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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선영 Jul 03. 2024

같은 엄마였다.

1.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전화가 울린다. 여동생이었다.

“언니 엄마 응급실에 계신대” “무슨 일인데?”
다급하게 물었다.
“오토바이가 치고 갔대.”
그 얘길 듣는 순가 정신이 몽롱해졌다.

속으로 마음을 다잡으며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가슴이 뛰기 시작해 운전할 수가 없어서 신랑에게 같이 가달라고 했다.


응급실에 누워 계시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벌렁벌렁했다.

머리에 출혈이 있어서 꿰매는 수술을 하고 시티를 찍고

기다리는 순간도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제발 아무 일이 없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를 했다.

의사 선생님이 환자분이 의식은 있어서 다행이지만

뇌출혈이 있어서 중환자실에서 상태를 지켜보자고 하셨다.

중환자실이란 말 자체가 무섭게만 느껴졌다.

지금은 자식들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걱정스러운 마음만 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다음날,

아이 학교에 보내고 중환자실 면회 시간에 맞춰 병원으로 갔다.

중환자실이라 대부분의 환자들은 의식 없이 온갖 장비들을 달고

누워 있었다.

걱정했던 것보다 엄마는 의식이 또렷하고 괜찮아 보였지만

아파하시는 모습이 안쓰럽게만 느껴졌다.

3일 후 일반병실로 내려올 수 있음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2주간의 병원 생활 동안 딸 들이 돌아가면서 병간호를 해드렸다.

“엄마 거동이 불편하고 아직 다 나은 게 아니니까 우리 집 가서 있자.”

내가 말했지만 엄마는 아픈 사람이 애 키우는 집에 가면

안 된다면서 극구 사양하셨다.


친정엄마 집으로 퇴원을 했다.

퇴원을 했어도 화장실이나 갈 정도로 엄마 거동이 자유롭지 못했기에

매일 언니와 번갈아 가며 엄마 집으로 갔다.

아이 학교 보내고 지하철을 타고 엄마 집으로 가서

같이 산책하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고 이틀에 한번 꼴로 병원에 다녔다.

설 연휴 지나고 사고를 당하셨고 점점 회복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느 날 병원을 나와 하늘을 보니 파란 하늘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길고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듯이

큰일 날 것만 같았던 시간이 지나고 나니

엄마도 건강하셨던 예전으로 돌아오셨다.     



2.     

한참 사춘기를 보내던 중2 어느 날 아빠가 젊은 여자분을 모시고 오셨다.

“오늘부터 같이 사실 분이다.” 아빠가 말씀하셨다.

‘나는 엄마 같은 건 없어도 된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1남 3녀의 둘째였던 나의 질풍노도의 시기가 시작됐다.     


3.     

급식문화가 없던 80, 90년대에 자식 4명의 도시락을 싸시느라

새벽에 일어난 노고를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 알아졌다.

30년을 키워 준 그분에 대한 마음은

그저 키워 준 고마운 분이라 생각해 왔었다.

그런데 이번 사고로 엄마와 보내는 시간이 많고 대화의 시간도 많았다.

그분의 어린 시절부터 돌아가신 아빠를 만난 이야기를 들었는데

30년을 같이 보내면서 속 깊은 이야기는

처음 들었던 터라 가슴이 몽글몽글해짐이 느껴졌다.


아파 누워 계시던 모습 같이 병원 다니고 운동하며 회복해 가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그분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과 애틋함이 밀려왔다.

자식들이 집에 갈 때 부모님들이 끝까지 바라보시는 마음을

나는 이제 엄마에게 느끼고 있다.     


4.     

병원 진료를 마치고 자장면이 드시고 싶다고 해서 중국집에 왔다.

엄마가 언니와 내게 말씀하셨다.

“너희들 덕분에 내가 살았다. 너희들에게 미안하다.”
“엄마 미안하다는 말 하지 말고 고맙다.라고 말해.

우리도 이제야 효도하네.”라고 말씀드리며

엄마 언니 나는 눈물 젖은 자장면을 삼켰다.


이 날은 영화 필름처럼 각인돼 그 장면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내가 그분을 사랑하고 있었구나! 알게 된 시간이었다.


사진 https://www.pexels.com/k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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