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지문들 #4 <자장가>

by 김표고


네 번째 이야기 - 자장가



<김추추의 이야기>



부르다 내가 잠들, 자장가

“할머니, 왜 우리 엄마만 일해? 이거 아빠 껀데 왜 삼촌이 다 먹어?”

어릴 때부터 이해되지 않는 것은 이해될 때까지 물어봤던 나는, 나를 이해시키기 귀찮거나 거슬렸던 친척들에게 적잖이 미움을 샀다.
엄마는 지금도 내가 따지기를 좋아해서 괜히 안 혼날 것도 혼났다고 씁쓸하게 추억하지만, 나는 용기를 냈던 예닐곱살짜리가, 옳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따지기의 본원에는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보다 앞서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외로움을 방지’하고자 했던 의지가 있었다.
실은 감성적인 이유였다. 아무도 몰랐겠지만.

그렇게 감성적인 나는 감성적인 아이를 낳았다. 이해되지 않는 것은 이해될 때까지 물어보는, 나와 똑 닮은 아이다. 다만 잠이 별로 없어서, 밤이 되면 밀린 원고와 아이의 잠 사이에서 나는 매번 빙글빙글 돌며 헤매야 했다.

아이는 네 살이 되자 자장가를 요구했고, 나는 최대한 작게 자장가를 부르면서 제발 빨리 잠들기를 요구했다. 내 주요 레퍼토리는 할머니한테 들었던 구전 자장가와 섬집아기 두 곡이었다.

그 날도 나는 잠 없는 아이에게 최면을 거는 심정으로 섬집아기를 불렀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어 가면—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보오다가-
“엄마, 근데에.. 아기가 왜 혼자 집에 있어?”

질문을 하는 순간 이 녀석은 잠에서 깨서 말똥말똥해졌다. 빨리 이해시켜서 마저 재워야 한다! 나는 대답없이 서둘러 개사했다.

엄마랑 아-기랑 굴 따러어 가면-
“아빠는? 아빠는 어딨는데?”

엄마랑 아-기랑 아빠라앙 셋이- 굴을 따 가아지고 돌-아와았어요-
파도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꼭 안고 스르르르 – 잠이 드읍니다—
“근데에… 다 어디서 자는데? 굴을 따서 어떻게 했어? 냉장고에 넣었어?”

…………
엄마랑 아-기랑 아빠라앙 셋이- 굴을 따 가지고 맛있게에 먹고-
근처에 펜션에서 잠을 자았어요—
파도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꼭 안고 스르르르 잠이 드읍니다
잠-이 드읍니다…. X 20


그렇게 아이는 행복한 결말까지 수십 번 듣고 나서야 잠에 들었다. 아무도 외롭지 않은 노래를 만든 나도 잠에 들고, 그 날 새벽에 일어나 새로운 자장가를 흥얼거리며 밀린 원고를 썼다.


글 : 김추추 (writer0511@gmail.com)




<김표고의 이야기>


























글, 그림 : 김표고 (인스타그램 : @kimpy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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