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제빵사
열 줄 소설을 빙자한 열 줄 에세이
곱디고운 하얀 밀가루 같은 마음속에 돌멩이들이 섞여 달그닥거린다.
처음에 하얀 가루가 섞일 땐 같은 밀가루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표백된 석회질 가루였던 것이다.
어디선가 흘러들어온 석회질 가루는 저희들끼리 똘똘 뭉쳐 딱딱해지더니 시간이 갈수록 많아져 내 마음벽에 부딪혀 아프도록 멍들게 한다.
나이가 들면서 내 마음속에 많아진 돌멩이들로 너무 아파 물로 된 약을 한가득 넣어보아도 뜨지 않고 가라앉는 돌멩이를 어찌할 수가 없었다.
이 방법 저 방법 쓰다가 종래엔 고운체를 만드는 법을 알게 되었다.
차분하게 고른 숨을 쉬며 가만히 깊이 들이쉬는 들숨에 씨실, 오랫동안 내쉬는 날숨에 날실을 교차시켜 가며 돌멩이를 걸려낼 수 있는 간격을 만들어나간다.
그렇게 만든 고운 체로 돌멩이들은 걸러내고 보슬거리는 흰 가루만 구멍사이로 빠져나오게 한다.
고르게 걸러진 하얀 밀가루 같은 마음을 잘 반죽하여 수많은 경험으로 얻은 베이킹 소다를 넣고 가끔씩 가던 여행길에 주워온 설탕을 섞어 갈색 빛나는 부푼 빵을 만들었다.
우울한 날이면 설탕 가득 달디 단 갈색 빵을 한입 베어 물고서 탄수화물의 에너지로 곧바로 충전하여 다시 하얀 고운 밀가루를 반죽하러 나간다.
나는 하얀 밀가루로 인생의 빵을 만드는 제빵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