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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피 Jul 13. 2023

연구년에 안녕이란 없다.

How to say goodbye to my research year


"I won't be in office since I go to S. Korea this August."

"What for? For vacation?"

오늘 논문 같이 쓰는 동료들에게

나 한국 가니까 연락 안 될 거야 이야기했더니

여행 갔다 오냐고 너무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한다.


격하게

가지 마~ ㅠㅠ

못 보게 되어 너무 아쉽다

이런 것을 기대했었는데


응 그래? 그래서 다음 미팅은 언젠데? 시차가 많이 차이나나?

이렇게 이어지는 대화들...

어차피 여기서도 계속 다들 zoom으로 만났기 때문에

이제는 "돌아간다"는 개념이 거의 없어진 듯하다.

세상이 참 좁아졌다.



1년이란 연구년이 주어졌고, 나는 예전 포닥을 하던 미국 보스턴으로 왔다. 코로나-19 판데믹 전에 포닥을 할 때는 미팅이란 대부분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을 뜻했었다. 그러나 판데믹 이후에는 모든 것이 회상회의 위주가 되었다. 우리 만나서 이야기할래?라고 이메일에 쓰면 그다음에는 어김없이 화상회의 링크가 따라온다.


그럴수록, 우리가 존재하는 물리적 위치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게 된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너무나 쉽게 이야기하고 협력하고 결과물을 산출하는 시대가 되었다. 심지어 내가 있던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오피스에는 사람들이 특정 요일을 제외하고 아무도 없는 경우도 많았다. 하버드 인구발전 연구소(Harvard Center for Population and Development studies)에서도 마찬가지였고 브로드 연구소(Broad Institute of MIT and Harvard)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공유오피스개념이 강하게 도입되었고, 오히려 사람들은 경계가 없는 오피스공간에서 서로 소통하고 융합하고 다양하게 협력했다.


공간의 벽이 허물어진 것처럼 시간의 벽도 허물어지게 될까. 내가 속한 1년의 연구년동안 시작한 일들은 "끝"이 없이 계속되고 있다. 어쩌면 연구자들에게 소속이나 기간이나 공간이라는 일련의 제약조건들은 더 유연하게 운영되는 쪽으로 허락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1년 동안 보스턴에 살았고, 방문연구자(visiting scholar)의 신분이었지만, 한국으로 "돌아가는"게 아니라 어쩌면 새로운 융합연구들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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