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
쿠바에 있는 기념품은 다 있다! 쌉니다, 산호세 마켓
간단하게 조식을 먹고 나서 바로 밖으로 나갔다. 바깥은 산책만 해도 기분이 저절로 좋아지는, 햇볕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그런 날씨였다. 경쾌한 발걸음으로 산호세 마켓을 향해 걸었다. 이곳은 큰 규모의 기념품 시장인데, 각 부스마다 상인들이 각양각색의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그림, 팔찌, 티셔츠, 바지, 나무로 만든 장난감, 특수한 목갑, 시가 커터, 시가 케이스 등 그 규모만큼이나 기념품의 종류와 가짓수 또한 다양했다. 넓은 시장을 단체로 모여서 둘러보기에는 너무 오래 걸릴 게 뻔했다. 그래서 각자 사고 싶은 기념품을 사기 위해 둘러본 후 약속한 시간에 입구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나는 기념품 가게 입구에 있던 그림을 판매하는 상점으로 가서 그림을 몇 개 골랐다. 올드카, La Bodeguita, 광장, 골목 등 쿠바를 대표하는 명물을 주제로 하는 그림들이었다. 상품 퀄리티는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쿠바 감성이 가득 담긴 그림이 구매욕구를 자극했다. 벽에 걸어 놓거나 책상 한 켠에 전시해 두기에 적합한 크기였다. 친구들에게 줄 선물용으로 여러 개 더 담았다.
다른 상점을 방문했을 때 독특한 나무상자를 보았다. 상인이 나에게 열어보라고 선뜻 내어주었다. 이 조그만 나무상자가 뭐라고 기념품으로 있는건지, 뭐가 특별하다고 내어준 건지 의심을 품은 채 상자를 열어보았다. 그런데 어떻게 해도 상자는 열리지 않았다. 상인의 손에 넘어간 상자는 너무나도 쉽게 열렸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무슨 장치라도 있는 게 아닌지 요리조리 살펴봤지만, 이렇다 할 장치는 없었다. 상자를 다시 받아 들고, 열어보겠다고 낑낑대는 내 모습을 본 상인들은 실실 웃어댔다. 도저히 못 열겠다 싶어서 반납하고 포기하려는 찰나에 상인은 상자의 비밀과 여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상자를 여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일반적으로 여는 방법이 아니고 특정 부분을 잡고 당겨야 열리는 구조였다. 실용성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재미있어서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나무상자를 구매하고 다른 상점들을 둘러보는데, 백발의 왜소한 어르신 한 분이 물건을 싸게 줄 테니 이쪽으로 와서 구경이라도 하고 가라고 손짓했다. ‘무슨 물건을 파시나?’ 궁금한 마음으로 가까이 가서 봤는데, 이 상점의 주력 상품은 장난감이었다. 나무로 만든 자동차부터 시작해서 인형, 비행기, 공이 연결된 탁구채, 미니카 등 토이저러스에 오기라도 한 듯 다양한 장난감이 전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전혀 쓸모가 없었고, 사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렇게 많이 사면 한국으로 돌아갈 때가 문제다.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장난감 6~7종을 헐값에 넘겨 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처음에는 혹했지만 결국 방에 두면 먼지를 뒤집어 쓸 게 뻔해서 구매하지 않고, 그냥 다른 가게로 돌아갔다.
그림, 나무상자를 포함해서 각종 기념품을 두둑하게 사 들고 약속장소로 돌아갔다. 다른 친구들은 능숙하게 흥정을 해가며 저렴한 가격에 여러 물건을 샀다고 했다. 들어보니 상인들이 부르는 가격이 꽤나 비싸기 때문에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으로 흥정을 걸어도 높은 확률로 거래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다른 물건 하나 더 사는 대신에 가격을 확 깎는 것도 하나의 팁이라고 하니 산호세 마켓에서 흥정할 계획이 있다면 참고하시길 바란다. 나는 흥정하기도 귀찮고, 그런 데에는 영 소질이 없어서 물건 몇 개는 다소 비싸게 산 감이 있었지만,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쇼핑을 했다.
올드카와 해안도로
두 손 가득 기념품을 든 채로 산호세 마켓을 나왔다. 도로에서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쿠바에서 볼 수 있는 교통수단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올드카, 마차, 일반 자동차, 코코택시까지. 일반 자동차도 흔하게 보이는 것으로 보아, 마차와 올드카는 관광객을 위한 교통 콘텐츠처럼 보였다. 하긴, 현지인이라면 비싼 돈을 주고 올드카를 탈 리가 없겠지.
해안도로를 따라 바다를 감상하며 럼 박물관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날씨는 쾌청하고, 하늘은 푸르디 푸르렀다. 옆으로는 검푸른 바다가 쭉 펼쳐졌다. 구경하면서 걷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바나의 거리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단연 올드카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무미건조한 도로에 올드카가 지나가니 화사한 기운이 돌았다. 주변 건축물들과 도로는 밝은 톤의 회색으로 칠해져 있었는데, 이 배경이 올드카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옛날 미국 영화의 한 장면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환상을 불러 일으키는 풍경에 무아지경으로 사진을 찍어대며 천천히 걸어갔다. 이 풍경을 보고 그냥 지나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
목적지인 럼 박물관에 도착해 안으로 들어갔다. 매표소를 둘러보니 입장료가 생각보다 너무 비쌌고, 가이드 투어까지도 한참 기다려야 했다. 럼의 역사, 종류에 대해서도 배우고 시음까지 기대했건만 예상을 벗어난 가격과 애매한 시간대 때문에 내부만 가볍게 둘러보고 금방 나왔다. 숙소 주변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