주인공 준호의 가정사를 다루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폭력'이 가져오는 참극을 말하죠.


D.P는 자전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헌병에서 실제 D.P조로 근무한 작가의 경험이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모병제가 아닌 징병제를 택하고 있는 국가라서 그런지 탈영이 이렇게나 많이 일어나고 있는 줄은 몰랐는데요. 2015년 김보통 작가를 한국일보에서 인터뷰한 기사에 따르면 매달 60여 명이 탈영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작가는 말합니다. 그들도 사람이라고. 조직에 적응하지 못해서, 참을성이 없어서, 인성이 부족해서 탈영을 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말입니다.


단순히 폭력이 가져오는 참극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끌려온 폐쇄된 공간에서 '폭력'이 가져오는 참극. 그 안에서는 원시적인 인간의 민낯이 거스를 것 없이 드러나고 위계질서라는 탈을 쓴 야욕이 가장 보통의 인격을 고고하게 짓밟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6회를 모두 몰아보는 것도 좋지만 극의 맥락적 특성을 고려해 1~4회, 5~6회로 나누어 시청하시는 것도 권장드립니다.




잘생기고 바른 이미지를 가진 정해인 우연히 채널을 돌려보다 김수현 작가의 가족드라마 [그래, 그런 거야.]에서 처음 봤는데 착하고 웃는 모습이 참 예뻐서 "언젠가는 저 배우 유명해지겠다." 생각했었어요. [슬기로운 깜빵 생활]에서 예상을 깨고 어찌나 멋지던지. 예쁘기만 한 게 아니었구나, 싶었는데 [밥 잘 사 주는 예쁜 누나]에서는 저를 비롯한 여성들의 마음을 심쿵하게 만들더니 (사실 다들 주변에 친구 남동생 중에 저런 애가 어디 있냐고 물으며 드라마는 드라마다, 역시 비현실적이다 등등 수많은 논란을 낳기도 했지만) 이번 드라마 D.P에서는 얼음 왕자가 따로 없습니다. 그가 연기한 "안준호"는 편하게 웃으면서 살아갈 수만은 없는 마음이 무거운 그런 친구니까요. 드라마 전체에서 안준호가 언제 웃거나 미소 짓는지 한번 찾아보시는 것도 재미 포인트가 될 것 같네요.


아르곤에서 노숙자로 변신해 잠입 취재하는 기자 역할의 조현철

김주혁 배우의 유작이 되어버린 드라마 [아르곤]에서 제가 처음 보자마자 매료되어 버린 사람이 있습니다. 배우 조현철. "뭐지. 저 배우는? 연기야 진짜야?" 말투며 행동에 표정까지 모든 게 너무 리얼해서 말이에요. 바로 옆집에 살 것 같은, 주변에 있을 것 같은 자연스러움 때문이었죠. 생활형 연기의 달인이랄까요. 차근차근 혼잣말을 하는 것 같은 목소리와 말투가 차별성이 있다 보니 발성 연습이 많이 되어있는 연기자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게 이 배우의 매력 포인트 같은데요. 얼마 전 제가 리뷰하기도 했던 [삼진 그룹 영어 토익반]에서도 리얼하게 친근감 갔는데 리얼하게 뒤통수를 후려 갈기는 그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아 근데... D.P에서 이런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줄이야. 그의 캐릭터 "조석봉"을 예의 주시하며 시청해보세요.


요즘 핫한 배우 구교환! 구교환은 영화감독계의 아이돌입니다. 본인의 작품에 직접 연기도 하는 다재다능한 그가 지금은 대중적 배우로도 핵인싸가 되었네요. 보자마자 인상에 꽂히는 그 외모와 독특한 목소리가 상당히 매력적인데요. 영화 [반도]에서의 미워할 수도 예뻐할 수도 없는, 아니 '종잡을 수 없는'이라는 말이 딱 떨어지는 캐릭터 "서 대위"를 잊지 못합니다. 대사도 없는 짧은 출연이지만 그것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킹덤 : 아신전]과 이번[모가디슈], 드라마 D.P까지 보시면 왜 요즘 대세가 구교환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호랑이 열정 "한호열"이 없다면 D.P는 앙꼬 없는 찐빵입니다. 그의 포지션은 자칫 너무 다큐가 되어버린 쓰디쓴 음료에 무심히 배합하는 시의 적절한 시럽 펌핑 두 방울 이랄까요. 위 사진 장면에서 개인적으로 미친 듯이 웃었는데요. 의식의 흐름대로 입에서 내뱉는 호열의 대사가 정말 찰집니다. 뽀글이 한 봉지 뜯어야겠네요.


드라마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응답하라 1994에서 세상의 모든 노환을 홀로 흡수한 듯한 얼굴의 스무 살을 연기한 김성균을 아실 테죠. 그 외에 영화 [범죄와의 전쟁]이나 [이웃사람] 등으로 그의 스펙트럼 넓은 연기를 봐 오셨다면 이번 D.P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김성균의 연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실제 헌병 D.P조에서 근무했고 전국 1등을 했다고 자랑하는 개그맨 윤형빈의 리뷰를 보면 "너 D.P 할래?" 하는 김성균의 이 대사에 그는 온몸을 흔들며 매우 고무되는데요. 일반인들이 느끼는 감정과 헌병대 군인이 느끼는 그 제안에 대한 무게감이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합니다. 김보통 작가는 전체적으로 고증이 덜되어 아쉽다고는 말하고 있으나 이 "박범구" 역할만큼은 고증이 제일 잘 되어있나 봅니다. 의상, 말투, 분위기, 가지고 있는 오묘한 사상까지요. https://youtu.be/SljQYJk0Zbw?t=279 더불어 우리 사회에는 이런 리더들이 더 많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크래딧에서 그 이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루브가 남달라서 리듬을 타지 않고는 못 배기는 명곡들을 만든 바로 그 "프라이머리"라니 말입니다. 제가 처음 들었던 그의 곡은 다이나믹 듀오, 자이언티와 함께한 [물음표]라는 곡이었는데요. 이번 드라마 D.P는 청춘들의 이야기잖아요? 방황, 고민, 갈망, 반항. 그 속에서 허우적대는 20대 청춘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깨우치기도 전에 군대라는 곳에 던져지죠. 그래서 그런지 이번 D.P의 오프닝 음악인 [Crazy]는 또 다른 프라이머리의 물음표처럼 들렸습니다. 이전 곡은 사랑에 대한 상황극이었다면 이번에는 D.P 저 포스터의 안준호 처럼 빤히 쳐다보며 제게 묻고 있는 것 같거든요.

직업병이라 그런 걸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프라이머리의 음악 제작, 선곡뿐 아니라 에디팅과 연출도 뛰어나다고 느꼈습니다. 드라마의 클라이맥스로 향하는 버스 씬에서는 Glitch 한 노이즈 섞인 리듬과 베이스가 인상적인 [Chaser]라는 곡의 MR Track과 Vox Track이 유기적으로 임팩트 있게 치고 빠짐으로써 더 극적으로 연출이 고조되게 했고 준호가 배달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씬에서는 해방을 향해 도망치는 청춘의 뒷모습을 Synth Pop 장르의 Background Music으로 연출해 보는 이도 함께 잠시나마 그 시원함을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끝이 없는 청춘의 좌절과 도전, 그들의 방황을 담은 [Good-Bye]까지 다양한 감성의 곡들이 극 전반에 다채롭게 채워져 있습니다. 음악을 듣고 있을 뿐인데, 그 시절의 내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요.

https://youtu.be/62ReOiiu9RM 

극의 초 고조로 치닫는 바로 그 순간. 매번 앤딩 크래딧에 음악을 깔았던 프라이머리가 5회에서 Mute 기법을 선택합니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그 짧은 정적의 순간 우리는 생각하게 되죠. "안돼!!!..."




이 드라마는 시작부터 쌍욕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옵니다. 피하고 싶은 진실, 이미 일어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에둘러 말하지 않고 대 놓고 보여줍니다.


그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 중 하나를 뽑아보자면,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의 자연스러운 대사들 아닐까요? 그 안에서도 코믹스러운 대사들은 군대라는 조직의 딱딱한 어투 때문에 불특정 한 일반 시청자들이 느끼는 거리감과 주제 자체가 주는 어둡고 무거운 감정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해줍니다.


"그런다고 냄새가 다 사라지나? 걸리면 다 자대 복귀인 거 아시죠? 그 소문을 듣자 하니 오늘 군의관 님께서 흡연 검사를 실시한다고 하시던데...... 제 샤워 바구니를 좀 봐 주시겠어용?"
"이 뜨거운 물에 라면 지방이 녹고 그 지방이 라면 봉투를 녹이면 환경호르몬이 나오는 거야. 몸에 엄~청 안 좋지. (후루룩) 근데 맛있다? 너무 맛있어서 안 먹을 수가 없어...... 어쩌면 환경호르몬이라는 거는 맛있는 게 아닐까?"
"소개를 들으셨겠지만... 저희가 그 선수 맞습니다. (훗!) 강원도에서 막 도착한 5번 방의 선물. 기대하시죠."
(허치도 병장을 쫓아 쳐달리며) "준호야. 학교가 왜 이~렇~게 넓냐~~ 흑흑흑."


촬영 기법이나 예술적 미장센 등도 꾀나 감각적입니다. 특히 캐릭터의 심리적 혼란 또는 비이성적 상태를 나타내야 할 때 적절하게 사용된 바디캠 씬은 시청자로 하여금 배우의 심리 그 자체에만 집중하게 만들죠.






감독과 작가는 휴머니즘 소재를 사용해 사회를 고발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하지만 누구도 알 수 없는 일, 우리의 가족이자 친구일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감독과 작가, 음악 감독은 사회의 구성원인 우리에게 질문을 던짐과 동시에 시청자가 마음으로 느낄 그 답변을 기대하며 마지막까지 치밀한 장치를 쏟아냅니다.

특히 엔딩 음악이 슬프지 만은 않았던 것이 참 좋았는데요. 드라마가 모두 끝난 상황에서도 눈물이 계속 쏟아지는데 "그래도 당신이 있으니까 희망이 있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뭐라도 해야, 뭐라도 바뀔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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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507151557337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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