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샘 May 20. 2022

난임 치료 4년은... 사막을 걷는 여행이었어요.

쌍둥이 임신 성공하고 쓰는 난임 일기


결혼 전 저는 등산하고 걷는 것을 즐기듯 살았어요.

정상을 향해,

목적지를 향해 걷으면,

그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살면서 무언가 목표가 생기면, 노력해서 얻어낼 수 있었죠.


간호과에 들어가서 상위권을 유지할 때에도,

중환자실에서 힘들어도 버티면서도,

교사가 되기 위한 2년 동안, 2명을 뽑는 임용시험에 지원할 때에도 마찬가지였어요.

목표가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았고, 끝까지 해 낼 수 있었어요.


그러다 인생의 목적이 같은 사람을 만나 사랑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자연스레 생길 줄 알았던 아이가 우리에게 찾아오지 않았죠.


30대가 접어들었기에

35살이 생물학적 노산임을 알고 있었기에

결혼 후 다음 해부터 난임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4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사막을 걷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언제 이 모래지옥에서 벗어나게 될지 모르는 사막을 걷는 기분...

딱 그게 난임치료에서 벗어난 제가 느낀 기분이에요.


<문제는 무기력이다> 박경숙 저자의 책을 읽으며

그런 기분이 바로 '무기력'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만의 글투로 정리해보려고 해요.

어떻게 모래사막에 빠지지 않고, 벗어나게 되었는지

글로 풀어내다 보니 6가지로 정리하게 되었어요.

개인적인 의견이니, 가감해서 봐주세요^^

사막에 갇혀 힘들어 하시는 단 한분에게라도 제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난임이라는 모래사막에 빠지지 않은 저만의 6가지 방법]


첫 번째. 이 여행의 '목적'이 분명한지 살펴보자.

4년을 난임 병원을 다녔어요. 제주에서 2곳, 서울에서 2곳.

병원을 선택하면서 부부가 나눴던 대화는 유튜브에 기록으로 남겨두었어요.

https://youtu.be/uS1kuG772L4

성장 부부의 유튜브


마지막 병원을 선택하면서 짝꿍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저는 휴직을 하고, 수입도 적어지고, 치료비와 비행기 값 등 지출은 늘어가면서 점점 지치기 시작했거든요.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는 없어. 그런데 지금 아니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

짝꿍과 오랫동안 자주 이야기를 나누면서 왜 아이를 가지고 싶은지, 아이가 계속 생기지 않으면 어떨지, 입양을 생각해보는 건 어떨지 등등 다양하게 이야기를 나눴어요.


처음엔 입양을 먼저 이야기하던 짝꿍이 "나는 입양하면 못 키울 것 같다."라고 바뀌기도 하구요.

아이가 없어도 괜찮아 둘이 잘 살면 되지~라고 생각했다가도

우리 아이가 가지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었어요.

"우리 아이를 갖자."

대화를 나눌수록 두 사람 모두 난임 치료를 받는 목적이 분명해졌어요. 


그래서 내린 결론은 "00까지 기간을 정해서 우리 아이를 갖도록 노력해보자."였습니다.



둘째,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사막 여행의 '기간'을 정해보자.


4년 동안 목적이 불분명한 건 아니었어요.
경중의 차이는 있었고, 상황에 따라 깊이 생각하는 부분을 다르겠지만,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으니까요.


목적이 분명해졌으니,
제 나이가 40이 될 때까지는 노력해보고 싶었어요.
플랜 A, B, C까지 생각해보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했어요.

다시 복직 후에 제주에서 시험관 시술을 하려고 마음을 먹고,

최악의 경우까지도...


"난 마흔 살까지는 최선을 다할 거야!"

스스로 다짐하고 마음을 차분하게 유지했습니다.

(그때 도움이 되었던 백번 쓰기는 아래 다시 한번 이야기드릴게요.)


1년의 배란주기와 과배란 주사

2년의 인공수정

1년의 시험관 시술과 유산, 그리고 쌍둥이 임신까지


감사하게도 가장 좋은 시기에 와 주었다고 생각해요.



셋째, 오아시스가 나타나면 충분히 쉬어가자.


난임치료를 하면서는 하루살이가 아닌 한달살이가 된 느낌이었어요.

배란기에 맞추고, 월경이 시작하면 다시 좌절하고, 다시 또 몸을 만들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과 기다림에 지칠 때,

중간중간 쉬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1번의 시술 주기가 끝나면 쉬기도 했고,

운동을 좀 더 한다거나, 일에 미쳐보기도 했어요.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것들에 흠뻑 빠져보기도 했구요.


그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매일 나를 위한 마음의 오아시스를 만든 것이에요.

그게 바로 백번 쓰기!

저는 켈리최회장님을 좋아하는데요.

시크릿 영상을 들으면서 매일 아침 100일 동안 백번 쓰기를 했어요.


왜... 그런 말 있잖아요?

"마음을 비워봐. 그럼 애가 들어서더라고!"

저는 이 말이 가장 싫었거든요.


신기하게도 백번 쓰기하며 이 영상을 매일 듣는 동안 마음이 편안함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얻었구요.

지금은 세 번째 백번 쓰기를 하고 있어요.

(아이 출산하기 전까지는 하려구요^^)

https://youtu.be/a4ZjO2c-stY

내 마음의 오아시스가 되어 준 시크릿



넷째, 모래 속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면 바람을 빼보자.


모래 속에 차가 빠졌을 때 쉽게 빠져나오는 방법이

타이어의 바람을 빼는 거 아시죠?


유산 걱정에 유전자 검사 걱정에 영양제, 치료 스케줄 등등 난임치료를 할 때도 오만가지 걱정이 나를 휘감았어요. 그때, 그 많은 생각들을 비우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어요.

타이어 바람을 빼는 것처럼 제 머리속 가득찬 걱정거리를 빼려고 노력했죠.


저는 명상을 하거나, #켈리최 회장님 #블랙홀 시각화를 하면서 잤어요. 낮에는 #파워냅 영상을 봤구요. (영상을 너무 많이 넣으면 불편하실까 봐 검색어만 적어놓아요^^)


채우는 것보다 비워내는 게 더 중요하니까, 꼭 한번 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던 불면증에도 큰 도움을 받았어요.



다섯째, 나 혼자 하는 여행, 그리고 함께 하는 여행으로 즐겨보자.


아무래도 난임치료는 임신 출산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여성의 하는 역할 비중이 커요. 의사샘들도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죠. 


특히 서울에 난임 병원을 왔다 갔다 할 때에는 (둘이가면 비용도 두배라) 혼자 가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혼밥에 혼영을 하기도 하고, 혼자 전시회를 가기도 했어요. 그리고 그때마다 작은 인증샷을 찍어 공유하거나 짝꿍에게 편지를 쓰면서 여행기록을 나눴답니다.


혼자 여행할 때는 그때 나름대로 즐기고,

둘이 하게 될 때는 좀 다른 방법으로 즐기려고 노력했어요.

사막 여행도 의미가 있답니다.

밤에 반짝이는 별들도 예쁘고, 가끔 오로라도 볼 수 있고, 캠프 파이어도 할 수 있어요.



마지막 여섯째, 나의 한계의 벽을 부수는 용기가 필요해요.


난임 치료가 다른 여행과 다른 점은 내 기분에 따라 같은 사람도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에요.

내가 편안하고 안정적일 때는 임산부를 보면 건강하게 순산하라는 기원을 보내고, 아이들이 식당에서 뛰놀아도 아이니까~하고 넘어가는데요.

내 기분이 안 좋을 때는 무슨 환상의 나라에 빠졌다가 나온 사람처럼 더 절망하고, 미워질 때가 있더라구요.


마치 캠프파이어의 황홀한 불빛에 빠진 것처럼... 안전해 보이고 따뜻해 보이는 그곳에서 나와서 다시 어두운 사막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난임치료에서는 '용기'가 필요해요.


여러 번 무너질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내 한계를 시험하는 일들이 많이 있었어요.

난자 채취 부작용으로 갑작스럽게 병원 입원을 하게 되었고,

자궁의 폴립이 발견돼서 급작스런 수술을 하게 되었죠.

여러 우여곡절 속에서도 함께 용기를 내어 준 짝꿍이 있어서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마 저보다 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용기를 내어 난임치료를 하고 계신 분들이 계실 거예요.

그래도 그 용기가 사막을 벗어나는 데 큰 힘이 되실 거라 믿어요.

전 세계가 모두 사막은 아니니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임신 축하해! 근데, 아이는 여자야? 남자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