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만난 앱 서비스(3) - OLIO
냉동실이 언제나 꽉꽉 채워져 있던 우리 집, 처음으로 혼자 사는 동안 모든 음식을 얼린 겨울왕국 엘사, 우리 엄마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음식들은 금방 상하고, 영국에서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점들은 식재료들을 줄이지 못한 점이다. 1인 가구를 위한 소포장도 많았지만, 언제나 궁핍했던 워홀러는 대용량이 주는 가성비를 포기하지 못해 잔뜩 사놓고 버린 적이 빈번하였다. 또한 한 시간 거리 한인마트에 다녀오면 평소 먹지도 않던 한국 식재료 발견에 흥분하여 잔뜩 쟁여 놓음 자체로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채우곤 했다. 하지만 30% 이상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귀국 전까지 먹지 못해 결국 한인 사이트에 무료 나눔 행이었다. 지역마다 다르긴 하다만 내가 거주하고 있던 지역은 음식물을 따로 분리수거하지 않았고, 몇 지역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느슨한 분리수거 문화를 가지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년 영국에서 발생하는 1000만 톤의 음식물쓰레기 중 재활용되는 양은 180만 톤, 전체 중 18% 정도로 매우 적다. 영국 스타벅스에서 일하면서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기 위해 텀블러를 사용하는 손님들을 많이 보았고(한 번은 무료 쿠폰으로 벤티까지 가능하다고 벤티로 마시라고 권유했지만, 환경을 위해 꼭 자기의 텀블러를 이용하고 싶다고 멋지게 그란데로 받아가던 손님까지 있었다! ) 환경을 위해 채식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아직까지 '분리수거'에 대한 개념은 부족하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서비스' OLIO'
OLIO는 멀쩡하지만 버려지는 음식물을 이웃과 무료로 나누고자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농부 가정에서 태어나, 식재료의 모든 생산 과정을 보면서 자란 창업자 Tessa는 '음식은 버려지는 것이 아닌 소비되어야 된다'라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스위스에서 영국으로 이사를 가는 날, 가지고 갈 수 없었던 신선한 식재료 처리에 전전 긍긍하였다. 이웃에게 나눠주고 싶었지만, 이웃이 집에 있을지, 과연 이 식재료를 좋아할까? 고민하였고, 왜 소비하지 못하는 음식들을 버려야만 하는 거지? 버리는 대신 이웃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서비스가 없을까?라는 아이디어로 OLIO를 시작하였다. 현재는 음식을 넘어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도 무료 나눔까지 가능하다 'OLIO 슈퍼 영웅들' 이란 봉사 단체를 형성하여 기업들을 도와주는 서비스까지 진행 중이다.
1) 어떻게 나눔 받고, 나눔 할까요?
먼저, 나눔을 위한 상품 등록은 어렵지 않다.
메인 화면에 위치 기반으로 집 근처 무료 나눔 받을 수 있는 제품 리스트가 뜨고, 상품 등록한 이웃과 메시지를 주고받아 약속한 장소에서 물건을 픽업하면 된다.
무료 나눔 제품 등록 역시 비슷하다. 음식/ 음식이 아닌 제품/ 포럼(커뮤니티 공간) 원하는 카테고리를 선택 후 사진, 설명과 함께 게시물을 올린다. 제품 유통 기한에 알맞게 원하는 상품 등록 기간을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식품인 만큼 '유통기한', '알레르기'에 대한 정보가 매우 중요한데, 필수 양식이 아닌 포괄적인 '설명 '항목 밖에 없는 점이 매우 아쉽다. 또한 상품 등록 기간도 입력된 유통기한에 맞게 자동으로 인식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상품 올리는 사람도 유통기한에 대한 정보 입력을 놓치지 않고, 나눔 받는 입장에서도 아무리 무료 지만 유통기한에 대한 정보를 자세하게 알 수 있는 UI가 필요하다.
2) 당신의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세요!
환경을 위한 앱인 만큼 전반적으로 구석구석 '사회적 영향력'을 매우 강조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유통 기한은 필수 양식이 아니지만, 제품 수량이 필수 양식으로 별도의 선택창을 발견할 수 있다. 설명에 따르면 올리오 앱과 사용자가 환경에 주는 이로운 영향력을 계산하는 방법로, 'My impact( 나의 영향력)' 탭에서 수치화되어 확인 가능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랑 나눔을 하였는지, 이를 통해 아낀 음식은 얼마인지, 물은 얼마나 아꼈는지 수치로 보여주며 올리오 앱과 함께 '환경을 위해 무언가 하고 있구나'란 뿌듯한 경험을 제공해준다.
3) 나눔 이외에 환경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OLIO는 음식 무료 나눔 이외에 펀요 소로, 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챌린지를 제공한다. 'Goal'탭 클릭 시 환경을 위한 챌린지 카드 리스트가 나온다. ' 고기 없는 월요일' '드라이기 무시하기' '장바구니 사용하기'와 같은 카드를 좌우 스와이프 하여 '도전', '다음에 하기' 선택하며 환경 관련 챌린지를 선택할 수 있다.
카드를 선택하면 현재 몇명이 이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는지, 환경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아이콘을 통해 정보를 제공해준다. 재미있는 부분은 이 챌린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관련 제품을 홍보하여 바로 구매 링크로 넘어간다. 그나저나 친환경 데오드란트 사용이라니 ㅎㅎㅎㅎ예상 밖의 챌린지다. 참고로 저 포인트로 제품을 살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클릭해보니 이 포인트 관련 서비스는 아직 준비 중이다.
4) 함께 더 많이 나눠요!
올리오는 단순히 제품을 나누는 서비스가 아닌, 이웃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는 커뮤니티 역할을 하고자 한다. 이러한 커뮤니티는 'Forum'이란 탭을 클릭하며, 사용자들은 앱 사용 방법, 제로 웨이스트 실천 방법, 채식 레시피 등 환경 개선을 위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주고받을 수 있다.
전반적으로 '이웃과 안 먹는 식재료를 무료로 나눈다'라는 주 기능 보다, '더 나은 환경을 위한 서비스'라는 느낌이 들만큼 주기능 보다 부가적인 기능이 더 강조된느낌이다.무료 나눔을 넘어서 환경 개선을 위한 부가적인 요소로 서비스의 깊이와 다양성 더해야 하는 건 맞지만, 주 기능은 ' 아직까지 신선한 식재료 나눔' 이란 키워드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더 건강하고 안전한, 무료 음식 나눔 실천을 위해 유통기한 양식 작성 강화, 알레르기 같은 기본 정보를 더 강화해서 주 기능을 강화하여한다. 전반적으로 계층 구조가 명확하지 않고, 복잡한 인터렉션과 기능이 많이 들어가 아직까지는 개선해야 할 점이 많지만 과도한 식재료 낭비를 막을 수 있는 이런 서비스에 높은 평가 하며, 앞으로도 환경 개선을 위해 낭비를 막는 서비스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OLIO와 비교 할 수 있는 지역 기반 무료 나눔 서비스로 '당근 마켓' 을 뽑을 수 있겟지만 아직까지 식품에 대한 판매는 조심스럽고,100% 무료 나눔 기반으로 이루어진 서비스는 없다.
요 며칠간 비가 비이상적으로 많이 내렸다.해가 거듭날수록 장마철이라서 그렇겠지라고 말하기엔 하기엔 오늘도 길가에 넘쳐나는 플라스틱 소비, 낭비된 음식물들을 떠올리면 환경오염 때문인가..? 란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더 많이 나누고, 더 적게 버리자!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덜 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