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 나흘간 일정을 마치고 다음 행선지인 토스카나로 출발했다. 로마에서 나흘씩이나? 란 우려와는 달리 역시나 본 것보다는 못 본 게 많았다. 그래도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며 상상했던 포로 로마노나 팔렌티노 언덕, 그리고 아피아가도 등을 직접 밟고 달리며 2천여 년 전 카이사르가 밟았던 그 땅에 내가 서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하루 평균 2만보씩을 걸으며 한 가지 더 얻은 건 허리통증이었다. 그 통증이 나흘간 있을 렌트카 여행을 더 기대하게 했다. 좀 더 자유롭고 편안한, 자연과 함께 하는 여행이 될 거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난 마음도 잠시 오늘 난 하루종일 제정신이 아니었다. 엄청난 멀미가 나를 덮쳤다. 잠깐 컨디션이 안 좋은 정도가 아니라 달리던 차를 당장 멈추게 하고 즉시 바깥으로 뛰쳐내려 속을 게워내야 했다. 그러고 나서야 선잠에 들어 약간의 평화를 찾았다. 작년부터 뉴질랜드, 터키, 베트남, 스페인, 일본까지 모든 여행에서 차를 렌트하여 다녔고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 그래서 지사제와 소화제, 마데카솔까지 꼼꼼히 챙기면서도 멀미약 챙길 생각을 못했다. 심지어 잠시 내린 피틸리아노 소도시에서도 약국이 마침 닫은 시간 (점심시간이 무려 3시간)이었다. 눈을 감고 있으라는 J의 조언에 기를 쓰고 눈을 감았지만 멀미약 없이 다시 탄 차에서는 어김없이 구토가 올라왔다.
워낙 렌트카 여행을 좋아했기에 다시 로마로 돌아올 때도 차를 빌리면 어떨까 고민했었다. 고민 끝에 기차를 예매했는데 지금으로선 신의 한 수였단 생각이 든다. 만일 내일도 내가 토스카나의 꼬부랑 시골길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나흘은 나에게 정말 힘든 시간이 될 것이다.
토스카나 여행을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멀미약을 준비해라. 방심하지 마라. 토스카나 꼬부랑길은 차원이 다르다. 즐길 수 있다면 즐겨라. 하지만 그 길은 당신의 생각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다음날 시에나에서 산 멀미약. 여행 1시간전 1캡슐. 다행히 효과는 좋았다. 덕분에 멀미와는 이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