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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효정 Apr 24. 2020

[웹툰 기획] 스마트폰으로 봅니다.


종이 매체 시절에 한 페이지 안에 3~4단으로 꽉 채워 만들던 흑백 원고와, 세로 스크롤로 pc에서 보던 컬러 웹툰을 지나서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보는 웹툰 시대다. 

다 아는 얘길 왜 하냐면, 그렇게 스마트폰으로 보는 웹툰인데도 여전히 pc용 웹툰과 비슷한 연출을 하는 작가분들이 많아서. 

그 얘길 해볼까 한다.


플랫폼마다 근소한 차이는 있겠으나 요즘 웹툰은 90% 이상 스마트폰에서 소비된다고 봐야 한다. 

굳이 pc앞에 앉아서 웹툰을 보는 사람보다 짬날 때 스마트폰으로 가볍게 보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뜻이다. 

스마트폰이 바꿔 놓은 우리 모습 중에 하나이다. 


그런데, pc용 웹툰 시절에 데뷔했던 작가분이나, pc로 원고 작업하느라 스마트폰으로 굳이 웹툰을 볼 기회가 많이 없는 신인 작가분들 중에는 이런 변화를 잘 감지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2020년 올해 데뷔한 상위권 작품들과 2010년에 히트한 작품을 똑같이 스마트폰으로 보면 정말 단박에 차이를 볼 수 있다. 

Pc용 웹툰은 글씨도 작고, 연출도 상대적으로 오밀조밀하고 시점이 먼 그림이 많다. 

Pc의 큰 가로 화면을 굳이 다 쓸 필요가 없어서 가로가 짧은 컷, 전신을 다 넣는 컷도 많지.

pc화면이 크니까 큰 화면을 활용하는 것이 당연하고, 종이 만화에서 넘어오던 시절이라 그 연출에서 비롯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 작품들을 스마트폰으로 읽으면 어떻게 되는가 하면, 음, 직접 한번 보시기 바란다. 

모든 작품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지금 보면 가독성이 많이 떨어진다. 

한마디로, 읽기가 힘들다. 


작가 본인이 본인의 원고를 체크해 보려면 일반 독자들이 제일 많이 보는 방식인 스마트폰으로 직접 읽어봐야 한다. 

원고 작업을 큰 화면으로 보면서 하다 보니 본인의 멋진 연출이 ‘작디작은’ 스마트폰 안에서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해 체감이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러니 최근에 제작한 원고를 꼭~ 스마트폰으로 확인해서 내 원고가 스마트폰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확인해 보시기를 권해 드린다. 


그럼 스마트폰에서 주로 바뀐 연출은 어떤 것이 있나?


제일 큰 변화는 클로즈업이 많아진 것이다. 

화면 가득 들어찬 인물의 얼굴 같은 것이 굉장히 흔한데, 이걸 PC로 보면 부담스럽고 촌스럽게 느껴질 정도이지만 스마트폰에선 자연스럽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원거리 컷이 줄어들었다. 

작은 화면에서 역동적이고 자극적인 원고가 진행되려면 원거리 컷은 임팩트가 약하다. 


그리고 가로 사이즈를 최대한 활용한 연출이다. 

화면이 좁고 길다 보니, 그 좁은 가로 사이즈를 더 작게 잘라서 활용하는 연출은 지양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부분 컷이나 연출 사이에 많이 쓰이긴 하지만 주된 전개를 가로 좁은 사이즈로 진행하지 않는다.

가로 사이즈 활용을 끝까지 하는 컷이 많다 보니 기본적인 가로 풀컷 사이즈가 원고 사이즈와 같은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기본 컷의 가로 사이즈가 원고 사이즈보다 작아서 가로 컷 크기와 원고 사이에 여백이 넓었다. 

지금은 이 여백을 아예 없애거나 여백을 최대한 좁게 한 원고 사이즈가 기본이 된다. 


또 하나는 스마트폰 한 화면에 들어가는 컷과 대사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PC용 웹툰을 스마트폰으로 보면 복잡하고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은 단지 클로즈업 컷이 적어서가 아니다. 몇 작품 검토해보면 알게 되지만 한 화면에 들어가는 컷과 대사 숫자가 최근의 스마트폰용 웹툰에 비해 매우 많다. 

작품 스타일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최근엔 스크롤하지 않은 한 화면에 들어가는 컷 수는 최대가 3개 정도로 1~2개 컷 정도가 적정 컷 수로 보인다. 



그리고 또 하나는, 한 화면에 들어가는 색상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고, 또한 채색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PC에 비해 작아진 스마트폰 화면에서는 화면 전체의 원고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러다 보니 한 화면에 지나치게 색상이 많으면 작은 화면이 더 조악해 보인다. 

PC에선 별생각 없이 보던 원고였는데 스마트폰으로 다시 보니 컷도 많고 색상도 많아서 복잡해 보이는 경우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컷을 덜어내든지 색을 덜어내든지 뭔가는 덜어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화면 전체가 한눈에 보이는 스마트폰이다 보니 원고의 선화만큼이나 채색이 ‘한눈에 주는 인상’이 중요해졌다. 

(개인적으로는 컬러의 중요도가 PC용 웹툰에서 10~20%였다면 지금은 30~40%까지도 올라가지 않았나 생각한다. 선화가 좋은데 컬러가 나쁘면 기본적으로 플랫폼 배너에서 주목도 떨어지더라는 것이다. )


내가 파악한 특징적인 변화는 이 정도이다. 신인 작가분들, 원고를 콘티 단계에서부터 스마트폰 화면으로 확인하는 습관을 꼭 들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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