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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시 Mar 02. 2023

다수가 항상 옳은 건 아니란다.

분리수거 vs. 분리배출

집에 초대한 손님이 도착하기까지 잠깐의 여유가 생겼다. 남편과 아이를 불러놓고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분리'수거'를 하고 오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때 남편이 말했다.

"분리'수거'가 아니고 분리 '배출'이야."


그 얘기를 들은 아이가 대뜸 내 편을 들었다.

"아니야 아빠 엄마가 말한 대로 분리수거가 맞아. 엄마랑 나는 둘, 아빠는 혼자니까 분리수거가 맞아."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 나도 분리 '배출'이 옳다고 생각하던 찰나, 아이가 나를 옹호하기 시작한 것이다. 흥미로운 상황이었지만 나는 어떤 입장을 보여야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아이에게 말했다.


"은우야, 그런데 엄마가 다시 생각해 보니 아빠 말대로 분리배출이 맞는 것 같아. 수거는 아저씨들이 가져가실 때 사용하는 말이고 배출은 버릴 때 쓰는 말이거든."


아이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지금처럼 더 많은 사람이 같은 생각이라고 해서 그게 항상 옳은 건 아니야. 의견이 여러 개로 나뉘면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항상 옳은 건 아니거든.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도 잘 들어줄 수 있어야 해. 알았지?"


아이는 왜 아직도 '수거'가 아닌 '배출'이 맞다고 하는지 석연치 않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소수의 의견에도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은 배운 것 같았다.


지식 말고 '태도'를 알려주고 싶은 날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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