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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방울 Jul 04. 2023

마냥 회피하던 나날들

글쓰기를 중단한 이유는 수만 가지, 재개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첫 브런치 북을 힘겹게 털어낸지 벌써 수개월이 흘렀다. 


살면서 경험한 가장 극적인 순간을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꼭 기록해 놓고 싶었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그 고난의 행진을 매일 밤 추억을 더듬거리며 부지런히 써 내려갔다. 브런치 작가 공모전 마감일에 맞추느라, 또 횟수나 분량이 길어지면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브런치매거진의 추천을 따르느라 많은 부분을 생략하거나 축약하고 다소 급하게 마무리했다. 당시에는 오만하게도 '(수상작으로 선정되면) 출판사와 상의하면서 더 자세히 풀어써야겠다'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런 기회는 오지 않았다. 


꽤나 독특하거나 인상적이라는 평을 듣는 나의 사랑과 진로를 향한 모험에 대해 차근차근 풀어내려는 계획이었지만, 그렇게 첫 브런치 북을 발간하고 나서는 당연한 듯 일상으로 돌아왔다. 


핑곗거리는 차고 넘친다. 어떤 날은 곤경에 처한 의뢰인 걱정을 하느라, 어떤 날은 망아지 같이 온 집안을 날뛰는 아이들 돌보느라, 어떤 날은 왠지 심신이 지쳐서 글쓰기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아이를 양육하는 많은 가정에서 '육퇴' 이후 넷플릭스를 틀어놓고 맥주 한 잔 하는 게 낙이라고들 하던데, 나와 남편은 아이들을 재울 때 십중팔구 같이 잠들어버리고 마는 게 결정적이다. 


대체로 평일 낮에 일을 하고 저녁에는 아이들을 돌보며, 주말은 가족들과 함께하는 워킹맘의 생활에 글쓰기가 파고들 틈은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는 변명을 읊조리며 합리화한다.  


내 글쓰기의 문제점은 실행을 이토록 무겁게 생각한다는 것이고, 더 큰 문제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에서 늘 글쓰기를 갈망하며 몹시도 애달파한다는 것이다.  


이제 '브런치스토리'로 바뀐 브런치는 그 와중에도 꼬박꼬박 접속해 다른 사람들의 글을 간간이 읽어보았다. 몇 가지 쓰고 싶은 소재를 오랜 기간 쌓아놓고 게으름에 풀어내지 못해 끙끙 앓는 나와는 달리 여기는 글쓰기를 일상화한 이들의 천국이다. 


나도 직업적으로 하게 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들, 육아의 기쁨과 피로함 등등에 대해 그날그날의 일기를 당장이라고 쓰고 싶다. 그래도 그전에, 가슴속에 품어온 숙제부터 해결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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