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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정윤 May 04. 2022

나는 미혼부 연예인과 결혼했다 1

프롤로그

<장작가 에세이>


결혼하기 전 나는 한 번도 삐끗한 적 없었다.


평범한 집안에서 자라 평범한 서울의 한 대학교를 나오고 또 평범하게 방송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월 80만 원을 받으면서도(나때는 그랬다) 일이 재밌어 밤도 새울만했고 또 나름 싹싹하고 빠릿빠릿해 30살쯤 작은 프로그램의 메인작가로 입봉도 했다. 방송작가가 처음에는 힘들어도 버티다 보면 돈도 괜찮게 벌고 시간도 자유로워 부모님은 참 좋은 직업이라며 좋아하셨다. 34살엔 독립할 형편이 되어 독립도 했다. 또 괜찮은 SUV 차도 샀다. 부모님은 노후준비가 완벽하셨고 건강하셨다. 딱히 걱정이란 게 없었다.


하지만 30대들의 삶엔 고루한 숙제가 있다. 결혼.


30대에 들어서며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하기 시작했다. 나는 미혼으로 늙어갈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30대 초반엔 소개팅에 진심이었다. 하루에 소개팅 3건을 해치운 적도 있었다. 괜찮은 남자도 더러 있었지만 연애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능력은 있지만 외모가 별로라는 이유, 외모는 괜찮은데 능력이 별로라는 이유, 다 무난하지만 어쩐지 끌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퇴짜를 놓았다. 가족들도 친구들도 눈앞에서 좋은 사람을 놓치는 것에 대해 참 답답해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꼴값이지만 그땐 내가 좀 더 괜찮은 남자를 만나도 될 거 같았다.


30대 중반에 들어서자 물밀듯 들어오던 소개팅도 더 이상 들어오지 않았다. 친척들도 더 이상 결혼 얘기를 묻지 않았다. 마치 서른 중반인 나에게 결혼 얘기를 묻는 건 실례라고 느끼는듯했다.


그렇게 36살을 찍었다. 결혼에 닿는 임계점을 넘은 기분이었다. 이때부터는 정신승리로 버틸 수밖에 없었다. '나는 결혼하지 않아! 나는 혼자가 즐거워! 결혼한 사람 치고 행복한 사람 없던데? 난 일이 너무 좋아~' 스스로에게 매일 세뇌시켰다. 어느 날은 내가 하는 말이 맞았고 어느 날은 다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삶에 모자람이 없으면서도 어쩐지 불안했다. 내 인생은 어떻게 흘러가려는 걸까…


그러던 그 해 봄, 갑자기 미혼부 연예인이 나에게 질척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이야기의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난 그 사람과 결국 결혼했다. 그래서 행복하냐고? 이 글의 첫 문장을 다시 읽어보시라.


아, 내 이름은 장정윤이고 남편 이름은 김승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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