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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가게 Oct 07. 2021

이혼이 연애할 때 좋은 점

     

 사람 만나는 것을 포기하진 않았지만, 연애를 그렇게 빨리 시작할 줄은 몰랐다. 전 남편과의 십 년에 걸친 인연을 지속하는 동안  둘의 행복을 위해 노력했기에, 다시 사랑할 자격은 충분하 생각했다. 혼자 행복한 삶이 아니라 다시 둘이서, 믿음과 사랑이 가득한 부부로서 충만한 감정을 느끼고 싶었다. 


 지인을 통해 알게 된 그 사람과의 관계가 진지해졌음에도, 그는 내게 확신이 다고 했다. 나는 그가 부모님께 내 소개를 망설이거나 친구들에게 내 이혼 경력을 말하지 않는 것은 이해가 지만, 선자리를 수락할 때의 섭섭함은 어쩔 수 없었다. 본 적도 없는 예쁜 옷을 다려 입고 그녀를 만나러 갈 때의 야속함, 만남 이후에도 그녀와 일주일 넘게 문자를 주고받을 때의 질투심이 어쩌면 내 문제일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인생에서 이혼을 제일 잘했다고 생각했고 주변 모두가 잘했다고 말해주는 분위기 때문에, 이혼이 상대에겐 부담이 된다는 걸 그의 흔들리는 눈빛을 읽고서야 알게 된 거다. 그렇게 내게 확신이 없어선지 날 소개할 자신이 없어선지 원래 연인에게 그런 스타일인지 몰라도 그는 내게서 단점을 발견할 때마다 화를 냈고, 나는 그게 화낼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치겠다고 그를 달래며 만남을 계속했다. 상대를 맞춰주고 이해하는 게 처녀 때처럼 자존심 상하거나 어렵진 않았으니까.


 서로를 몰랐던 연애 초기의 숱한 별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1년이 지난 지금, 그와 결혼을 준비하면서 돌아본다. 자신이 없었던 그가 했던 것처럼 나도 똑같이 감정적으로 그를 대했다면 지금처럼 편안하고 예쁘게 만날 수 있었을까. 상대에게 지기 싫어서 자존심으로 대했다면, 지금의 다정한 그가 내 옆에 있었을까.




 결혼을 하고 제일 와닿은 건 ‘결혼은 현실’이란 말보다 ‘사람은 안 바뀐다’는 거였다. 어릴 때부터 내 결혼 신념은 ‘결혼할 때 중요한 건 돈보다 사랑’이었다. 오지로 시집가는 내 결혼을 반대하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랑 제일주의’를 외쳤고 시골 어른들이 속된 말로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여!"라 말할 때도 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주변의 유혹을 못 이긴 전 남편이 손쉬운 쾌락에 물들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가도, 내가 잘하면 다시 연애 때의 충실했던 그 남자로 되돌릴 수 있다고 믿었던 그 이상한 신념 때문이었다. 내가 선택한 사람과는 돈이 없어도 사랑할 수 있다는 믿음이 '헛된' 망상이란 걸 3년이 지나서야 깨달을 만큼 미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호되게 깨닫고도 다시 사랑을 믿는다. 이제는 상대방의 단점을 고쳐야겠다는 마음보다, 내가 상대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맞춰주고 배려하면서 둘 다 좋은 사람이 되자고 생각한다. 그것이 이혼을 하고 얻은 가장 큰 교훈 인지도 모르겠다.


 행복의 절대 기준이 사랑이 아니란 것은 이제 안다. 그러나 실속만을 따지는 가성비 결혼이 현실적인 만족을 줄지는 몰라도, 행복의 바로미터가 될 수 없다는 건 더 잘 알겠다. 그러니 나는 끝까지 사랑에 충실한 두 번째 결혼을 준비하며 이전과는 다를 거라고 믿는다. 오래오래 행복한 결혼생활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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