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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스널북퍼 Nov 30. 2021

부끄러움

"나는 경험하지 않은 이야기를 쓰지 않는다."

#부끄러움 #아니에르노 #프랑스현대문학


아니 에르노는 말한다.


“나는 경험하지 않은 이야기를 쓰지 않는다.”


작가로서 이 말을 동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학엔 삶이 스밀 수밖에 없기에 어느 정도는 일리 있는 말이다. 그녀의 문학은 그녀 삶 자체다. 그래서 그런지 아니 에르노 작품을 읽으면 소설이란 느낌보다는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 강하다. 특히, 화려한 미사여구를 쓰지 않는 문장이 더욱 그렇게 느끼도록 만든다. 그게 싫으냐? 아니란 말을 하고 싶다.


사실, 에세이는 문학의 장르다. 장르라는 말부터 없어지길 바라는 나로서는 문학을 나눈다는 거에 반감이 크지만, 쉽게 설명하면 그렇다는 거다. 뭐 자전적 소설이다 라는 명칭도 있지만 ‘에세이’라 표현한 건 담백하고 건조한 특유의 문체 때문에 그리 표현한 거다. 어쨌든 그녀는 명실상부 프랑스 현대문학을 이끄는 주역임을 부인할 수 없다.


부끄러움은 그녀의 유년시절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난한 노동자 계층의 자녀가 사립학교에 진학해 서로 다른 두 세계를 오가며 겪는 혼돈과 정체성에 관한 작가의 생각을 표현한 작품이다. 우리 역시 가정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학교를 거처 사회라는 세상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 좋게 말해 성장이고 나쁘게 말해 나를 감추며 세상 틀에 맞춰 사회인이 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를 떠올리게 되는 시점.


바로, 이 시기를 겪은 성인이라면 이 책을 통해 지난 과거의 ‘나’ 그리고 현재 어느 정도 사회인이 된 ‘나’를 알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문학이 이렇다.

한 사람이 겪은 삶 속에서 내 인생 발자취가 느껴지는 거,

그 속에서 위안을 얻고 새로운 미래로 걸어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 거…

때문에 인간은 문학을 가까이해야 한다. 그보다 더 좋은 조력자는 없으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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