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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리러브 Apr 06. 2023

홀서빙 알바 시작... 나는 아직 멀었구나

나는 멀었구나 아직  멀었구나 마음수련이 필요한 이유.

2주전부터 식당에서 홀서빙일을 시작했다. 오전 10시부터 3시까지하는 알바이다. 육아에 도움을 받을 수 없으므로 육아에 지장을 주지 않는 시간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보니 홀서빙 알바를 하게 됐다. 재택근무로 펼쳐지는 여러 일들은, 이를테면 블로그대행알바라든가 여러 일들에 비해 즉각적으로 페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했다. 재택근무일은 쉽게 끝이 나지 않고, 지지부진한 경우가 많다. 내가 했던 일들은 특히 컨펌이 떨어져야하고, 수정사항을 요구받지 않아아하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몸으로 일하는 노동의 길에 발을 디뎠다. 오로지 내 시간을 투자해 몸을 움직여 버는 돈은 결코 쉬운 돈은 아니었다. 돈을 번다는 것이 얼마나 눈물겹고 힘겨운지 알게 되었다. 


내가 일하게 된 식당은 소위말하는 대박식당이다. 그것도 모르고 집과 가깝다는 이유로 일을 하게 됐다. 대박식당에선 배울 점도 많다. 식당이 돌아가는 사정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다. 여러모로 잘되는 집이 왜 잘되는지 파악가능하다는 점에서 나는 흥미를 느꼈다. 직업적으로 한때 나도 이런 이유를 찾아 방송을 하기도 했던 터라 식당의 컨디션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국물을 뜨는 바가지가 플라스틱인지 아닌지, 주방의 청결상태, 식기의 세쳑과정, 물과 행주는 어떤 방식으로 관리하는지에 대해. 뭐 100% 만족은 없다. 아쉬운 점은 많지만 대박식당은 대박식당이었으니까. 사장이 있는데 주방에서 일한다. 사장인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다. 할 일만 하고 직원들에게 대단한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식당 내에서 말많은 사람들은 직원들이다. 그들은 알바들에게 어느 선까지 일을 시켜야할지 고군분투한다. 지금은 그만 둔 직원 중에 한명은 특히 심했다. 자기들끼리 얘기한다. "재를 시켜야 너가 편해". 다른 한 명이 말한다. "온지 얼마나 됐다고". 물꼬를 튼 직원이 되받아친다. "나는 다했어". 이런 식의 대화를 나는 모른척했다. 정신수양의 의미로도 일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는 좀더 성숙하고 사회적으로도 무리가 없는 인간으로 성장하길 원했다. 그런데 원활하지 못한 인간관계로인해 맘이 편치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더 그랬다. 오히려 어릴 땐 거침없었다. 육아를 하고 나선 독박육아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스킬을 많이 잃어버렸다. 특히 또래 엄마, 나이든 여성들과의 대화에 서툴다. 생각해보면 예전에도 그랬지만.... 게대가 나태해졌다는 생각에 잠깐 일만하는 시간으로 나를 수련하는 중이었다. 그 어떤 일을 시켜도, 욕을 먹어도 이겨내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처음에는 욕도 많이 먹었다. 그러다 5일지나 조금씩 익숙해졌고, 욕먹는 회수도 줄었다. 나보다 기본 7살이상 많은 분들 사이에서도 꿋꿋이 버텼다. 이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각자의 노하우가 있다. 그리고 식당에도 정해진 규율과 일하는 방식이 정해져있다. 그러므로 이를 어길 경우 호된 욕을 먹을 각오나 힐난받는 눈초리를 견뎌야한다. 머리와 입으로만 일을 해온 나는 몸을 쓰는 노동에 최적화된 인간이 아니었으니 숙달된 분들이 보기에는 많이 답답했을 것이다. 반찬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 것도, 물을 준비해 주문을 받는 것도, 메뉴를 기기에 입력하는 것도 느리고 어설펐다. 내가 봐도 그랬으니. 그럼에도 가르쳐주시는 분은 말은 거칠게 하는데 좋은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나는 그분과의 대화를 이어갈 수 없다. 듣는 입장이다. 그분이 살아온 세월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지금은 경제적인 이유로만 일을 하는게 아닌 것으로도 보인다. 그저 집에서 놀면 몸이 더 아프니까 나와서 일하는 노년이 많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많았다. 물론 돈도 중요하다. 돈을 받지 않는다면 고된 노동을 버틸 재간은 없다.


하지만 일이 터지고 말았다. 그날 나는 2시 반이 넘어 테이블 위에 냅킨과 종이컵을 채우고 있었다. 아주 빈건 아니지만 부족해보이는 곳이 있었다. 문제는 내가 너무 대놓고 그일을 했다는 것이다. 몇개만 채울꺼면 작은 바구니에 넣고 돌아다니면서 하면 되는데 카트 위에 박스를 올려놓고 했다는 것이다. 손님들은 꾸준히 들어오는 상황에서 대놓고 일을 하는건 오래 일해온 분들 눈에 거슬렸던 것이다.


"누가 너 지금 이거하래"

"지금은 안해도 돼. 왜 하고 그래"


홀에 있던 두분이 득달같이 달려왔다. 나는 지난 2주간 들었던 말들을 떠올렸다. 이분들 말고 다른 직원이었다. 이분들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직원 한 명이 알바 끝나기 전에 비품을 확인하고 채우라고 했다. 물도 냉장고 안에 있는지 확인해보라고 했다. 내게 뭐라했던 분들 중 한 명은 지나가가 냅킨 비었다며 제대로 하라고 했다. 카트 밑에 쟁반이 없거나 카트 밑에 그릇이 남아있으면 일당에서 뺀다며 정신차리라는 말을 하고 갔다. 잘하라고, 농담이 섞인 말을 한 건지만 매번 들을 때마다 등골이 서늘했다. 그때 나는 순간 울컥하고 말았다.


"어떤 분은 저보고 이거 다 체크하라고 그랬어요"

"야 그년이들이 너한테 텃새부리려고 하는거잖아"


아 그렇구나. 텃새구나. 그래 알면서도 나는 그 텃새를 받아주고 있었구나. 받아주지 않았다면 또 어땠을까. 그렇다고 지금 이분들이 내게 하는 행동도 텃새와 뭐가 다를까. 지금 다른 일이 바쁘니 이건 오늘 말고 내일해라라고 말해주면 어땠을까. 지금 하지말라고 달려와 소리치고 뭐라하는 그들의 말에 나는 귀와 입을 막았다. 두분들이 나를 보는 눈초리가 심상치 않았다. 집에 갈 때 인사도 받지 않았다. 


다음날, 일이 진짜 터졌다. 10시반부터 3테이블이 동시에 들이닥쳤다. 다들 홀에 없었다. 혼자 세 테이블의 매뉴를 받다보니 마지막 테이블로 갈 땐 물통을 챙기지 못했다. 일단 먼저 주문을 받았다. 그때 어제 내게 뭐라했던 분이 등장했다.


"왜 물통 안챙겼어. 그건 기본이야. 제대로해"


감정이 실린 말투로 내게 뭐라고 했다. 이분들은 아마도 내 기를 좀더 눌러줘야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분들이 보기에 새파란게 젊은게 나이든 자신들을 무시했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때 나는 결국 한 마디 하고 말았다. 하지 말았어야했다.


"모르는게 아니라 상황이 그랬어요"


날선 목소리였다. 날선 목소리를 들은 그분은 더 화가 났다. 조근조근 무섭게 말하기 시작한다. 언성이 오갔고 결국 팀장이라 불리는 분이 데리고 왔다. 다른 직원 한 분이 그만하라고 했다. 내 그럴줄 알았다는 식으로. 


"나는 이런 일들을 너무 많이 봐서"


그분은 나이가 많으시다. 일처리를 너무 잘한다기보다 불평없이 웃으면서 일하는 분이다. 그런데 자기 영역을 넘으면 불편해하면서 지적을 한다. 그분의 특징은 일관성이 있다. 그래서 어렵지 않다. 일관성이 있으니까. 그 선을 넘지 않으면 되니까. 그분이 일을 잘하든 못하든. 내게도 하다보면 재밌는 일이야라고 말한다. 그분은 더 많은 돈을 받는걸까. 그런데 여기 일하는 분들은 서로 자신이 더 많은 일을 할까 몸을 사린다. 그게 느껴진다. 손님욕도 하기도 한다. 너무 힘들어하는 표정으로 일하는 분도 있다. 왜 나만 일을 많이하게 될까 얼굴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결국 나도 그런 부류에 들어가고 말았다. 울음까지 터졌다. 이제 막 2주 지난 나에게 직원마다 지침을 주고, 왜 안했냐고 하고, 뭔가 할 때마다 계속 지적을 하면 어떻게 일할 수 있냐는 토로를 했다. 하지 말았어야했다. 감정을 단련하지 못한 나는 나에게도 패배를 했다. 나는 그들과 적대적인 위치에 있을 필요는 없다. 그분들은 오래 일을 해야하는 분들이고, 나는 알바생으로 잠깐 왔가가는 입장이 될테니까. 내가 오래도록 그 일을 할 수 없다는 걸 시작부터 나는 알고 있었으니까. 첫날, 일하는 한분이 내게 말했다. 


"여러번 왔다갔다할 필요없이 한 번에 다 챙기고, 웬만하면 셀프코너에 있다고 말해. 왜냐하면 우리는 오래 일해야하니까"


몸이 바스라질 정도로 일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다. 아프다고 사장이 챙겨주는 것도 아닌데 슬슬 일하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바쁠 때 열사람 몫을 해내는 그분을 보면서 이 세계도 프로가 존재하는데 프로가 자신이 프로임을 자부하며 일하는 것과 피해자입장에서 불평하며 일하는 차이에 대해 생각했다. 손님이 너무 많이 오면 바쁘다. 정신없다. 그럼에도 손님이 와주니 고마운 일이다. 일할 수 있는 기회는 사장이 준다기보다 손님이 주는 거니까. 이 일을 하면서 하루 기본 만보이상 걷는다.  밥먹을 시간도 없다. 점심은 패스한다. 직원들 점심 시간이면 나는 일을 마친다. 5시간 이상 서있는다. 첫날 일하고 나서 왼발 새끼발가락에 멍이 들었다. 어디에 부딪친것도 아닌데 파랗게 멍이 올라왔다. 지금은 보라빛으로 바뀌었다. 얼마다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사장의 등장으로 갈등은 수습됐지만, 그들과 나 사이의 냉랭한 기운은 여전하다. 나는 7월까지 생각했던 일인데 6월까지할까, 그러다 5월까지만 할까 왔다갔다한다. 일이 힘든 것보다 어디든 인간관계가 힘들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물리적인 관계와 멀어지다보니 잊고 있었다. 육아와 새벽기상은 여전히 나의 루틴이다. 5시간 일하고 오면 녹초가 되지만, 그러나 나란 존재를 잃어버릴 것 같아 글을 쓴다. 쓰던 글은 체력이 달리면서 힘을 좀 잃었다. 슬픈 일이다. 그럼에도 다시 일어서야지라며 글을 쓴다.


  오랜만에 브런치를. 브런치 스토리로 재단장한 이곳에. 나도 나를 재단장하기 위해 시작한 알바이다. 마음을 단련하자.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말자. 아무 일도 아닌데 격하게 받아들인 이유는 따로 있을 것이다.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가끔 행주를 훔치면서 테이블을 치울 때, 테이블 위에 음식을 내려놓을때, 테이블을 닦을 때 등. 나도 내가 이런 일을 하게 될 줄 몰랐다는 생각. 전에 했던 일이 비해 내세우기 힘든 것 같다는 생각. 아이들에게도 엄마가 어떤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는 점에, 여전히 내가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과 돈을 맞바꾸는 일, 그 주급이 친구가 하루 중 2시간 강의해서 버는 돈과 비슷하다는 자각이 들때, 뭔가 마음이 흔들린다. 감정적으로 편치 않다...사실이다. 직업에 귀천을 따지는건 아닌데 쉽지 않은 선택이었나싶다. 몸을 움직여 괜찮았는데 사람들과 틀어지다보니 마음이 불편해지면서 더더욱 생각이 많아졌다. 아직 나는 어른이 되려면 멀었구나, 사회적인 존재로 살기엔 많이 부족하구나 그런 생각을 한다. 고로 나는 반성한다.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떠도는 새벽이다. 날이 밝아가고 있으니 다시 하루시작을 위해 방정리에 들어간다. 여전히 나는 존재로 살고 싶은거구나. 이런 물음이 많아지는건 좋은건지 나쁜건지 모르겠다. 그저 눈앞에 닥친 일에 집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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