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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emovieaday Apr 13. 2023

<더 웨일, 2022>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


"누가 누굴 구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야"

"그런 생각 안 해봤어? 사람은 타인에게 무관심할 수가 없다고. People are amazing."


줌 화면 속 검은색 화면이 서서히 걷어지고 찰리가 나타난다. 그는 떨어진 물건도 쉽게 줍지 못할 정도로 거구다. 자위와 식욕. 아무리 몸을 가누기가 힘들고 숨쉬기 힘들어도 그가 포기할 수 없는 욕구인 듯하다. 울혈성 심부전으로 찰리는 하루하루가 고비인 상태다. 그런 그에게도 이전의 삶이 있었다, 자신이 사랑받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해 줬던 사람이 있었다. 8년 전 찰리는 파트너 앨런과의 삶을 위해 딸 앨리를 버렸고 가족대신 선택했던 앨런은 스스로의 삶을 버렸다. 그 이후로 찰리는 무너졌고 272kg의 초고도비만이 되어버렸다. 찰리가 집 밖을 나가지 않아 찰리의 집 문은 언제나 닫혀 있지만 그를 위해 문을 열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항상 찰리의 몸 상태를 체크하며 그를 보살피는 앨런의 여동생 리즈, 수업 낙제를 면할 목적으로 떠넘긴 에세이 과제 때문에 오는 찰리의 딸 앨리 그리고 우연히 들어오게 된 교회 선도자 토마스.


1.33 대 1(4:3)의 화면 비율로 감독은 영화 내내 관객에게 불편함을 선사한다. 장소의 이동은 최소화하고 등장인물들만 문을 기준으로 실외에서 실내로 반복할 뿐이다. 그래서 보는 내내 답답함을 가중시킨다. 영화의 대부분은 인물들의 대화로 이루어진다. 리즈와 찰리, 찰리와 토마스, 리즈와 토마스, 앨리와 토마스, 메리와 찰리, 메리와 앨리. 그러다 보니 더욱 대화 내용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영화를 보면서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은 누가 뭐라 해도 엔딩 장면이지만 제일 마음이 아팠던 장면은 찰리의 실제 모습을 본 피자 배달 기사의 표정이다. 사실 우리이지 않을까. 줌 화면을 켜고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주는 찰리의 모니터를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학생도. 이런 타인의 경멸을 그가 모르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 때문에 조금이라도 삶의 의지를 갖고 움직이려고 노력하지만, 다시 사람들 때문에 다 놓아버리고 폭식을 해버린다. 그런데도 그는 누가 누굴 구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하는 리즈에게 사람은 타인에게 무관심할 수가 없다고 구원의 힘에 대해 경외감을 내보인다.

찰리는 자신의 마지막을 감지하고 딸 앨리에게 그녀가 쓴 모비딕에 대한 에세이의 일부를 읽어달라고 한다. '<모비딕>에서 고래에 관해서만 한 챕터 내내 이야기하는 순간이 슬펐다, 그것이 자기 넋두리에 지친 독자들을 배려하는 작가의 제스처임을 알기에...' 그 순간 찰리는 자신의 두 발로 직접 걸어 앨리 앞에 선다 그리고 그의 두 발이 공중에 뜨면서 하얀 플래시백이 터진다. 찰리, 앨리, 메리가 함께였던 바다에서 회상씬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개인적으로 마지막에 찰리의 두 발이 붕 뜨는 장면에 조금 의아했는데 어쩌면 찰리는 이미 소파 위에서 죽었을 거라고 얘기하시는 해석을 듣고 이해가 됐다. 575음절 라임, 더 웨일이 초고도 비만자들을 나타내는 은어라는 것, 원작 소설에 대한 내용 등등 그리고 찰리는 자신의 구원 때문에 타인의 구멍을 채우는 사람일 거라는 민용준 저널리스트님과 황석희 번역가님의 설명 덕분에 더 이해하게 된 영화였던 것 같다. 첫 GV였는데 영화에 대해 많이 알수록 영화가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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