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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디킴 Feb 03. 2020

3세대 개인주의, 커피 제3의 물결, 마케팅 3.0

우리가 숫자 3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3세대 개인주의


<나와 타자들> 이졸데 카림 지음, 이승희 옮김 (2018)


1세대 개인주의는 19세기를 거쳐 "개인"을 개념화하였다. 각자의 출신, 지위, 재산을 떠나 동일한 추상적 개인을 만들었다. 개인주의가 다양성보다는 표준화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또한 이 개인은 조직 아래에서만 유효하다. 유권자는 민주주의 안에서 정의되고, 신앙인은 교회 안에서, 학생은 학교 안에서 존재할 수 있다. 조직이 정한 규율을 따라야 비로소 개인으로 인정받는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2세대 개인주의는 1960년도쯤 시작된다. 1세대 개인주의로부터 기본 권리를 보장받은 개인은 더 이상 조직의 틀을 따르지 않았다. 표준화된 형상을 거부하며 자신의 선택을 통해 독립적인 정체성을 들어내는 것이 개인성을 표출하는 것이 되었다. 사람들은 조직에 소속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받기 위해 투쟁했다. 조직은 느슨해진 연대감으로 인하여 사방으로 퍼지는 개인을 품어야 했다. 이로서 자연스레 조직의 권위는 구성원한테로 움직였다.


오늘날 3세대 개인주의는 "다원화"에서부터 출발한다. 더 다양한 경험의 사람들이 등장하고 동일한 개인이기를 더욱 거부한다. 하지만 표현 방식이 달라진다. 2세대의 개인은 확실한 경험을 토대로 고정된 정체정을 지닌 객체였다. 하지만 오늘날의 개인은  삶의 우연성을 인정하고 자신의 자아를 불완전하고 유기적인 으로 본다. 우리는 "매일매일... 완전히 다르게 살 수 있고,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다. 완전한 정체성은 희석되고 그 밑에 묻혀있던 소수의 인권문제는 표면화되고 있다. 심지어 수천 년간 고정되었던 남성/여성상마저 붕괴되고 있다. 파편화된 페르소나는 더욱 사방으로 흩어지고 중심을 잃은 자아는 매일 주류사회와 균형을 잡으려 노력한다. "소수자의 경험이 이제는 사회의 기본 경험"이 되었다.




커피 제3의 물결


매거진 B <인텔리젠시아>편


올해 여름 성수동에 오픈한 블루보틀의 인기가 폭발적이었다. 호기심에 매거진 B 시리즈의 <블루보틀 커피> 편과 <인텔리젠시아> 편을 읽게 되었고 커피 산업에 First, Second, Third Wave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첫 번째 웨이브는 인스턴트커피가 탄생해 커피가 대중에게 소개된 시기를 뜻한다. 번거로운 추출과정을 안 거쳐도 되는 커피는 빠르게 모든 이가 사랑하는 음료가 되었다. 두 번째 물결은 프랜차이즈 커피, 대표적으로 시애틀의 스타벅스의 등장이다. 덕분에 커피머신으로 직접 내리는 커피를 손쉽게 접하게 되었다. 대중들은 자기 입맛에 따라 라테나 에스프레소를 시켰고, 몇 손님들은 특정 나라의 커피 원두를 찾기도 했다. 조금 더 다채로운 커피를 접할 수 있었지만 2세대 물결에도 한계는 있었다. 커피 원두를 채취하고 유통하는 과정은 여전히 불투명했고 바리스타와 손님 사이의 어떠한 인터렉션이 없었다.


제 3의 물결은 커피에 대한 팬덤을 넘어서 커피 문화에 대한 팬덤이다. 단순히 커피 맛의 향상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커피를 마시며 성숙해진 소비자는 커피 뒤에 있는 스토리를 보기 시작했다. 생산자로부터 바로 원두를 가져오는 direct trade를 환영하고 다양한 추출 방식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자연스레 생산자-바리스타-손님 사이에 신뢰가 쌓이는 선한 구조이다. 인스턴트커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망설임 없이 더 비싼 커피들을 선호하게 되었다.




마케팅 3.0


강연을 위해 들린 WeWork 서울스퀘어점


이벤터스를 통해 WeWork에서 마케팅에 관한 강연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국에 WeWork는 어떻게 생겼는지 평소에 궁금하기도 했고 마케팅이라는 생소한 분야를 무료로 배울 수 있으니 가기로 했다. 강연은 작은 마케팅 클리닉의 이상훈 씨가 진행해주셨다. 강의자료는 이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케팅 1.0은 산업혁명과 함께 시작되었다. 대량생산이 처음으로 가능하게 되어 회사는 빨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품을 퍼트려야 했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사는 것에 익숙지 않은 소비자들에게 기능을 앞세워 홍보를 했다. 단순하고 기능적인 제품들이었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지나 수요는 어느 정도 만족이 됐고 고객은 더 이상 기능만을 보고 소비하지 않게 되었다. 마케팅 2.0의 시작이다. 회사들은 자기 제품을 차별화하는데 집중했다.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감정적인 요소를 통해서 고객들한테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이는 효과적이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끊임없이 온갖 브랜드가 쏟아져 나오고 한 번의 소비로 고객들의 신뢰를 유지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회사들은 더 효과적으로 소비자와 관계를 맺는 방법을 모색했다.


마케팅 3.0에서는 회사가 브랜드 가치와 비전을 내세워 고객들과 한 층 깊은 관계를 맺는다. 애플은 개인정보를 지키는 것을 집중하고, 디즈니는 예전 영화를 "정치적 올바름"있게 다시 만들고 있고, 러쉬마이크로소프트는 환경보호에 대해 꾸준히 발언을 한다. 배달의 민족은 치믈리에와 같은 이벤트로 팬덤을 키워나간다. 회사들에게 페북, 인스타, 유튜브 페이지 관리는 어느새 기본이 되었고 많은 제품들이 구독 모델로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는 이 두 가지 키워드로 정리될 수 있다-Community공동체 그리고 Fandom단골.




3세대 개인주의, 커피산업 제3의 물결, 마케팅 3.0. 오늘 다룬 이 세 가지 주제는 닮은 지점들이 많다. 1에서 2로 진화하고 있던 개념들이 2000년대에 들어서 3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앞으로 우리 세대가 맞이할 미래를 준비하려면 이 3의 의미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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