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가게 Dec 24. 2021

결혼, 어떤 사람과 해야 하나요?

사랑과 조건 중 선택한다면?

  이 나라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결혼이 싫다기보다 '아직 좋은 사람을 못 만나서', '경제력 여건이 안 돼서', '내 삶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이유 등으로 결혼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물론 혼자 있을 때의 자유와 행복도 무시할 순 없지만, 능력 있고 예순도 되지 않은 한 지인이 작은 고민 하나 나눌 사람 없어 쓸쓸해하던 그 외로움을, 이십 년 후의 나는 감당할 자신이 없다.  


 각종 매체와 커뮤니티에 소개된 수많은 사연들을 읽다 보면 결혼에 실패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드라마나 영화, 웹툰에서처럼 매력적인 주인공으로만 보였던 남자가, 결혼하고 나니 '괴담 속 지질남'과 어찌나 닮았는지. 그들의 생생한 후일담이 결코 남일 같지 않아서, 나라고 그러지 말란 법은 없을 것만 같아서 그렇게나 비혼 주의를 외치고, 딩크족을 선언하는 비율이 점점 많아지는 거겠지.




 그래도 결혼을 하게 된다면 어떤 사람과 해야 결혼생활이 행복할 수 있을까? 얼마 전, 남녀의 연애스토리를 그려낸 <미혼 남녀의 효율적 만남>이라는 웹툰을 보다가 한 인상적인 댓글을 읽었다.


 "결혼해본 사람으로서, 결혼할 때 돈이 우선 맞습니다. 돈 없으면 사랑? 몇 년 있으면 사라집니다." 너무나 현실적인 답변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이내 공격적인 답글들이 달렸다.


상대방의 조건을 보려면 본인도 비슷한 수준의 조건을 갖춰야죠.
요즘엔 결혼 안 하는 게 최고.
왜 돈 VS 사랑이죠? 결혼은 밸런스입니다.
사랑하면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어요. 사랑도 노력입니다.
님 인생도 안타깝네요. 헬조선 부부들이 그렇죠 뭐.
조건 좋으면 결혼하라니. 상대에게 얹혀가려는 거지근성이네.
조건만 보고 가는 건 몸 파는 것과 다른 게 없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능력 키워서 혼자 사는 게 낫지 않을까요.


 하나하나 각자의 의견이 있을 테니 공감은 하지만, 어쩐지 씁쓸함을 감출 수는 없었다. 사실 여자가 능력 있는 남자를 배우자로 선호한다는 건 생존과 관련됐다는 설이 있다. 원시 시대 때부터 여자들보다 상대적으로 힘이 센 남자들이 사냥을 나가 먹잇감을 구해야 했고, 여자들은 주로 채집 등을 하면서 동굴 및 움막에서 사냥 나간 남자를 기다렸다.


 만약 사냥 나간 남자들이 돌아오지 않거나 먹잇감을 구해오지 못하면 자신들도 굶게 되고, 짐승들로부터 목숨이 위험해지기 때문에 자신과 가족을 제대로 지켜줄 남자를 배우자로 선호한다는 얘기다. 이 설의 배경이 70만 년 전 구석기시대라고 해도 불과 몇 백, 몇 천년 전까지 살아온 선조들의 생활상이니 그 뿌리가 지금과 닮아있는 건 분명하다.     

 


 결혼할 때 조건만 본다면 경제적 문제로 싸울 일은 적으니 반은 성공할 듯 하지만,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평생 남은 인생을 살 수 있을까? 사실 결혼해서 살다 보면 배우자가 '얼굴만 봐도 밥맛이 뚝 떨어지는 비호감'이 아닌 이상, 살 붙이고 살다 보면 가정을 위해 애쓰는 남편에게 정이 가고 애정도 생기게 마련이다. 사랑이라는 주관적인 경험에 정답은 없어서, 불같은 열정이 사라진 '정'이라는 사랑의 형태가 낯선 이들은 그 사람과 결혼해도 될지, 예능이든 인터넷이든 누구에게든 붙잡고 물어보고 싶을 테다.     




 돈이 없으면 결혼을 진지하게 고민해보라는 조언들이 비록 속물 같아 보여도, 가난한 남자와 결혼해 본 나로서는 뼛속 깊이 동의한다. 나아지지 않는 형편과 많아지는 나이에 조급해지면, 자격지심만 더해져서 아내를 본인의 화풀이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거기다 잔소리라도 하는 날이면 이런 말을 들을지도 모른다. '내가 널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때 네가 결혼하자고만 안 했어도', '널 만나서 상황이 더 나빠졌으니 너에게도 책임이 있다'면서.


 물론 모든 남자들이 이렇진 않다. 그러나 연애나 동거와 달리 하기 싫은 일들이 생각보다 많은 결혼 생활에서, 심지어 경제적 문제로 곤란을 겪는다면 그 결혼 생활은 생각보다 더 끔찍하고 비참할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이 예상되는 결혼 앞에서 '그 사람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 내 남자만큼은 절대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자기 사람 하나 지킬 성실함도 보여주지 않으면서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게 해 줄게’라는 결혼 전 공수표를 날리던 남편을 아직 믿고 있는 순진한 아내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결혼이 원래 이런 건가. 그래, 모든 결혼 생활이 좋을 순 없지.' 사랑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결혼이라는 환상만 믿고 오직 남자에게 끌리는 애틋함을 믿고 가려는 그 미련함을 반대하는 것이다.


 넉넉지 않은 경제력에도 배우자의 다정함, 성실함 등으로 만족하는 부부들도 있지만, 그것에 애정이 유지될 만큼 충분한 사랑을 보여주는 좋은 사람은 흔치 않다. 그리고 그렇게 좋은 사람이 나와 사랑에 빠져 결혼에 골인하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아니면 그걸 알아본 똑똑한 여자들에게 벌써 조기 품절됐거나.


  왜 진작 읽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결혼 바이블 <인생을 바꾸는 결혼 수업>에서 남인숙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와 결혼하고 싶게 만드는 동기를 100으로 보았을 때, 그중 조건은 최소한 40, 사랑은 최소한 20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나머지 40은 조건이나 사랑 둘 중 하나, 혹은 그 둘 모두로 채워야 한다."


 여기에 반박할 수많은 예시가 있겠지만, 그만큼 조건이 중요하다고 설파하는 작가의 말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조건'과 '사랑'만으로 결혼의 동기를 채우기엔 뭔가 부족해 보인다. 앞서 소개한 웹툰의 마지막 댓글이 그 나머지 40을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결혼할 때 중요한 건 돈과 사랑이 아닌, 사람과 사랑이어야 할 것이다> 이 말이 진짜 정답이기 위해 한 마디 덧붙이고 싶다. 그 사랑의 유지를 위해선 노력이 구할 구푼이라고.




* 이 글은 네이버 웹툰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과 해냄출판사에서 펴낸 남인숙 작가의 <인생을 바꾸는 결혼 수업>을 참고하였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행복의 3요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