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이슈를 사춘기 학생들과 이야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골 메뉴는 단연 '군대'이야기이다. 피가 끓어오르는 10대와 20대들에게도 핫한 이슈이기도 하다.
오늘 강연에서도 강연 참여자 본인의 경험과 함께 뜨거운 이야기들이 하나의 메뉴처럼 테이블에 올라왔다.
여러 담론 중에서 내가 다시 생각해 본 이야깃거리는 3가지이다.
1. 내가 경험한 군대에 대한 히스토리(나는 열띤 토론에 참여하기보다 듣는 편이다. 그리고 이렇게 내 복잡했던 생각을 정리하는 이 시간이 필요하다.)
2.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학생들과 '군대'에 대해 나눴던 이야기들...
3. 군대가 나올 때마다 억지로 끌려 나온 아이러니한 임신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첫 번째로 군대와 연결된 나의 이야기는 "여자도 군대 가라"는 오래된 말처럼, 과거 17년 전으로 떠나야 한다. long~ long time ago...
나는 여자 형제가 5명인 딸 부잣집에서 4번째로 태어났다. 내 위에 언니가 남자처럼 행동을 해서 내가 '남자'로 태어날 것이라는 큰 기대를 받고 태어났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여섯째로 성공적(?)으로 태어난 막내 남동생의 온 가족에게 사랑받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 한마디로 나는 존재감이 없는 아이로 자랐다.
아버지를 먼저 보고 가부장제를 나중에 배웠지만, 가장과 맏아들 그리고 장손의 무게가 주는 '힘'을 가지고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 그리고 그 '상남자' 아버지가 암으로 쇠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고3이 될 즈음 간호사가 되기로 진로를 정했다.
진로를 정한 내 눈에 보였던 '국군 간호 사관생도'들은 굉장히 당당하고 멋졌다. 내가 원하는 간호도 하면서 나라를 위해 무언가 일을 할 수 있다니... 각 잡힌 깔끔한 모습과 당당한 태도, 홍보 영상 속 간호사관학생들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체력시험과 필기시험을 준비하면서 나는 새벽 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는 몰랐다. 그렇게 경쟁률일 쌜 줄이야... 가뿐하게(?) 떨어지고 난 뒤 나는 간호학과에 들어가서 중환자실 간호사가 되었다. 물론 지금은 더 큰 경쟁률을 뚫고 학교에 근무하지만!
강연을 들으면서 그때, 내가 간호장교가 되었다면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을까?
그 상상을 하게 되자 감정이입이 되기 시작했다.
오늘 강의를 통해 가장 많이 느끼게 된 것은 여군들의 위치였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를 해 보았을 때, 북유럽 국가인 스위스 등의 국가에서도 성평등이 가장 이뤄지지 않는 조직은 군대이다. 성숙한 시민사회에서 계속적으로 이야기해도 바뀌기 힘든 문화를 가진 집단인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바뀌기 힘든 조직이 군대라고 말하는 걸까...
우리나라가 바라본 여성 군인을 살펴보자.
여군 홍보를 위해 <미스 여군 선발대회>를 열었는데, 미스코리아 '진선미' -> '지용미'로만 바뀐 느낌이다. '美'를 가장 중요한 '여성 군인'의 능력으로 본 것이다. 1962-72년까지 진행되고 없어졌지만, 당시에는 수영복 심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