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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emovieaday Apr 15. 2023

<사운드 오브 메탈, 2021>

다리우스 마더 감독

여자친구 루와 2인조 메탈 밴드로 활동하고 있는 드러머 루빈은 캠프차에서 생활하며 지낸다. 4년 동안 마약을 끊고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며 지내던 루빈은 갑자기 귀에 이상을 느끼게 되고 한순간에 청력을 잃게 된다. 대비할 시간도 없이 하루아침에 청각장애인이 되어버린 루빈은 병원을 가서 상담도 받아 보지만 당장 고칠 수 없다는 이야기만 듣는다. 그런 루빈을 위해 루는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청각장애인복지센터를 소개해 주고 그의 센터 생활을 위해 그를 떠난다. 복시센터의 합숙생활의 규칙에 따라 루빈은 핸드폰, 차키를 반납한다. 같이 생활하는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거나 수업을 할 때 수어를 모르는 루빈은 외톨이가 된다. 아직 자신의 상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루빈에게 청각장애인합숙센터장 조는 'LEARN HOW TO BE DEAF' 청각 장애인이 되는 법을 조금씩 가르쳐 주고 숙제를 하나 준다. 


"방 하나를 제공해 줄게. 방 안에서 할 일이 없을 거야. 넌 그냥 거기서 가만히 앉아 있으면 돼. 그러다 가만 앉아 있을 수 없는 순간이 오면 내가 준비해 둔 종이와 펜을 가지고 그냥 써. 무슨 말을 어떻게 쓰든 아무 상관없어 맞춤법이 틀려도 괜찮고 그냥 전혀 말이 안 돼도 좋아. 상관없어 아무도 안 읽을 거니까. 하지만 계속 써야 해. 한시도 멈추지 말고 계속.. 다시 앉을 수 있을 때까지."


그렇게 루빈은 아침에 커피와 빵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는다. 그러다 빵을 주먹으로 내리치고 소리를 지르며 문을 내친다. 여전히 그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은 적막한 순간에 소리를 내지른다. 아이들과 수업도 받고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생활을 하며 점차 루빈은 청각 장애인이 되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루빈의 머릿속엔 여자친구 루와 수술의 생각뿐이다. 결국 그는 조에게 돌아오겠다는 쪽지를 남기고 수술을 받으러 간다. 루빈은 다시 청각복지센터로 돌아와 조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지금 때가 왔어요. 뭐라도 해야 하는 때가요. 인생 망하지 않으려면 뭐라도 해야죠. 그래서 한 거예요. 누가 내 인생 대신 구해 줄 것도 아니잖아요. 여기 앉아서 낙서만 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아무것도 안 돼요.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고요. 어차피 다 사라지는 거예요. 내가 없어진다고 누가 신경이나 쓰겠어요? 아무도 안 써요, 진짜. 그래도 괜찮아요 그게 인생이니까. 진심으로요 그냥 다 지나가 버려요 그냥 흘러가 버린다고요" "내 서재에서 그 수많은 아침을 보내는 동안 가만 앉아 있으면서  그런 적이 있었는지 궁금해. 고요함을 맛본 적이 있었니? 네 말이 맞거든, 루빈. 세상은 계속 흘러가 버리지 정말 잔인해. 하지만 나한테는 그 고요한 순간, 그 평온함이 바로 거기가 하나님 나라야. 그곳은 절대 널 버리지 않지. 하지만 넌 이미 결정을 한 거 같구나. 그 결정으로 네가 정말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소리에 관한 영화다. 음악 중에서도 메탈을 선택한 건 어쩌면 메탈의 샤우팅과 청각 장애인의 적막함이 극간의 대비를 이루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마지막 엔딩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수술을 받고 보청기를 끼고 듣는 세상의 소리는 루빈이 전에 듣던 소리와는 달랐다. 치지직, 삐비빅 온갖 잡음처럼 소리가 매끄럽지 않게 들린다. 차라리 안 들리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소리를 듣기를 간절히 원했던 그가 가만히 벤치에 앉아 세상의 소리를 듣는다. 아니 보청기를 통해 들리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곤 보청기를 떼어 버린다. 보청기를 벗음과 동시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고요함. 어쩌면 그 순간 루빈은 깨달았을 것이다 조가 그토록 말했던 고요한 순간 그 평온함을. 마지막 엔딩을 보면서 조가 루빈에게 말했던 대화 내용이 떠올랐다 여기 센터에 있는 청각장애인 친구들은 믿음이 있다고, 고칠 필요가 없는 믿음. 우리는 그걸 붙잡고 살아간다고. 어쩌면 제일 중요한 건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믿음이 있으면 적막함도 평온함이 될 거라는 희망을 주는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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