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 같았던 증상
작년 이맘때쯤 아이의 상태는 복통과 열이 밀물과 썰물처럼 왔다 갔다 했다. 가을부터 시작된 복통과 설사로 아이의 살이 점점 빠지기 시작했다. 아이는 성장이 멈춘 듯 또래 아이들에 비해 작은 키와 마른 몸이 되었다.
밀물처럼 모든 증상들이 한꺼번에 몰아쳐서 소아과를 가면 늘 장염이라고 했다.
수액과 유산균,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아이의 입안은 구내염으로 음식 섭취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내가 볼에 뽀뽀를 자주 해서 구내염이 옮은 건가 오만가지 생각을 다하게 되었다.
이사 와서 늘 가던 소아과에 갔는데, 어느 날 의사 선생님께서 자주 장염이 오니 수액 맞는 김에 채혈하여 혈액검사를 해보자고 하셨다.
증상이 심할 때와 나았을 때의 혈액검사결과 혈소판 수치가 다른 아이들의 사례에 비해 좀 이상하게 높게 나온다고 큰 병원 가서 자세히 진료받아보는 건 어떻겠냐고 하셨다.
증상이 완화되면 자연스럽게 함께 감소해야 하는 수치들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무슨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하
셨다.
그렇게 의뢰서를 받아 지역대학어린이병원에 예약을 했다.
한 달 뒤에나 진료 볼 수 있었던 혈액종양과에서 만난 교수님께 야단을 맞았다.
" 이런 혈소판 수치는 크게 걱정 안 해도 되고, 뭔 애 혈액검사를 이리 했어요~ 우리 애도 초등학생인데 배 아프다고 한지 5개월이나 돼요~ 엄마가 걱정이 많네"
별 대수롭지 않은 것에 극성인 엄마가 되어버린 나는
결국 입을 뗄 수밖에 없었다.
" 교수님 담당하는 환아 중에 아이의 사촌형이 있습니다." 악성림프종을 진단받아 투병 중인 조카가 있었다.
조카의 이름을 말하니 그제야 좀 더 자세히 검사기록지들을 살펴보시더니 만성염증수치들이 좀 높다며 이건 혈액의 문제보다는 몸 안의 염증이 문제인듯하다고 한다.
바로 소아소화기내과를 연계하여 진료 볼 수 있도록 해주셨다.
그것이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