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eso Sep 20. 2024

시간이 간다고 자연스레 얻어지는 것은 없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를 보며

 <흑백요리사>는 80인의 흑수저 요리사들과 20인의 이미 이름난 유명셰프들이 참가해 온전히 맛으로 1위 셰프를 겨루는 프로그램이다. 넷플릭스 시리즈답게 웅장한 세트, 참신한 기획, 그리고 무엇보다 엄청난 실력자들을 앞세워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들로 채워졌다. 중간중간 재미요소를 위해 넣은 캐릭터들도 있어 보이지만 다들 요리에 진심이고 또 실제로 그렇게 맛을 잘 내는 사람들이다. 한정된 시간 내 후루룩 만들어내는데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고, 또 그걸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가 볼거리가 된다. 


 백수저 셰프 중에는 요리 경력이 50년이 넘는 중식대가 여경래 셰프님도 계셨지만, 이름 대신 닉네임으로 불리는 흑수저 셰프들도 경력 10년 정도는 기본템으로 갖추고 있었다. 직접 맛을 수는 없지만 화려한 자태와 심사평을 참고해 맛들을 상상 해보며 요리실력도 단순히 경력으로만 따질 있는 것이 아니란 생각을 했다. 나이가 든다고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듯이, 요리사의 경력 또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단연 백수저 요리사들은 경력이 많았지만 흑수저 요리사들 중 반드시 경력이 길다고 음식이 맛있는 것도, 그렇다고 젊은 요리사라고 그 결과물도 어리숙한 것은 아니었다. 비교할바가 안 되겠지만 나 역시 자취경력 10년 차, 어쩌면 요리 경력 10년이겠지만 어찌 셰프들에 비할 있겠는가. 물경력이란 말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많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그렇듯이 이번 참가자들도 모두가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그러나 만들어낸 결과물은 모두 달랐다. 시간은 모두에게 똑같이 흘러가는데 누군가는 그 시간 안에서 엄청난 성장을 겨뤄 50년 경력 대가들에 맞설 수 있는 요리를 만들어내는 경지에 이르기도 하고, 후배가 선배의 요리를 심사하는 경우도 생긴다. 뻔한 말이라며 J는 항상 웃어대지만 이번에도 세상의 모든 이치는 역시나 똑같이 적용되는구나라고 느낀다. 당연하게 얻어지는 것은 없구나. 좋은 요리사가 되는 것도, 좋은 사람이 되는 것도, 좋은 어른이 되는 것도. 흑백요리사의 다음 에피소드가 너무나 기대된다. 

작가의 이전글 뜨거워진 지구, 쉬어버린 추석음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