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정의하기
지난 몇 년간, 오랜 숙제가 있었습니다.
‘어린이' 정의하기.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는 어린이라는 단어를 ‘어린아이를 대접하거나 격식을 갖추어 이르는 말을 가리키는 교육용어’ 라고 정의합니다.1)
지금은 익숙한 단어지만, 1920년 방정환 선생님이 어린아이를 존중하자는 의미에서 새롭게 만든 단어라고 하니 어린이를 인격체로 인정하기 시작한 시간이 짧은 듯 하면서도, 꽤 구체적인 내용을 만든 과거의 어른들이 존경스럽기도 합니다.
우리는 에이드런만의 ‘어린이’ 정의를 통해 우리가 아이들을 대하는 자세를 다지고 싶었습니다.
어린이를 만난다는 것은 확실히 어린이를 이해해야만 하는 것이니까요.
우리는 모두 어린시절을 지나왔지만, 어쩌면 이렇게 어린이는 항상 새로울까요?
우리가 정의한 어린이는 ‘발산하는 존재’입니다.
제약이 없고, 솔직하며, 끊임없이 표현하는 사람
발산하는 존재인 어린이를 우리는 어떤 자세로 대해야할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우리는 어린이가 마음껏 수다스럽기를 바랍니다. 어떤 방식으로든지요. 작은 몸 안에서 일어나는 호기심과 깨달음과 감각을 발산하기를 바랍니다. 만약 눈에 띄게 조용한 어린이를 만나면 눈빛, 그림, 행동, 말투를 관찰하고 그 마음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주려고 합니다. 그 이야기는 목소리로 나올 수도 있고, 멈출 수 없을만큼 몰두한 그림으로 나올 수도 있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몸으로도 나올 수 있습니다. 모두가 발산의 과정입니다.
어린이가 스스로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기본적으로 가르쳐야 하는 것들이 있겠지만, 우리는 어른이 아이들을 ‘가르친다’라고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발산하는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올바르게 대답해주는 것입니다.
호기심을 무시하지 않고 최대한 정성스럽게 대답해주는 것
좋은 질문을 해주는 것
감정을 살펴보고 그에 맞는 말과 행동을 해주는 것
생각을 인정해주는 것.
그리고 우리와 함께하는 순간만큼은 무엇이든 이야기하고,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며 발산과 창작의 욕구를 해소해주는 것. 이것이 우리가 ‘대화중심 미술교육'을 연구하는 이유입니다.
수업 중 아이들을 만날때면, 작은 그림 하나에도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신도 모르게 신나서 이야기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한 모습에서 우리는 우리가 해야할 일을 느낍니다.
더 들어주고, 더 이야기할 수 있게 하기.
부끄럽고 부정적인 말일지라도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때도 있습니다. 그럴때도 우리가 해야할 일을 느낍니다.
존중하고, 해소할 수 있게 하기.
어린이들도 언젠가 어른이 되겠지요. 어린이일 때보다 조금 더 점잖아지며 수렴해가는 과정을 겪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마음껏 발산하며 느꼈던 만족감과 스스로 알게 된 나 자신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평생 기억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에이드런이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은 궁극적인 이유는 더 좋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모여 ‘어른보다 더 새로운 사람인'2) 아이들이 스스로 더 좋은 세상을 위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줄테니까요.
어른들의 조용한 공간을 위한 ‘노키즈존’
초보나 미숙한 사람을 어린이에 빗대어 표현하는 ‘0린이’
어린이를 비하하여 표현하는 신조어 ‘잼민이’
아직 우리가 함께 풀어나가야 하는 숙제가 많아보입니다. 단어를 통해 사회가 어린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우리의 단어로 아이들과 함께 잘 살아가는 삶을 만들어가고싶습니다.
1)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어린이)] http://encykorea.aks.ac.kr/Contents/Item/E0035937
2) [방정환재단, 어린이 선언 이야기] https://children365.or.kr/children-announc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