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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한얼 Haneol Park May 09. 2024

두려워

오늘의 생각 #87


믿기지 않을 만큼 하늘색인 오늘
주머니에 들어있던 말라버린 물티슈조차도
보들보들 기분이 좋아
믿기지 않을 만큼 깨끗한 오늘
하루종일 화가 나있는 투덜쟁이 아빠조차도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이지

마음속에서 자꾸만 튀어 오르는 나쁜 생각들도
오늘은 다 품어줄 수 있어

컨디션 좋아
날씨 좋아
맛있는 걸 먹으러 갈 예정
오늘은 최고야

완벽한 건 없어
여전히 내 삶은 문제투성이지만
그 어떤 삶을 살더라도
오늘은 이런 하루였겠지
그래서 오늘 하루만큼은

컨디션 좋아
날씨 좋아
맛있는 걸 먹으러 갈 예정
오늘은 최고야






모든 게 내가 원했던 대로 되고 있어

분명 좋아

행복해야 해

친구도 내가 잘 되는 건 당연한 거래


그런데 왜 이렇게 두려운 걸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서

또다시 이불속에 숨어 울며 하루를 보내게 될까 봐

누군가를 실망시키게 될까 봐

누군가를 걱정시키게 될까 봐

또다시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될까 봐


두려워




두려워


두려워



두려워




두려워


...





학습된 무기력

그런 종류의 두려움일까

난 어쩌면 세상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것보다

매 맞고 거절당하고 내쳐지는 게 익숙해서

온몸의 털을 곤두세우고 모든 사람을 경계하는 유기묘처럼 되어버린 건지도 몰라



말하는 대로 된다는 건 정말 거짓말이야

상상한 대로 된다는 건 정말 허무맹랑해



그렇담 왜 이런 행운이 찾아오고

뤄질 거라 기대하지도 않았던 일이 이뤄지는 건데?

그렇담 왜 그런 배신을 당해야 했고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을 받아들여야만 했었던 건데?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어

말도 안 돼 이럴 리가 없어









...하며

행복과 성취감을 거절하는 나를 보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





언제부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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