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지문들 #3 <첫사랑>

by 김표고


세 번째 이야기 - 첫사랑




<김추추의 이야기>




첫사랑 - 어린 감정의 종합선물세트


어느 날,

사람들이 잘 모르는 도시의 이름을 알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어느 무명 배우도 혼자 좋아했다.
유명한 뮤지션의 쫄딱 망한 앨범 중에서 그의 가족도 듣지 않을 법한 노래를 줄줄 외웠다.

햄버거를 먹을 때는 꼭 케첩을 뿌렸다.
머스타드 색깔을 싫어했는데 여름옷은 늘 그 색을 사고 있었다.
원래는 내 취향이 아닌 것들이었다.
그것은 오래전 누군가가 알려준 뒤 어느 순간 내 것이 되었다.

알려준 그 사람은 사라져도 습관은 남았다.
변태한 나비가 애벌레 껍질 곁을 서성이는 것처럼 나는
이상한 걸 알면서도 한 번씩, 낯선 내 모습의 그 근원을 찾아 가끔 헤맸다.

몇 개의 시절을 곁에 있던 사람과 나눈 뜨겁던 감정은 어디로 갔을까.
공유하고 곱씹을 수 없는데도 어째서 추억은 잊히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
취향과 성향으로 굳게 내 곁을 버티고 있을까.

곧 눈이 올 것이다.
내 첫사랑은 겨울이었고, 우리가 푹 빠져서 추운 줄도 모르고 뛰어다닌 때도 겨울이었고, 길거리에서 우산을 집어던지며 싸우다 종말이 온 세상에 단 둘만 남은 것처럼 부둥켜안고 처절하게 운 광란의 날도 폭설이 내린 겨울이었다.

온 세상을 뒤덮던 그 많던 눈이 녹아 어디로 흐르는 건지 늘 궁금했다.
그리고 언젠가 어렴풋이 알게 됐다.

지난겨울의 눈이 녹아 그 봄들의 싹을 틔웠구나.

첫사랑.
시행착오라 부르기엔 미안하고 경험이라 하기엔 가벼우며 그리움이라 하기엔 낯선.

그래서 이 많고 많은 말들 중에 대신할 단어가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
내 첫사랑에게, 나는 좀 고맙다.
한 번쯤 만나면 이탈리아 사람처럼 진하게 포옹하고, 웃으며 말해주고 싶다.
그 시간을 지나온 덕분에 나는 이제 겨울이 전처럼 그렇게 춥지 않다고.
잘 살자고.


글 : 김추추 (writer0511@gmail.com)






<김표고의 이야기>


























글, 그림 : 김표고 (인스타그램 : @kimpy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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