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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곳니 Dec 08. 2021

시드머니는 얼마가 필요할까?

일단 시작을 해보자

커버 사진 출처 

재테크에 필요한 시드머니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 네이버 포스트 (naver.com)


*본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투자에 대한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빠르게 결론을 내자면

우선 돈을 모으는 습관과 과정이 중요하고,

적어도 100만 원은 되어야 기초적인 분산투자를 잘할 수 있다.



처음 투자를 시작하려고 하면 시드머니와 분산투자가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런데 막상 투자를 소액으로라도 시작하려고 하면 그거 가지고 분산이 되겠냐는 말도 듣는다. 


시드머니는 얼마 정도 있어야 분산 투자의 효과가 발휘될까? 포트폴리오 이론을 생각했을 때 당연히 적은 금액에서도 그 효과가 발휘되겠지만 1주의 가격이 보통 1만 원이 넘는 주식이 대부분이다. ETF로 분산투자를 한다 하더라도 설정한 비중을 맞춰 매수했을 때 잔돈을 남기지 않으려면 어느 정도 규모의 시드머니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얼마가 필요한 것일까? 과연 얼마부터 투자를 시작하는 게 좋을까? 오늘은 시드머니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금액의 크기를 한 번 알아보자.


0. 시드머니가 중요한 이유와 리스크


투자를 해보니 몇 십만 원을 투자해서 얻는 수익과 몇 백만 원의 시드머니로 얻는 수익은 같은 % 의 수익률이더라도 금액의 단위가 달랐다. 예를 들어 100만 원의 시드머니로 5%의 수익률을 올리면 5만 원의 수익을 얻지만 1,000만 원의 종잣돈으로 5%의 수익률을 올리면 50만 원을 얻는다. 당연히 시드머니가 클수록 수익금의 규모 측면에선 유리하다.


하지만 투자를 하는 사람의 다수가 (+)의 수익률만 생각하고 시드머니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의 수익률도 생각해야 한다. 위에서 든 예시를 거꾸로 말하면 5%의 손실이 날 때 100만 원의 시드머니는 5만 원의 손실을 보지만 1,000만 원의 종잣돈은 50만 원의 손실을 얻는다. 시드머니가 클수록 잃는 금액도 달라지는 것이다.


손실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우리는 분산 투자라는 것을 한다. 주식이라는 자산군 안에서 여러 섹터에 속한 개별 주에 분산하기도 하고 주식, 채권, 금, 원자재 그리고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군에 분산하기도 한다. 미국, 유럽, 일본과 같은 선진국 시장과 베트남, 중국과 같은 이머징 국가에 지역적 분산도 가능하다. 원래는 개인이 적은 금액으로 분산 투자를 하기가 어려웠지만 요즘은 다양한 ETF의 출시로 이런 자산 분산 효과를 소액으로도 누릴 수 있다. 즉, 시드머니가 작아도 리스크를 줄인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는 말이다.


1. 얼마 정도 있어야 잔돈을 남기지 않고 투자를 할 수 있을까?


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경우 주식과 채권에 반반, 4:6, 또는 6:4로 투자하라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들었을 것이다. 채권이 주식보다 안전자산이라는 이유에서이다. 그리고 채권 가격은 보통 주식과 반대로 움직이니 주식이 오르면 주식을 일부 팔아 떨어진 채권을 사고, 반대로 채권이 오르면 채권을 일부 팔아 떨어진 주식을 사는 전략을 구사하기 위함이다. 위에서 말한 오른 자산을 팔고 떨어진 자산을 사서 총자산의 규모가 커지게 하는 것을 리밸런싱(rebalancing)이라고 한다. 변동성이 있는 자산에 대해 리밸런싱만 했는데도 자산이 증가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이 현상을 Shannon's demon이라고 한다.

Shanon's Daemon : Profit from Randomness (marketcalls.in)


오른 자산을 팔고 떨어진 자산을 산다는 점에서 저가에 사서 고가에 파는 투자의 기본적인 원리에 부합하는 전략이다. 보통 우리는 오른 자산은 추격 매수라고 하며 사고, 떨어진 자산을 손절이라고 하며 팔게 되는데 이 본능과 정확히 반대로 하면 투자에서 실패하지 않을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간단하게 주식과 채권 5:5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ETF 위주로 알아보자.


주식에 여러 종류가 있지만 자산배분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ETF가 있다. 바로 미국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나 나스닥 100 지수를 추종하는 ETF이다. 국내의 경우 여러 자산운용사에서 출시했는데 거래대금이 많은 순서대로 보면,

TIGER 미국 나스닥 100

TIGER 미국 S&P500

ARIRANG 미국 S&P500(H)

KODEX 미국 나스닥 100 선물(H)

이 있다.


뒤에 (H)라고 붙은 ETF는 환헷지형 ETF로 환율의 변동을 상쇄시켜 순수하게 지수를 추종하고자 하는 ETF이고(수수료나 상품 구조상 100% 따라가진 못한다), (H)가 없는 상품은 환율 변동도 ETF의 가치에 포함된다. 즉, 나스닥 100 지수가 상승하고 환율도 상승하면 두 상승분이 모두 적용된다. 반대로 글로벌 경제 위기가 와서 지수가 하락하고 환율이 상승하면 지수만 추종하는 ETF보다는 덜 하락한다.


각 상품의 1주당 가격을 보면(21.11.30 종가 기준)

TIGER 미국 나스닥 100 = 86,900원

TIGER 미국 S&P500 = 13,450원

ARIRANG 미국 S&P500(H) = 19,115원

KODEX 미국 나스닥 100 선물(H) = 20,720원

이다.


이제 채권을 보자. 채권도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ETF가 있다.

TIGER 미국채 10년 선물 = 12,185원

KODEX 미국채 울트라 30년 선물(H) = 12,785원

이다.


계산하기 쉽게 가격이 비슷한 TIGER 미국 S&P500과 TIGER 미국채 10년 선물을 반반 산다고 하자. 아직 소수점 매매가 시행되지 않았으니 자연수로만 산다고 가정하면 결과는 다음과 같다.


시드머니 10만 원
시드머니 20만 원
시드머니 50만 원
시드머니 1백만 원
시드머니 5백만 원

시드머니가 100만 원일 때부터 비중 차이가 0.xx%대로 진입한다. 즉, 이 포트폴리오대로라면 시드머니가 100만 원은 돼야 잔돈을 적게 남기며 목표한 비중대로 투자가 가능하다. 다른 포트폴리오라면 시드머니의 규모는 달라진다. 만약 S&P500이 아니라 나스닥 100이라면 560만 원부터 비중 차이가 0.xx%대로 진입한다.


2. 시드머니를 모으면서 투자도 병행한다면 어떨까?


요즘은 1, 2만 원으로도 ETF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투자 시작의 기회가 열려있다. 하지만 글의 초반부에서 언급했듯이 시드머니의 규모가 수익의 규모를 결정한다. 즉, 어느 정도 규모의 시드머니가 있어야 그 종잣돈이 더 큰돈을 모으기 위한 유의미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보통 투자에 성공한 분들은 5천만 원 또는 1억 원을 말씀하신다. 나도 순자산 1억 원부터 돈이 돈을 버는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와 같은 사회 초년생에게 1억 원 모으기는 너무 오래 걸리고 험난한 여정이다. 독립해서 월세도 내야 한다면 정말 아껴서 150만 원을 저축해도 5년 넘게 걸린다.


보통은 아끼고 저축해서 시드머니를 마련하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1, 2만 원 투자해봤자 크게 불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를 통해 예금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면 바로 투자를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어차피 그냥 모아도 8년이라면 그 금액을 8년 동안 전부 투자해도 나쁘지 않은 수익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8년 보다는 걸리는 시간도 좀 더 단축할 수 있지 않을까?


계산을 위해 도구를 활용했다. Backtest Portfolio Asset Allocation (portfoliovisualizer.com)

내가 애용하는 사이트이다. 원하는 비중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지난 수년간의 성과를 보여준다. 시드머니 0 원부터 시작해서 매달 100만 원을 투입하는 경우, 몇 개의 분산투자 포트폴리오로 계산해보았다. 우리는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해야 하니까 코로나19 보다는 리먼브라더스발 금융위기를 사이에 낀 8년을 보도록 하자. 단순하게 $1=1,000원으로 가정했다.


포트폴리오 1. 미국 주식:미국 채권 50:50

기간: 2004~2011, 8년

1백만 원으로 시작해서 원금은 8년간 9,600만 원을 투입했고 만기 금액이 1억 4천만 원이나 나왔다. 기간을 조금 줄여보자.


기간: 2006~2011, 6년


1백만 원으로 시작해서 원금은 6년간 7,200만 원을 투입했고 만기 금액은 9천8백만 원이 됐다.


미국 주식이 마구 폭락하던 시절에도 5:5 포트폴리오로 매달 100만 원씩 투입하면 6년 하고 몇 개월 만에 1억을 만들 수 있었다. 그냥 모으기만 하면 8년이 넘게 걸리는 걸 2년이나 단축했다.


다만 세금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무조건 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금의 경우에도 세금을 계산하지 않을 경우 7년 반 넘게 걸린다. 그래도 투자하는 것보다 1년이나 더 걸리는 시간이다. 과세가 이연 되는 ISA 계좌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만약 조금 더 리스크를 가져가는 대신 기대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면 어떨까? 8년이라는 시간이면 타격을 입어도 회복할 수 있는 정도의 시간 아닐까? 이것도 계산해봤다.


포트폴리오 2. 미국 주식 100

기간: 2008~2012, 5년

최악의 시기를 포함한 5년이다. 그래도 결과는 무시무시하다.


누적금이 8,200만 원이 됐다. 원금은 6,000만 원이다. 2% 적금은 6,305만 원이고 3%는 6,457만 원이다. 10%짜리 적금을 들어도 7,525만 원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최악의 상황을 지나고 주식 시장이 빠르게 반등하고 난 후의 결과이다. 만약 내가 5년 뒤에 1억을 목표로 했는데 딱 5년째 되는 해에 경제 위기가 오면 어떻게 될까?


포트폴리오 3. 미국 주식 100. 경제위기를 직격으로 맞을 때.

기간: 2004~2008, 5년


위와 동일한 원금 6,000만 원이지만 이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즉, 돈을 모으고 나가는 타이밍이 중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미국 주식 시장의 회복력 덕분에 저 상태에서 1년만 더 버티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


기간: 2004~2009, 6년

미국 시장은 이후 1년 동안 빠르게 회복하며 원금 보전은 물론 수익까지 안겨줬다.

하지만 앞으로도 모든 경제 위기에서 미국 시장이 빠르게 회복할지는 미지수이다. 그럴 것이라고 믿고 투자하지만 미래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결론


1) 적은 돈이라도 투자를 우선 시작하는 게 낫다. 어차피 1억을 모으기 위해 100만 원씩 적금도 8년이 걸린다면, 그 기간은 투자를 하기에 좋은 기간이다.


2) 1, 2만 원으로 얻은 투자 수익보다 1백만 원의 투자 수익이 당연히 크지만, 매달 투입하는 돈도 소중하다. 이를 모으기 위해선 지출 통제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1백만 원을 모은다면 1천만 원도, 그리고 1억 원도 만들 수 있다.


3) 1억 원의 시작은 1천만 원이고, 1천만 원의 시작은 1백만 원, 그리고 1백만 원의 시작은 1십만 원이다. 차근차근 목표를 세워 접근하면 1억을 모을 수 있다.


4) 투자를 하다 보면 원금 손실이 날 수도 있다. 그것이 감당이 안 된다면 분산투자로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적금보다 더 큰 기대 수익률을 안겨주는 포트폴리오는 많다. 투자를 하다 목표한 시점에 경제위기가 온다면 반등할 때까지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 가진 것은 시간뿐이다.


5) 어떻게든 시장에 붙어 있어야 돈을 모은 이후에도 투자를 하기가 유리하다. 소액이라도 투자를 통해 시장의 흐름을 몸소 체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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