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영원을 약속하기에 너무 어려서

by Infj


포근하게 피어오른 하얀 벚꽃 잎이

어지러이 떨어진 자리를 지나


따듯한 수증기 같은 공기가

콧 속을 가득히 채울 즈음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손에 쥐었다.


더위가 가셔 선선한 바람과 함께

노란빛이 자작자작 깔린 길을 걷다가


콧물이 절로 나올 정도로 시린 날씨가 오고

따듯하고 달달한 붕어빵을 한입 베어 물었다.


그렇게 여덟 개의 계절을 지나왔다.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주변에 존재했지만

영과 D는 그 사이에서도 나름 장기 커플의 반열에 올랐다.


일주일 중 7번을 만나면서도 크게 다투는 일도 불편함도 없었고, 오히려 그를 보지 않는 날엔 세수라도 안 한 것처럼 허전했다.


시간이 지난 지금 떠올려보면 그의 입장은 어땠을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매일 같은 일상을 보내는 데에 거부감이 없었던 건 그도 같은 마음일 거라 생각하고 넘겼다.


그렇게 잘 만나던 D와 영이 헤어진 데에 친구들은 놀라면서도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헤어짐 이유라..."


D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를 20살이 무르익을 즈음 만났다면 참 좋았겠다 생각했다.

스무 살 초 대학생 커플들이 그렇듯 군대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영과 D는 평소 남일 같지 않은 '군대' 문제에 대해 종종 이야기했었다.

그리고 둘은 암묵적으로 헤어짐에 동의했다.


영과 헤어지기 싫었던 D는 ROTC 지원을 했었다.

열심히 준비도 했고 결론적으로 예비 3번 번호를 받았지만

그 해 유독 지원자가 많은 탓인지 계획대로 흘러가진 않았다.



'기다림'이라는 선택을 할 수도 있었다.

핑계 아닌 핑계지만 너무 '사랑'했기에 선택하지 않았다.


물론 군대뿐 아니라 모든 커플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기다림의 끝은 '이별' 혹은 '결혼'이었는데,

군대 복무 중의 이별 혹은 복무 후 이별이든

어떤 것을 선택해도 서로에게 상처뿐으로 남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영에게 D는 너무 좋은 사람이었고,

좋은 감정을 가진 상태에서

좋은 추억만을 간직한 채로,

좋은 마무리를 짓고 싶었다.



영원을 약속하기에 너무 어려서

그렇게 영의 첫 번째 연애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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