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치를 쌓는 것과 육아, 그리고 나의 성장
경험, 다양한 경험이 삶에 주는 영향력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리고 나는 아이를 통해 그간 나의 경험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알아가는 중이다. 아이에게 일어나는 다양한 경험이 내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다.
첫째 방과 후 교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구청에서 하는 바둑대회인데 참가해보라고 했다. 올해부터 아이는 방과후 바둑체스 수업을 듣는다. 선생님께서는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며 참가를 독려한 것이다. 아이도 좋다고 했다. 그리고 벌어진 일. 바둑대회를 나간다는 아들을 위해 바둑을 가르쳐야된다고 작정한 아빠와 그냥 자기 맘대로 하고 싶은 아들 사이에서 트러블이 자꾸 발생했다. 아빠는 아들이 놓치고 있는 수에 대해 지속적으로 훈수를 뒀고, 가르치기위해 하나라도 더 가르치기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작정하고 가르치려고 달려들면 으르렁대는 사자같은 아이에게 그 방법을 도통 먹히지 않는다. 순한 양한테 써야할 방법이다. 결국 바둑을 얼마못가 두지 않았다. 둘째였다면 뭐라고? 하면서 조금은 더 수긍했을지도 모르지만, 이 아이는 자신이 본 것, 자신이 경험한 것이 아니면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는다. 경험을 통해서만 받아들인다. 이말은 즉슨, 자신이 경험을 통해 판단하고 싶다는 것.
부모는 아이에게 실패감을 주지 않기위해 이런저런 훈수를 두고, 미리 차단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듣고 자라는게 아니라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하지 않는가. 사춘기 아이들과 트러블을 없애려면 일단 말을 하지 말라고는 것. 나 역시 늘 이말을 명심하고 있다. 말을 줄이면 대화가 수월해진다.
그리하여 나 역시도 말수를 줄이고, 최대한의 경험치를 쌓기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번 프리마켓에 참여한 것도 그렇고, 내일 있을 아이의 바둑대회 참가도 그렇고, 시에서 운영하는 생태프로그램에 가족 체험을 신청한 것도 그런 이유이다. 7월 말에는 수라에 갈 예정이다. 숙소는 익산에 잡았는데 차로 20분 거리라고 한다. 군산 여행도 떠오르고, 익산에 있는 미륵사지 석탑도 보고 싶다. 초등학교 때 미륵사지석탑 사진은 교과서에서 보고서 마음이 아렸던 기억이 난다. 일제강점기 때 시멘트를 뒤를 발라버려 형체를 잃어버렸던 석탑.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돌탑은 그렇게 역사의 우여곡절을 견뎌왔고 지금은 복원됐으니 가봐야할 것 같다.
3월에 시작한 아르바이트도 생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었다. 그 일로 나는 많은 것을 깨달았고 나를 내려놓았고 나의 어리석음과 부족함을 깨달았다. 마음수련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몸은 고됐지만, 그만큼 좋은 경험이었다. 과정은 어찌됐든 결과적으론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그리고 이제 다음주면 끝난다.
이제 다시 나는 다른 경험을 찾고 있다. 그동안 했던 패턴대로 살지 않으려면 새로운 뭔가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작정하고 달려드는건 아니다. 그간 여유없이 살았으니 이제 좀 여유를 찾고, 읽고 싶었던 소설목록을 정리해 한 권씩 클리어해나갈 것이다. 아이 방학이 오면 공원과 산으로 탐조를 다닐 예정이다. 첫째가 해보고 싶었던 소소한 것들도 할 예정이다. (분식집에서 떡볶이 사먹기,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 먹기-햄버거 한 번도 안 먹어본 아이- 등) 아이는 방학동안 시에서 운영하는 체육관에서 일주일에 한 번 배드민턴을 치고, 방과후 학교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 바둑을 둘 것이며, 매일 탐조를 하고 일기를 쓴다고 했다. 탐조일기책을 사줬는데 보면서 자신도 새목록을 정리해야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나 역시 새와 나비, 곤충, 나무 등 세상만물들 그러니까 지구를 해하지 않는 존재에 대해 좀더 많은 관심을 가질 예정이다. 나비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제 나비가 날아다니면 이름을 부른다.
안녕, 암먹부전나비야!
안녕, 긴꼬리제비나비야!
안녕, 호랑나비야!
안녕, 네발나비야!
소중한 경험들이란 일상 속에서 미처 깨달지 못한 것들을 일깨우는 감각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생의 감각일 것이다. 생의 감각을 나는 일깨우며 올 여름을 지낼 것이다. 여름이 지나면 나도 아이도 부쩍 성장해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