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개인의 삶의 경계를 허문다는 것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글을 쓰는 작가이자, 오늘의집 콘텐츠&커뮤니티 매니저입니다.
-직장인이세요???
온라인에서 만났던 분들을 오프라인에서 만나 소개를 할 때 가장 많이 보이는 반응이다. 나와 같이 일을 하고 싶다고 연락을 주시는 분들도 내가 직장인이라는 것을 모르고 제안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보통은 '작가'라고 알고 있는데 경력이 많지는 않지만 경험은 누구보다 뒤지지 않는 2년 차 직장인이다. 나는 3년 전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에어비앤비 블로그를 전담해서 운영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온라인 대행사를 아주 짧게 경험하고, 현재는 인테리어 앱 '오늘의집'에서 일을 하고 있다.
'오늘의집'은 인원이 30명 정도 되었을 때 입사를 했던 것 같은데, 1년이 지난 지금은 70명(지금은 90명이다)이 훌쩍 넘는 인원이 되어 나도 모르는 사이 나름 앞쪽 순번이 되어버렸다. 회사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나의 노력으로 바뀐 것도 있고,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도 있었다. 사실 스타트업의 경험은 이곳이 처음이기 때문에 다른 곳은 어느 정도로 일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업무 강도로만 봤을 때 뒤지는 편은 아니라는 얘기를 듣긴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일을 하는 게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누군가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자초한 일인 것이다. 야근도, 일에 대한 고뇌도, 오늘의집 성장과 관련한 걱정과 기쁨도 누군가가 말을 해서가 아니라 모두 내가 스스로 하는 것이다.
개인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딱히 엄청난 목표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좋아서 한다. 기록이라는 습관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글을 쓰고, 그걸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한다. 말이 기획과 실행이지 재밌을 것 같은 걸 하는 것이다. 회사가 아니니 성과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고 이유가 충분치 않아도 되니까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편지를 중심으로 타인과의 연결을 만드는 <주고받는, 사이>, 집을 중심으로 서로의 삶을 공유하는 <무과수의 집>, 사람들의 마음에 위안을 줄 수 있는 작업물을 만들어 파는 <무과수 잡화점>까지. 사실 내가 하는 프로젝트는 '남'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나'를 위로해준 것들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내가 제일 중요해서가 아니다. 내가 중심에 있으면 적어도 '왜'라는 질문에서는 벗어나게 되니까. 내 마음을 위로하는 행위에 적어도 '왜'라는 의문을 붙일 필요는 없으니까.
일을 하는 데 있어 '재미'를 우선순위로 두는 이유도 비슷한 것이다. 적어도 '내가 이 일을 왜 하지?'라는 의문을 갖지 않기 위해서. 그래서 난 앞으로도 계속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할 예정이다. 일부러, 억지로, 애를 쓰는 것들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게 나의 삶의 원칙이라면 원칙이다. 최근에 빌라 선샤인으로부터 연사를 초청받아 '좋아하는 일을 본업으로 만들 수 있을까'를 주제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자기소개를 보내달라고 하셔서 크게 고민하지 않고 생각이 나는 대로 써서 보내드렸는데, 마지막 문장이 읽을수록 꽤나 마음에 든다.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직업과 삶을 가지고 싶어서, 일과 딴짓의 경계를 허물고 버무려지는 삶을 추구하고 있다.'
명확한 경계와 뚜렷한 목표가 있기보다 그저 좋아하는 것을 즐기며 켜켜이 쌓아가는 삶. 그저 내가 즐길 수 있고 만족할 수 있다면 어떤 형태로 보여지든 그리 중요치 않다. 무엇 이어도 좋다. 무엇이 아니어도 좋고.
결국 그게 오롯한 '나'이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