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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리정 Apr 08. 2021

선생님, 제 시계가 멈춰버렸어요

무기력에 빠진 당신에게

"선생님 갑자기 제 시계가 멈춰버렸어요
남들이랑 비교도 하지 못할 만큼 반짝거리고
시간도 남들보다 더 빠르게 지나갔는데
갑자기 멈춰버렸어요
저한테는 너무나 소중한 시계예요
고칠 수 있을까요?"

"흐음.. 잠깐 자세히 좀 봐도 될까요?
태엽 통이 멈췄네요 태엽 통은 시계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부품이죠. 손님 식사는 하셨어요?"


"밥이요? 아뇨 아직...
그러면 태엽 통만 바꿔주면 되나요?"

"아뇨 태엽 통만이 아니라 여기 에너지가 손실되지 않게 돕는 앵커가 풀어져있는데.. 손님 눈이 충혈돼있네요. 잠은 충분히 주무셨어요?"

"잠은.. 글쎄요 요 며칠 조금 설쳤는데.."

"시계에 동력이 되는 태엽에 먼지가 끼어있네요
생각이 많은가 봐요?"


"생각.. 아니 선생님, 시계 봐달라니까 왜 자꾸 다른 소리를 하세요."


"시계는 정말 섬세하죠.
수많은 태엽이 제대로 맞물려야만 움직일 수 있어요.
하나라도 삐걱거리면 태엽은 그대로 멈춰버려요.

시계가 삐걱거린다면,
혹은 멈춰버렸다면
이런 부분을 보면 돼요.

너무 조여져 있는 나사가 있는 건 아닌지
혹은 풀린 나사가 있는 건 아닌지
태엽 통이 멈췄다거나,
먼지가 쌓여있다거나,

그래서 시계는
액세서리 중에 가장 섬세하고 고귀하죠.
다시 물어볼게요.

손님은,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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