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우면 다 용서돼
지난달 LCDC에서 뚜까따 팝업 스토어가 열렸다. 집에 있는 뚜까따 성게 발매트가 '어서 가봐'라고 말하는 것 같은 시선이 느껴져 늦은 오후에 가보았다.
귀여운 것은 분명 사람을 몽글하게 만들고 치유하는 힘이 있다. 부정적인 감정은 어느새 누그러지고 현실을 잠깐 잊게도 한다. 팝업 스토어 소식을 듣고 바로 움직였던 나는 어쩌면 그때 가지고 있던 우울의 무게를 가벼이 하고 싶었던 맘도 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갔다 온 후에 기분이 한결 안정됨을 느꼈기 때문이다.
롱-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브랜드로, 일상을 새로운 관점으로 재해석해 그 안의 즐거움과 소중함을 일상 소품(인형, 리빙&인테리어, 문구, 의류 등)으로 전달한다. 대표적인 라인업으로 과일과 채소를 다루는 뚜까따 팜, '십장생'을 모티프로 한 뚜까따 트래디셔널, '코로나'를 다룬 뚜까따 블루가 있다.
뚜까따는 태국어로 ‘인형’이라는 뜻으로 정하영 대표가 과거 봉사활동차 찾은 태국의 치앙뚱 보육원에서 중고 인형 기부 및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순간이 담긴 이름이다. 당시 정 대표는 우리에겐 평범했던 ‘인형’이 보육원 아이들에게는 ‘행복과 기쁨’이라는 새로운 가치로 다시 태어났듯이, 일상의 평범한 오브제가 고객에게 새로운 관점으로 전달된다면, 그 이상의 가치와 경험을 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한 바람을 담아 뚜까따 브랜드는 2018년 3월에 정식 론칭되었다.
뚜까따의 대표적인 제품 라인업은 뚜까따 팜, 뚜까따 트래디셔널, 뚜까따 블루이다. 우리 식탁에서 흔히 마주하는 ‘채소’, 우리나라 전통 산물인 ‘십장생’, 삶에 오랫동안 침투해온 코로나 블루. 이렇게 일상의 흔한 것들 또는 부정적인 현상을 새로운 관점으로 풀어내어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상기시킨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오브제의 ‘의인화’이다. 어딘가 무심한, 생기다 만 것 같은, 때로는 벙쪄보이는, 혹 억울해 보이는 표정들. 사람의 표정을 한채 쳐다보는 채소, 십장생, 해양생물은 내가 있는 현실을 생경하게 만든다.
인형의 경우, 모두 핸드메이드이며 크기는 워낙 자유롭다. 작은 사이즈는 여러 개가 모일수록 더 귀엽고, 사람만큼 큰 사이즈는 '왕' 크니까 '왕' 귀여운 느낌이라 이 또한 생경함을 주기에 딱이다. 생경함은 무뎌진 것에 생기를 불어넣어 다시 소중하게 다가온다. 이렇듯 일상이 무뎌질 때 뚜까따를 찾기를 바라는 거 아닐까.
특히 외면받는 부분이나 부정적인 현상을 마주하게 되면 이를 긍정적이고 새로운 관점으로 전환할 수 없을지에 대해 늘 고민한다. 그러다 보니 채소, 전통문화, 코로나 블루라는 전혀 다른 일상의 주제를 다루게 된 것 같다.
-스타트업투데이 인터뷰 중-
2021년 6월, 뚜까따가 진짜 팜 푸드를 만들었다. 브랜드의 시작은 인형이었지만, ‘인형’ 브랜드로 국한되는 것은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맞지 않기에 '진정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인식되기 위해 식품으로 확장한 것이다.
뚜까따 팜 푸드는 바쁜 현대사회 속에서 놓치는 균형 있는 식습관을 위해 뚜까따 팜 오브제 중에서 식품 가공품으로 연결될 수 있는 과일/채소를 정 형태로 만들었다. 채소의 존재가 주는 소중함을 알려주는 것에서 '채소와 함께하는 건강한 식습관'이라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 것이다. 이 기회를 통해 뚜까따는 진정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한발 더 다가갔다. 이외에도 문구, 리빙&인테리어, 패브릭 제품 등으로 계속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다.
뚜까따는 브랜드 슬로건인 '롱-라이프스타일을 위하여(for-Long lifestyle)'를 내부에서부터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브랜드 초기부터 현재까지 불필요한 포장재와 재사용이 어려운 소재의 사용을 지양해오고 있다. 구매했던 성게 발매트도 푸른 그물망에 담겨서 온 기억이 있다. 그 그물망은 현재 요가매트 보관용으로 잘 사용하고 있다.
뚜까따 팜 푸드 용기와 패키지도 환경호르몬의 일종인 비스페놀-A가 검출되지 않는 트라이탄 소재로 용기를 만들어 인체에도 무해하며 세척해서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또 많은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들이 2차 포장재 등 불필요한 포장이 많은데, 뚜까따 팜 푸드는 바로 버려지는 이러한 포장을 줄이기 위해 제품 설명과 활용법이 담긴 내용을 포장지의 디자인으로 표현하여 설명서 겸 포스터로 활용할 수 있다. 브랜드의 시작이 오브제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발상이다.
우리 브랜드에 요즘 세대가 좋아하는 귀여움 한 스푼을 넣고 싶다면 뚜까따가 딱이다. 뚜까따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 시너지가 예상된다면 가전 브랜드부터 TV 프로그램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협업해왔다. 호반 호텔&리조트, 삼성 비스포크, 비터배터, 비비고, 이마트 등 최근에는 귀여움의 대척점에 있을법한 강철부대와도 콜라보를 진행했다. 역시 귀여운 건 치트 키이다.
예전에 집에 있는 사물에 관점으로 하루 일기를 써본 적이 있었다. 쓸 말이 있을까 싶었는데 한 페이지를 꽉 채웠다. 나와 7년째 함께하는 만년필로 말이다. 그 만년필과 함께한지는 7년이 됐지만 사용 안 한지는 1년이 넘었다. 다른 만년필을 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펜꽂이에 꽂혀 있어 나를 바라보기만 하는 만년필의 질투와 분노 다시 찾을 거란 희망이 글로 표현되었다. 글 쓰고 난 후, 그 만년필에게 미안해졌다. 그 이후로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그 만년필을 집어 든다. 그리고 뚜까따가 전하는 메시지가 이런 거구나 생각해본다.
지금도 집에 있는 뚜까따의 성게 발매트를 힐끔 보며 피식 웃고 있다. 성게는 무료했던 일상의 고리를 작은 웃음으로 끊어주며 말한다.
"너 놓치고 있는 게 있어. 이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