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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emovieaday Apr 12. 2023

<파벨만스, 2022>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영화 <파벨만스>는 거장의 영화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의 자전적 경험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새미'를 통해 그가 처음으로 영화를 보게 된 순간, 영화를 직접 만들게 된 순간 등 영화와 관련된 경험들을 보여준다. 영화는 어린 시절 새미가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부모님과 영화를 보러 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새미는 거대한 스크린에 비친 열차사고 장면에 충격을 받고 집에 와서도 계속해서 그 장면을 떠올린다. 심지어는 아빠 버트가 선물로 준 열차 장난감으로 재연까지 한다. 그런 새미가 걱정된 엄마 미치는 그에게 8mm 카메라를 주며 열차가 충돌하는 순간을 녹화해서 반복해서 보라고 말하고 그렇게 새미는 카메라를 들게 된다. 학생이 된 새미는 친구들과 영화관에서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를 보고 서부극 영화를 찍게 된다. 영화를 직접 만들어 학교에서 상영도 하며 그의 영화적 재능을 보여준다. 가족들과 아빠 친구인 베니와 함께 간 캠프에서도 새미는 카메라를 든다. 아빠의 부탁으로 캠핑에서 찍었던 영화를 편집하며 새미는 엄마 미치와 베니가 연인 사이인 걸 알게 된다. 영화 찍기를 그만두기로 결심한 새미는 자신의 카메라를 팔지만 베니에게 다시 카메라를 선물로 받게 된다. 아빠의 직장 때문에 이사를 가게 된 새미는 애리조나에서 캘리포니아로 전학을 가게 되는데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엄마 미치는 배니의 부재로 무기력하게 생활한다. 그들에게 캘리포니아에서의 생활은 점차 괴로워진다. 우연히 새미는 학교에서 열린 졸업생 행사를 촬영하게 될 기회가 생기게 되어 여자친구의 도움을 받아 아리플렉스 16mm 카메라를 들고 '땡땡이치는 날'이라는 영화를 만들게 된다. 이후에 새미의 부모님은 결국 이혼을 하게 되고 시간이 흘러 대학생이 된 새미는 기회가 생겨 CBS를 방문하게 되고 그곳에서 존경하던 존포드 감독을 만난다. 그의 조언을 듣고 감격을 한 모습으로 새미는 당차게 거리를 걸으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파벨만스>는 영화 속에 수많은 영화들이 등장한다. 영화 속에서 만들어진 영화들을 통해 미세한 차이점들을 보여주며 새미 즉 스티븐 스필버그 자신의 영화적 성장기를 보여주는 듯하다. 어린 시절 새미가 처음으로 카메라로 찍은 건 열차가 충돌하는 장면이다. 그냥 앞에 있는 물체를 가만히 찍기만 한 것이었다. 그러다가 새미는 여동생들에게 치과의사, 환자 역할을 부여하며 연기를 시키기도 하고, 소품을 만들어 그들의 감정을 유도시켜 촬영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조금씩 그는 카메라와 가까워진다. 가족과 함께했던 캠핑을 촬영한 영상을 직접 편집하면서 실제 촬영했을 때 몰랐던 장면들을 목격하게 되고 새미는 절망하여 영화 찍기를 그만둔다. 새미는 엄마의 외도에 대해서만 화가 났던 걸까 단지 엄마에 대한 실망 때문이라면 카메라를 팔 필요까지 있었을까. 촬영 대상에서 떨어진 우측 모서리에 우연히 찍힌 미치와 베니의 모습은 새미 자신이 찍으려고 의도했던 장면이 아닌 즉,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나 찍힌 장면이기에 큰 무력감을 느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과 영화를 찍을 때도 새미는 친구에게 슬픈 감정을 연기해 달라고 디렉팅을 내리는데 친구는 감독의 컷 소리를 듣고도 감정을 끊지 못한다. 계속 앞으로 걸어가는 친구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새미가 느낀 감정도 무력감이 아니었을까. 반면 학교에서 '땡땡이치는 날'을 찍었을 때는 새미가 직접 연출하여 새 똥을 맞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떨어트리는 장면을 찍거나, 찍은 대상을 멋있게 혹은 비굴하게 연출하여 자신의 의도대로 카메라에 담아낸다. 


"지평선이 바닥에 있으면 흥미로운 것이야. 지평선이 위에 있으면 흥미로운 것이야. 지평선이 중간에 있으면 뭣같이 지루하지. 그럼 행운을 빈다"라고 조언하는 새미에게 존 포드(데이빗 린치)가 조언하는 장면이 나온 후 걸어가는 새미의 뒷모습을 풀 샷으로 잡은 카메라는 갑자기 의도적으로 지평선을 바닥에 맞추고 영화는 끝이 난다. 마지막 장면의 의도적인 카메라 각도 변화를 통해 스티븐 스필버그가 존포드에게 바치는 헌정 같았고 관객에게 이 영화가 자신에 대한 영화임을 확실하게 시인하는 메시지 같았다. 수많은 명작들을 탄생시킨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의 한 삶을 다른 가상의 인물을 통해 볼 수 있게 돼서 기뻤고 그의 영화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거의 모든 일생을 영화와 함께했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이렇게 또 명작의 영화를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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