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정답은 1층뿐일까?
종일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1층으로 이사를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상황상 집 밖에서 자유롭게 뛸 수 없다면, 결국 집안이 놀이터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매번 아이에게 뛰지 말라고 반복하다 결국 큰소리나 나온다. 나 역시 노이로제가 심해지는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앞선다.
밤이 무섭다던 아이와 어제 형이 잠든 후 거실로 나왔다. 둘째는 계속 나에게 당부한다.
"화내지 말고, 잠자지 말고, 밖(거실)에 나가서 나랑 놀까?"
어제 내가 그만 자야 한다고 언성을 높였던 게 아이에게 각인된 것 같다. 감정을 쉽게 노출해선 안 되는데 엄마도 사람이라 이렇게 민낯을 드러낸다. 사는 게 참 힘들다. 감정을 감춰야 할 때가 있다. 나의 감정들이 아이에게 전부 흡수될까 두려워서이다. 그렇게 사는 게 어렵다. 엄마라는 이 굴레는 내게 참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아이들을 위해 나는 새벽에 일어나 제일 먼저 쌀을 씻어 밥통에 넣었다. 아침밥을 챙겨하는 엄마는 아이들의 끼니 걱정에 매번 밥통을 확인한다. 냉장고를 열어 반찬을 확인하고, 또 무엇을 먹여야 하나 골몰한다. 어제는 밥 먹이는 게 너무 힘들어서 지쳐버렸다. 아이들은 노느라 바쁘다. 첫째는 미역을 평소보다 조금 오래 담가 뒀니 미역국 맛의 미묘한 차이를 걸러냈다. 그리고 더는 밥을 먹지 않았다. 둘째는 간식이 과했는지 노느라 온 천지를 돌아다녔다. 내 목 위로 올라타가 밑으로 떨어질 뻔했다. 깜짝 놀란 나는 그만 큰 소리를 냈다.
"그만. 떨어질 뻔했잖아"
심장이 쿵했던 순간. 하지만 둘째는 마냥 신이 나있다. 재미있었다며 더 올라탄다. 목 위로 올라가 매달린다. 이번엔 업어달라고 한다. 그러다 달력을 내려와 읽어달라고 한다.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나를 흔들어놓는 둘째. 넘치는 에너지를 어디에 발산해야 할지 모르나 보다. 너무 업된 상태가 지속되니 나중엔 형이 먹던 도넛도 달려와 자기 입속으로 직행한다. 그러곤 얼마나 호탕하게 웃던지. 그 모습에 울던 첫째도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저녁이었다. 아이들은 뛰고 떠들고, 엄마는 좀 더 자제하자며 말리는 시간.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다. 특히 첫째가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집안 풍경도 좀 달라지겠지? 오늘 아침, 일찍 준비를 했다. 매번 급하게 유치원을 먼저 갔는데 오늘은 어린이집에 먼저 가자고 첫째가 제안했다.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첫째와 유치원에 가는 길. 둘째가 없으니 적막감이 몰려든다. 첫째는 힘들다고 씽씽카를 끌어달라고 한다. 나는 씽씽카를 끌며, 처음 유치원에 보내던 첫째 모습을 떠올린다. 많이 컸고, 또 많이 성숙한 아이. 첫째는 둘째는 예뻐하고, 둘째는 형을 잘 따른다. 불화가 발생하는 이유는 온갖 집안 물건을 자기 소유라고 주장하는 둘째 때문이다. 그럼에도 첫째가 화를 예전보다 내지 않는다. 둘째는 점점 더 고집이 세지는데 첫째는 둘째를 감안해 알아서 다른 장난감으로 바꿔가며 논다. 예전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첫째는 어쩜 진짜 형으로 자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첫째라는 책임감 따위는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진 않은데 결국 어쩔 수 없는 엄마는, 가끔 첫째에게 둘째를 맡기기도 한다. 같이 놀아줘라, 도와줘라 등. 첫째가 건강한 어린이로 잘 지냈으면 좋겠다. 둘째도 몸과 마음이 모두 튼튼한 어린이로 자라길 바랄 뿐이다. 아이들은 각자 존재로서 빛을 낸다. 그 빛을 알아봐 주는 게 엄마의 역할이다. 나는 가끔 망각한다.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한 건 나의 그릇 크기 때문이다. 좀 더 마음을 넓혀야 하는데 확장 공사가 쉽지 않다. 나를 리모델링하는 일은 어렵지만, 해야 한다. 좁디좁은 공간은 이제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머리가 너무 아프다. 아이들이 잠깐 뽀로로를 볼 때라도 눈을 감고 쉬려고 했으나 다시 일어났다. 마음이 지쳤다고 몸도 쉬게 했더니 그냥 나를 방치하는 상태가 되었다. 몸을 다잡고, 개수대에 그릇들을 정리한다. 음식물 쓰레기도 정리하고, 집안에 쌓인 쓰레기들도 모아 쓰레기통에 넣었다. 집안이 좀 정리되니 마음도 편안해졌다. 빨래도 다 갰다. 옷장 속에 넣고 나니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마음이 힘들 때 집안일을 하면서 나를 단련시켜야 한다. 그냥 이대로 지금 상태를 유지하면, 자꾸만 마음속에 빨간불이 켜진다.
화내지 않고, 격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 엄마가 되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하다. 아직 멀었지만, 이 또한 쉽게 포기해선 안 된다. 꾸준히 나를 닦고 단련해야 하는 것이 인생임을 이제야 서서히 깨닫는 건가. 그동안 나는 얼마나 개차반으로 살았던가. 지난 시간을 떠올리면, 급반성 모드가 된다.
어제도 층간소음으로 신경쇠약 직전의 나에게 아이가 편지를 건넸다. 부족한 건 어쩌면 엄마뿐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