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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을 춰줘요

by 김프로

리듬은 주로 음악과 관련된 용어이다. 음악에서의 리듬은 소리의 시간적 질서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음치이며 몸치여서 음악적 리듬과는 거리가 멀지만 좋은 음악을 듣는 것은 잘한다(못하는 사람이 있으랴마는…). 음악이 어떻게 사람의 기분을 바꿀 수 있는지 궁금해서 오래전 관련 도서를 찾아 읽었다. 《음악의 비밀》이라는 책인데 작곡자이자 물리학자인 작가가 음악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내용이다. 진폭이 잘 맞아떨어질 때, 즉 소리의 파장이 잘 조화를 이룰 때 화음이 되고 듣기 좋은 음악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파장의 조화 여부에 따라 편안한 음악과 불편한 소음으로 큰 차이가 발생하는지에 관한 설명은 없고 다른 어디서도 찾지 못했다. 아기 때부터 자장가와 요람의 진동을 편안하게 느끼는 것을 보면 뭔가 우리 본능에 새겨진 특별한 것이 있을 듯하다. 섣부른 내 뇌피셜로는 심장박동처럼 우리 신체도 일종의 리듬을 가지고 있고 바이오 리듬처럼 계절과 시간에 따른 생리적 리듬이 있으니 이와 관련된 것이 아닐까 싶다. 조금 더 나아가면 세상의 모든 물질을 이루고 있는 전자가 파장으로 이루어진 것과 관련 있지 않을까 싶다.


리듬은 스포츠에서도 자주 사용된다. 음악과 관련 깊은 댄스 스포츠에서는 당연히 중요할 테고 골프를 배울 때도 리듬과 템포를 강조한다. 농구에서도 실력 있는 선수들은 자기만의 좋은 리듬을 가지고 있다. 몇몇 남자 농구 선수들은 훈련 기간 리듬감을 키우기 위해 댄스 학원에 다니기도 한다. 흑인선수들이 농구를 잘하는 이유는 힘이 좋고 탄력이 뛰어나서이지만 선천적인 특유의 리듬감도 분명 한몫하는 듯하다. 경기 전 몸을 풀 때도 외국인 선수들은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슛 연습을 많이 하는데 정신 집중의 목표도 있겠지만 리듬감을 살리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여자농구 교포 선수인 키아나 스미스의 드리블을 보면 그 리듬감에 보는 사람까지 흥겹다. 정박과 엇박의 리듬이 섞여 바닥을 치는 공의 소리는 마치 드럼 소리 같이 들린다. 그런 독특한 리듬은 상대방을 혼란시켜 예측을 어렵게 만들고 다음 동작을 부드럽게 연결한다.


음악뿐 아니라 삶의 많은 부분이 리듬과 연결되어 있다. 호흡과 걷기 모두 리듬을 따른다. 좋은 리듬은 등산이나 사이클 같은 운동 효율도 높여준다. 대화나 스피치도 일종의 리듬이다. 좋은 스피치를 들으면 그 속에 있는 좋은 리듬을 느낄 수 있다. 내용뿐 아니라 목소리, 표정과 몸짓이 부드러운 리듬을 타면 청중은 쉽게 동화(同化 Synchronize)된다. 좋은 글은 리듬이 들어있다. 좋은 리듬으로 움직이면 일상생활도 직장 업무도 더욱 편해진다. 리듬은 긴장 속에서도 안정감을 주고 실수를 줄여준다. 요즘은 리듬에 흥을 더하여 그루브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음악이나 춤 외에 어떤 훈련이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삶과 일 어디서나 리듬과 그루브를 갖추면 활력과 효율이 커질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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