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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한얼 Haneol Park Dec 12. 2023

80세가 된 나와의 만남

오늘의 생각 #68


시간이 흘러 노인이 된 나와 만나보는 명상을 했다.


미래로 가는 문을 열면 큰 창문에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는 집 내부가 보인다. 창문 앞 흔들의자에 편안히 누워 담요를 덮고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있는 나와 그 맞은편에 앉아있는 내 인생의 동반자가 보인다.


자연스런 주름이 자글자글해진 얼굴, 흰머리에 옅은 미소를 띤 편안한 표정.


"무슨 일로 왔니?"


내가 이때쯤 올 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따뜻하게 맞이해 주는 목소리다. 이게 미래의 나구나...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냥 눈물이 난다. 주륵주륵 눈물이 흐르고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이 복받친다. 눈을 감고 명상을 하는 자세 그대로 울었다.


"제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이게 다 맞아요? 이게 맞는 거예요?"


그는 어차피 모든 일이 어떻게 풀릴지 알고 있다는 듯이 그저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ㅎㅎ... 항상 모든 일이 생각대로 되지는 않지. 근데 반대로 생각해 보렴, 항상 모든 일이 생각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말은 가끔 생각대로 잘 된 적도 있었다는 뜻이란다. 네가 생각대로 잘 해냈던, 원한대로 이루어졌었던, 계획대로 해냈던 순간들을 떠올려 봐."


생각대로 되지 않았던 순간들만 떠올리며 불안해하고 있던 나에게 정말 필요한 메시지였다. 잘 해냈던 순간들을 생각해 보니 내가 얼마나 다양한 능력들을 가진 아이였는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 원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이 이루어졌었는지... 감사함이 밀려왔다. 자신감이 들었다.


"감사합니다... 제게 정말 필요한 말이었어요."


그렇게 미래의 나와 둘의 대화를 뿌듯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던 미래의 동반자에게 인사를 드리고 그곳에서 빠져나와 눈을 떴다.


내 인생의 답은 정말 내 안에 있었구나, 내게 필요한 것들을 내가 직접 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신기했다. 새로운 감명을 받을 수 있었던 아침 명상이었다.






2023.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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