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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과수 Apr 21. 2018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방콕 라이프 +1

오지 않을 것 같던 날이 드디어 오고야 말았지만 출국 직전까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잘 다녀오라는 수많은 연락과 선물에 감사한 마음이 들어 눈물이 찔끔 나는 걸 꾹 참았다. 무엇을 위해 이 선택을 했냐고 묻는다면 아직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가고 싶었다. 그뿐이다. 거창한 이유는 딱히 없었다. 인천으로 가는 공항버스에 몸을 실었는데 폭설이 내려 비행기 못 타는 줄 알고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무사히 공항에 도착해 티켓팅부터 환전, 면세품까지 일사천리로 해야 할 일을 처리한 뒤 한 참 지연된 비행기에 올라탔다. 원래 도착 예정시간은 11시 45분이었으나 새벽 1시간 넘은 시간에야 도착했다. 안 그래도 태국은 처음이고 택시를 타고 숙소에 가야 해서 걱정이었는데 비행기가 연착돼서 이미 숙소 주인과 약속한 시간이 훌쩍 넘은 상황이었다. 내 머릿속은 온통 '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일단 게이트를 빠져나와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와이파이 연결. 근데 이마저도 내 맘대로 되지 않아 안내데스크에 있는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와이파이 연결은 물론 수화물 찾는 곳까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특히나 직원분이 내가 아는 후배의 얼굴과 많이 닮아 불안하던 마음에 잠시 평온이 찾아왔다. 와이파이가 연결되자마자 곧바로 숙소 주인에게 연락을 했고 다행히 연락이 잘 닿아서 다시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택시를 타기 위해 공항 밖으로 나왔다. 택시 주위를 서성이는데 택시 기사분이 무언가를 가리키며 티켓을 뽑아오라 한다. 수완나품 공항에서 택시를 타려면 마련되어 있는 티켓 기기에서 번호표를 뽑고 그 종이에 찍힌 라인 번호에 있는 택시를 타야 했다. 일정도 없는 내가 이런 걸 알고 왔을 리가 없지. 일단 눈치껏 티켓을 뽑아 택시를 타는 것 까지는 성공했는데 그다음 걱정은 일명 '바가지'였다. 태국에서는 특히 택시 요금 바가지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괜히 시작부터 꼬이면 어떡하나 걱정이 됐다. 그러나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택시를 타자마자 기사 아저씨가 미터기를 키셨다. 이젠 숙소까지 안전하게 가는 일만 남았구나.





뒷자석에 몸을 기대고 차창밖으로 보이는 태국의 새벽을 바라봤다. 택시를 타고 가는 동안 "방콕 처음 왔어요", "날씨가 참 덥네요" 등의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하루에도 수십 번 보는 관광객이 아저씨게에는 그리 흥미로운 대상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새벽까지 수고가 많으세요"라는 말은 괜찮지 않을까 하고 고민하는 사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요금 300밧에 택시 카운터 서비스 50밧해서 총 350밧을 예상했는데 300밧이 나와 괜히 기분이 좋았다. 트렁크에서 짐을 꺼내고 택시 기사 아저씨께 인사를 한 뒤 바로 앞에 있던 세븐일레븐에서 체크인을 도와줄 스텝을 기다리며 출출함을 달래줄 간식을 구매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체크인을 도와줄 스텝을 만났고 늦은 시간이었지만 숙소 주인의 배려로 무사히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숙소 이용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해준 스텝이 떠나고 나서 짐을 간단히 풀기 시작했다. 캐리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큼직한 스티커가 붙어있는 봉투 하나. 대학교 동기이자 친구처럼 지내는 동생이 여행 간다고 챙겨준 선물이었다. 봉투를 열어보니 선 스프레이와 알레르기와 감기약이 들어있다. 주위에 태국을 무전여행한 오빠가 있어 뭐가 필요한지 물어보고 챙겼다고 했다. 혼자지만 덕분에 마음 한편이 든든해졌다. 이것저것 하다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 5:25. 기나긴 하루에 얼른 마침표를 찍기 위해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알람을 맞추지 않고 늦잠을 자도 된다는 게 얼마나 사람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지 모른다. 늦잠을 다짐하고 마무리하는 태국에서의 첫날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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