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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 Sep 16. 2024

뜨거워진 지구, 쉬어버린 추석음식

 9월 추석인데도 뜨거운 날들의 연속이다. 이번 추석에는 외가, 친가 식구들을 모두 불러 저녁을 먹기로 했다. 엄마는 갈비찜, 잡채, 크래미말이, 각종 전과 나물, 연근튀김, 바지락된장국까지 솜씨좋게 차려냈다. 연휴의 첫날과 마지막 날 잡혀버린 저녁자리에 나도 선약도 옮겨가며 음식장만을 도왔다. 전날 밑작업을 끝낸 재료들을 굽고, 튀기고, 끓이니 손님맞이용 음식들이 완성됐다. 한상가득 차려진 상에 모두들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후식까지 배터지게 먹은 후 엄마는 남은 음식을 덜어 집집마다 싸주기도 했다.

 그리고 다음날, 어제 한 음식들을 꺼내 점심을 차렸는데 뭔가 이상하다. 이미 다시 데우기까지 했는데 음식이 쉰 것이다.

"아니 어떻게 어제 오후에 한 잡채가 쉬어?"

 머릿속 비디오를 돌려보니 어제 저녁 식사후 냉장고가 아닌 베란다에 음식을 잠시 두었는데 그 사이 쉰 것 같았다. 전이나 잡채 등은 냉장고에 들어가면 맛이 없어지기에 명절때면 늘 베란다에 놓고는 했지만 어제 같은 한여름같은 더위에는 버텨내질 못한 것이다. 한끼를 건너뛰고 열어본 바지락된장국도 같은 처지였다. 차마 냉장고에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탓이다.

 너무도 더운 날씨에 올해가 유독 추석이 이른건가 봤더니 22년에는 더 이른 9월 10일이 추석이었다. 그 외에도 지난 5년간의 추석 중 가장 늦은 날이 10월 초이니 이번 추석이 아주 이른것도 아니다. 그런데 추석주간 하노이에는 태풍으로 다리가 무너저 사망자가 100명이 넘어간다고 하고 상하이에도 태풍을 피해 40만명이 대피했다고 한다. 이에 비하면 명절음식이 상한 것은 아주 미약한 피해다. 하지만 단순히 음식이 상하는 것으로는 기후 변화의 값을 다 치루진 못할 것 같다. 이번에 대한민국이 그 대상이 아니었을 뿐 언제든 우리도 그런 자연재해의 피해국이 될 수 있다. 뜨거워진 지구는 생태계 모든 곳에 나비효과를 줄 것이 확실하다. 점점 가속화되는 이런 변화에 미래세대를 위한 지구가 남아날까 걱정이 된다.

 덜먹고, 덜쓰고, 덜버리는 삶을 살려 노력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엄마는 명절음식으로 거하게 차려진 점심을 먹으며 역사상 요즘같이 풍요로운 시대는 없을 것 같다고 했지만 나는 이 세대가 훗날 지구에 사는 생명체의 관점에서 가장 이기적인 존재였다고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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