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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emovieaday Apr 11. 2023

<젤리그, 1983>

우디 앨런 감독

<Zelig>는 인간 카멜레온이라고 불리는 젤리그에 대한 의사 다큐멘터리. 우디 앨런이 각본과 감독 그리고 직접 출현한 영화이다. "그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상을 반영합니다. 우리 시대의 특성 말이에요. 한 남자의 이야기지만 우리 문화의 화두가 담겨있어요 영웅주의, 의지력 같은 거요 하지만 반추해 보면 이상한 일이에요."라는 말과 함께 '그'라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킨 채 영화는 시작된다.

사교층 파티, 야구캠프, 갱스터, 재즈연주가, 중국인 등등 여러 모습으로 사람들 눈에 띄기 시작한 젤리그는 조금씩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 내리기 시작하고 결국 임상관찰 대상이 되어 정신병원에 수감된다. 정신병리학자 유도라 플레처 박사는 본인 스스로를 병리학자라고 소개하는 젤리그에게 강한 흥미를 느낀다. 새로운 구경거리에 갈망하던 대중들에게도 이른바 '젤리그 현상'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그는 한숨에 유명인사가 된다. 플레처 박사는 젤리그에게 생리적 장애가 아닌 정신병적 요인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의 변신이 불안정한 기질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학자들이 다양한 실험으로 병의 원인을 찾아내려고 노력하지만 아무 성과가 없자 플레처 박사는 최면술을 시도한다. "왜 당신 내부에 여러 개성이 공존하게 두는지 말해 보세요." "안전하거든요 다른 사람처럼 되면요.(It's safe to be like the others)" "안전해지고 싶어요?" "사람들 마음에 들고 싶어요(I wanna be liked)"

플레처 박사는 젤리그가 인간 카멜레온이며 도마뱀처럼 타고난 방어기전으로 색깔을 바꿔가며 즉시 환경에 섞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주위의 누군가로 변신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한다고 설명하며 그가 특별한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된 젤리그는 공연, 굿즈, 광고, 신문, , 유행가, 영화 등등 상품으로까지 팔리기 시작한다. 젤리그가 자신의 삶이 없는 구경거리에서 벗어나길 바랬던 플레처 박사는 젤리그를 자신의 전원집으로 데려와 상담치료를 도와준다. 최면술을 통해 그가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다는 것을 알게 된다. 최면상담으로 실제 젤리그에 대해 알게 된 플레처 박사는 그에게 새로운 감정을 갖게 되고 둘의 사이는 점차 가까워지게 된다. 정성 어린 보살핌으로 젤리그는 더 이상 변신하지 않게 되고 오히려 사람들에게 자신이 되라며 용기를 준다. "젤리그는 더 이상 카멜레온이 아닌 주체적 한 인간이다. 그의 정치, 예술 그리고 사랑에 대한 견해는 솔직하고 직설적이다 그의 취향은 저급한지 몰라도 그 자신의 것이다 그는 마침내 개체성을 가진 한 인간인 것이다 이젠 주위의 유리한 쪽에 서는 대신 더 이상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점차 젤리그가 자아를 되찾고 주체를 드러내자 과거에 그에게 피해를 받았다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다시 그의 카멜레온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그는 결국 종적을 감추어 버린다. 수소문 끝에 플레처 박사는 젤리그를 찾게 되고 행복한 결말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역설적인 얘기예요. 왜냐하면 이 놀라운 곡예를 가능케 한 것이 그의 변신능력이었잖아요 그러므로 그의 병이 자신을 구한 요인도 되면서 그런 관점이 가능하다는 게 흥미로워요 그의 장애가 자신을 영웅으로 만든 거잖아요."


우리는 사회에서 서로 같아지기 위해 모방하며 속하기 위해서 원치 않아도 스스로 변하면서까지 그들과 같아지려고 노력한다. 우리 자신을 당당히 드러내면 오히려 그들은 아픈 환자처럼 취급하고 싫어하니까. 그래서 우리들은 어쩌면 다 카멜레온일지도 모른다. 카멜레온처럼 모든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 젤리그는 플레처 박사를 통해 자신으로 살아간다는 것, 주체적인 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것, 솔직하게 지난 자신의 과거에 대해 털어놓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용기 있게 고백하는 것 등의 살아가는 방식을 배운다. 플레처도 젤리그 덕분에 자신이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임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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