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받거나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술은 참 좋은 친구였다. 술은 참 매력 있다.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이들과 원하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다. 여기에 음악까지 더해지면 무아지경에 이른다. 이 모두가 맞아떨어질 때 가슴 벅참, 감동 그리고 희열은 뭐라 표현할 수 없다. 하지만, 부정맥으로 술을 못 마시게 된 후에는 달리기로 이를 대신한다. 스트레스로 술이 생각나는 상황이면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시간을 비우고 운동복과 운동화를 챙긴다. '러너스 하이' 규칙적인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달리면서 느끼게 되는 긍정적인 기분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지며 상쾌한 느낌을 넘어 느끼는 쾌감' 몸에서 엔도르핀이 분비가 왕성해지는 상태를 말한다. 엔도르핀은 인체 내에서 분비되는 마약성 진통제로 알려진 모르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호르몬이다. 엔도르핀 분비량을 촉진하는 여러 환경이 있다. 인간은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할 때 엔도르핀 분비가 증가된다. 규칙적인 달리기는 엔도르핀을 증가시키는 유익한 방법 중 하나이다. 하지만, 달리기 시작 직후 엔도르핀이 증가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이러한 기분을 느끼게 된 것도 달리기를 시작한 후 초기가 아니라 어느 정도 지나서이다. 애초에 달리면서 이런 것은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달리다 보니 어느 순간 기분이 상쾌해지고 몸이 가벼워지면서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뭐라 설명하기 어렵지만 이유 모를 행복감, 활력이 넘치는 기분, 진한 커피 한잔으로 피로가 해소된 것 같은 느낌 등 긍정적인 기분이 복합적으로 머리와 가슴을 채웠다. 그런데, 이런 묘한 기분이 한 번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그것도 거의 매번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특히 술을 끊게 된 후 음주 대신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달리기를 하게 되었다.
내 경험에 의하면 적어도 30분 이상 달린 후에야 비로소 기분의 변화를 느낀다. 스트레스로 머리가 가득 찬 날은 일부러 이러한 기분의 변화를 의도하고 달린다. 하지만 내가 의도한다고 계획대로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그저 마음을 비우고 달리다 보면 어느새 달리는 이 길의 주인은 내가 된다. 이런 기분이 들고 몸이 가벼워지면서 하늘을 쳐다보며 미소 지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이때 두 팔을 벌려 자신감 있는 표정을 지으며 이 기분을 몸으로 만끽한다. 이렇게 해서 10km를 완주하고 나면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내가 달리기를 지속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다. 이러한 경험은 나뿐만이 아니다. 많은 운동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밝혀져있다. 내가 경험했던 러너스 하이는 달린 후 30~40분이 지나서야 기분의 변화를 느끼게 되는데 여러 논문에서 달리기 시작한 후 40분 정도가 경과되어야 엔도르핀이 증가되고 기분의 변화를 맞게 된다고 보고하고 있다. 내가 그 논문 속의 피험자였던 셈이다. 달리기를 통해 나타나는 이러한 변화를 의도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상당수의 전문가들이 불안, 우울, 낮은 자존감 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규칙적인 운동을 추천한다. 특히 유산소운동은 특효약이다. 뭔가 일이 안 풀리고 스트레스로 힘든 날에는 운동복을 챙겨 입고 속된 말로 "뽕" 맞을 각오로 집을 나선다. 처음에 떠오르는 억지로 달리는 기분을 참고 달리다 보면 어느새 다시 신묘한 기분을 감지하게 되고 계획한 10km를 완주하고 나면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긍정적인 힘을 갖게 된다. 달리기는 나에게 있어 매일 먹는 영양제이자 치료약이다. Running is my therap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