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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효정 Sep 26. 2019

[웹툰기획] 이야기를 못 짜겠어요

그림 작가가 원작자 또는 글 작가와 일하는 경우

이야기를 못 짜겠어요


이렇게 말씀하시는 웹툰 작가 지망생을 종종 만나는데 (정말이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지는 않다. 

이야기의 중요성을 이전 화에서 줄곧 이야기했는데 이제 와서 다른 말을 하는 건가 싶은가?

본인이 못 짜면 스토리 작가와 일하거나 원작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 경우엔 웹툰의 그림 작가로 나서게 되는 것인데 최근엔 이렇게 활동하시는 분들도 많다. 

웹툰 시장이 커지다 보니 연재처도 많아졌고 작가 수요가 늘어서 글과 그림이 다 가능한 작가가 아니어도 작가 데뷔가 용이해졌다. 

도저히 이야기를 못 짜겠다는 분들은 웹툰 관련 카페에서 스토리 작가와 팀을 짜기도 하고, 제작사에서 연결해준 원작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야기가 매우 중요하지만 그걸 '직접' 짤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가 되어가는 중인 것이다. 



원작을 활용하는 경우


최근의 유료만화 쪽에서 보이는 트렌드는 단연 원작 활용이다. 

커져가는 웹소설, 장르소설 쪽에서 검증된 작품을 원작으로 하여 웹툰화하는 것이다. 

이 경우는 대부분 제작사나 에이전시, 원작자가 주도하여 해당 원작과 어울리는 그림체를 찾아내고 매칭을 시도한다. 

그림작가가 제일 마지막에 세팅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림작가 입장에선 인기로 이미 한번 검증된 작품을 웹툰화하는 것이라 안정적인 작품화를 기대해 볼 수 있겠다. 

그런 장점이 있는 반면에 초보 그림작가는 ‘각색’의 어려움에 부딪히게 된다. 

다행히 경험이 있는 제작사와 일해서 각색 작가가 따로 있는 경우는 큰 어려움 없이 진행하게 되지만, 많은 경우에 이 각색 때문에 인기작인 원작이 평범한 웹툰이 되곤 한다. 

원작이 무척 재미있는 작품이라 해도, 그건 텍스트로 구현된 장르이다. 

시각적으로, 혹은 ‘만화적으로’ 표현해 내는 건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그럴 때 내 경우에는 아주 단적으로 말해서  ‘다 날려버리세요’라고 한다(…).

신인이 직접 스토리를 짜는 경우에도 똑같은 얘기를 하는 편이니, 나는 신인에게 있어서 이 ‘날려버리는’ 것이 꽤 중요한 스킬이라고 보는 것 같다. 

다시 원작 각색으로 가서,  ‘다 날려버리세요’라는 것은 풀어서 얘기하자면 이런 것이다. 

만화화했을 때 독자가 알 필요가 없거나, 나중에 알아도 되거나, 언급만 되고 지나가도 될 ‘설정’, ‘인물’, ’에피소드’를 빼는 것이다. 

웹툰은 한 화가 50~80컷 정도로 진행되는데, 이 안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매우 제한적이다. 

그러니 원작에서 전달하려는 메인 스토리 하나, 주인공의 메인 특징 하나 정도를 남기면 나머지는 가능하면 최대한 지워가야 한다. 

그렇게 해서 ‘웹툰으로 읽었을 때’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 웹툰화의 전제이다. 

원작을 잘 살리려고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그래서 중언부언 설명과 설정이 늘어지고 인물은 너무 많고 사건 전개는 느린 작품이 되어선 작품이 재미있기 힘들다. 

그래서 각색을 직접 하려면 어느 선까지 각색이 가능한지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원작을 읽어보고 대략적인 각색 방향을 정한 다음에, 이런 식으로 하겠다는 기획안을 넘기는 게 제일 깔끔하겠다.

경험이 많은 제작사라면 원작자에게 ‘변경 가능’한 범위에 대해 사전에 조율해 주지만, 

그래도 원작자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사전에 알려주는 것이 같은 창작자로서의 예의가 아닌가 싶다. 




글작가와 일하는 경우


최근엔 글작가와 그림작가 분업도 정말 많다. 

이 작업에서 주의할 점은 정말 기본 중의 기본인 ‘역할 분담 확실히’이다. 

꽤 많은 경우에 ‘싸워서’ 팀이 깨진다. 

트러블이 생기는 이유는 많겠지만 그림작가가 스토리에 대해 간섭하고, 글 작가가 그림체에 대해 간섭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긴다. 

물론 그림작가도 스토리에 의견을 낼 수 있고, 글작가도 그림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지만 

의견을 냈는데 상대가 안 받아준다고 화내기 시작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내가 의견은 낼 수 있지만 판단은 그 사람이 할 일이란 것, 

우리의 역할은 글과 그림으로 나눠져 있고 그 분야에선 상대가 전문가라는 것을 인정하고 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작가와 일하는 경우에 종종 받는 질문은 ‘수입 분배는 어떻게 해요?’이다. 

굉장히 다양한 요소가 반영될 수 있지만, 회사의 기획 없이 글작가와 그림 작가 두 명이서 일한다면 보통 30% 정도가 글작가 몫으로 나눠진다. 

‘다양한 요소’에 따라 여기서 가감이 발생하니 이것은 정해진 숫자는 아니다. 참고만 하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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