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박한얼 Haneol Park
May 07. 2024
수많은 거짓말들을 보았다.
거짓말.
평생 채우지 못할 갈망을 위해 단단한 껍데기를 씌운다.
그 갈망이 드러나면 베이고 다칠까 봐 두려워서.
그런데 정작 그 갈망을 목 조르고 괴롭히고 있는 것이 본인이라는 것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한다.
그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 본인이 수십 년간 믿어왔던 세상이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
더 역설적인 것은, 고통받은 내면의 갈망은 너무도 순수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괜찮다는 말이 사실은 괜찮지 않다는 말이고, 나 별로 안 착해 라는 말이 사실은 나 착하고 여린 사람이야 라는 말인 것처럼
그렇게 모두들 반동형성의 정신적 노예가 되어 살아간다.
찢기고 너덜너덜해진 갈망은 누군가가 건들기만 해도 울음을 터뜨린다.
그 핏덩어리 같은 갈망을 지키기 위해 사람은 자기만의 망상에 믿음과 확신을 가지거나 사이비에 빠지거나 극단적인 짓을 하고는 이유를 갖다 붙이고 합리화를 하고 변명을 한다. (사실 다 같은 말이다.)
세상은 그렇게 점점 수많은 거짓말들로 가득 차고 있다.
너무나 빨리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안타까운 생명체들은 점점 매일매일의 새로움을 받아들이기보다는 똑같은 매일에 갇혀있고 싶어서 어떻게든 의미 없이 쉽게만 보내려 한다.
차라리 감옥에 갇히고 싶어하는 미쳐버린 우리들.
사람은 편안해야 하는 게 맞다. 편안함이 곧 진정한 행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편안함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몰라서 사람들은 꼰대가 되기를 택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익숙하고 편안한 게 좋기 때문이다.
심지어 꼰대가 되는 것은 그중에 가장 쉬운 방법이다.
나 하나 편하자고 하는 거짓말들
나 하나 인정받자고 하는 거짓말들
나 하나 지키겠다고 하는 거짓말들
나 하나 꾸미자고 하는 거짓말들
우린 수많은 거짓말들과 함께 살아간다.
나도 수많은 거짓말들을 하며 살아간다.
서로 속고 속이고
배신하고 배신당하며
꾸며진 세상, 거짓말로 세워진 도시.
여긴 어디인가?
그 속에서 내가 발견한 진실은 자연이다.
자연의 섭리는 모든 것을 관통한다.
자연과 진실은 같은 말이다.
내가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가 단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이 모든 게 자연스럽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든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인 것들도 꽃이 피고 지는 것처럼 자연의 섭리라면
결국 이 모든 게 자연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일 뿐인 것이다. (거짓말로 세워진 도시까지도)
내가 있을 자리라면 있게 되겠지.
내가 만날 사람이라면 만나게 되겠지.
저 미친 사람도 미쳐버린 세상을 못 이기고 저렇게 된 거겠지.
나는 그 무엇도 아닌 자연의 섭리를 믿는다.
나무가 숨 쉬는 것처럼
비가 내리는 것처럼
햇볕 좋은 날 살랑살랑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것처럼
이 모든 건 삶 속에서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럽고 알맞은 것들 뿐이라는 것이다.
진짜 강한 사람은 괜찮은 척하며 억지로 버티는 사람이 아니라 욕하면서도 자기 할 일에 충실한 사람이다.
진짜 편안함은 거기에서 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