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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석 Jul 25. 2018

우리가 농부로 살 수 있을까?

월간농터뷰 [6월호] 인물 편





월간농터뷰 [6월호] 종합재미농장 이야기




월간농터뷰 6월호는 경기도 양평의 작은 땅에 '종합재미농장'이라는 이름을 붙여 농사를 짓는 안정화, 김신범 부부를 취재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부부는 특이하게도 농사를 짓기 전에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유럽여행을 떠났는데요, 유럽에서 여러 농부를 만난 뒤 한국으로 돌아와 농사를 짓고 살고 있습니다. 



Q. 안녕하세요. 두 분 소개 좀 부탁할게요.


안녕하세요. 저희는 경기도 양평에서 '종합재미농장'을 운영하는 안정화, 김신범 부부입니다. 귀농해서 농사를 짓기 시작한 지 이제 2년 차가 되었고요. 여러 가지 소소한 실패를 경험하면서 자연농법으로 재미있게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웃음)



Q. 종합재미농장이라는 이름이 상당히 흥미로운데요. 어떤 의미에서 종합재미 농장이라고 짓게 되었나요?


(신범) 처음에는 '종합재미상사'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었고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재미를 조금 나눠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활동이 쭉 이어져 오면서 농사를 짓게 되었고, 농장 이름을 고민하던 중에 '종합재미농장'으로 지어보면 어떨까, 하고 단순하게 이름 짓게 되었죠. 막상 이름을 짓고 보니 종합적으로 재미있게 농사를 짓는 저희의 농사방식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뿌듯해하고 있어요. (웃음)





Q. 책에서 보니 잘 다니시던 직장을 그만두고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셨더라고요. 어떤 이유에서 여행을 떠나신 건가요?


(신범) 저는 환경단체에서 일했는데요. 5년 정도 같은 일을 반복해서 하다 보니 어느 순간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하던 일은 좋았지만요. 당시에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했어요. 조금 더 제가 생각한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일들이 없을까? 이런 고민 끝에 여행을 떠나게 되었죠. 

(정화) 보통 직장생활을 5년 정도 하면 누구나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오잖아요. 당연히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처음에는 신범씨를 말렸었죠. 결혼도 했고 가정을 꾸리려면 안정적인 직업이 필요하잖아요. 하지만 본인이 너무 원하기도 했고, 마침 저도 1년 계약직 근무였는데 끝나는 시기가 비슷해지면서 같이 휴식기를 가지게 되었어요.





Q. 두 분이 다녀오신 여행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배낭여행과는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어떤 여행지를 방문하셨나요?


(정화) 주변 지인들에게 일을 그만둔다고 얘기했더니 우프(WWOOF) , 덴마크 스반홀름 생태공동체 ,독일의 시민 공간 탐방과 같은 다양한 여행 거리와 방식들을 추천해주더라고요. 원래 휴식기를 가지게 되면 신범과 제가 가보고 싶었던 네팔에 배낭여행을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친구들이 추천해준 여행지 하나하나가 모이고 모여서 아주 긴 여행을 떠나게 되었죠. 저희가 주로 방문했던 곳은 관광지가 아닌 작은 공동체, 도시 텃밭, 농장이었어요.



Q. 스반홀름 공동체는 어떤 곳인가요? 책에서 보니 그곳에서 농사일하면서 지내셨더라고요.


스반홀름은 덴마크에 있는 생태, 경제 공동체인데요. 유기농사를 지어 필요한 대부분 채소를 생산해서 자급자족하는 곳이에요. 풍력발전과 태양광으로 필요한 에너지를 사용하며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해 고민을 하는 곳이기도 하죠.


(정화) 자취를 하면 외식에 의존하게 되잖아요. 그러다보니 건강한 먹거리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더라고요. '언젠가는 농사를 짓고 살 거야'라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직접 농사일을 해본 것은 스반홀름에서 처음이었어요. 거기서 규모가 큰 농사를 뼈저리게 경험했죠. 광활한 텃밭에서 열댓 명의 사람들과 몇 시간씩 작물을 수확했어요.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가 과연 큰 규모의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혹여 농사를 짓게 된다고 하더라도 규모가 크지 않고 기계에 의존하지 않는 농사를 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Q. 제프&힐러리네에서 우프(WWOOF)를 하면서 많은 것을 깨달으신 것 같아요. 그곳에서의 생활은 어떠셨나요?


(정화) 스반홀름을 공동체를 나오면서 자급자족을 하는 소농의 삶은 어떨지 궁금해졌어요. 우프를 통해 제프&힐러리를 만나게 되었는데요. 지속 가능한 삶에 관심이 있다는 소개에 끌려서 찾아가게 되었어요. 같이 지내다보니 그분들의 생활방식 곳곳에 환경을 의식한 부분이 많았어요. 음식물 쓰레기는 퇴비간에 버리고, 허드렛물은 화초에 주고, 빨래는 1주일에 한 번씩, 설거지는 한 번에 모아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부분이 환경을 고려한 결과들이었어요.




Q. 여행 이야기를 듣다 보니 두 분 모두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어떻게 환경문제에 관심을 두게 되었나요?


(신범) 등산을 하는 취미가 있어요. 풍경을 즐기다 보니 자연스레 산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산에는 나무도 울창하고 야생화들도 많이 피어있지만 버려진 쓰레기도 많다는 걸 인식하게 되었어요. 자연스레 환경문제에 대해 검색하게 되었죠. 그때 환경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더욱 더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느꼈어요. 그러다 시민단체의 환경 활동가까지 하게 되었는데요. 많은 사람에게 나무를 심도록 권하고 아름다운 숲을 가꿔야 한다는 것을 전달하는 역할을 자처했었죠. 



Q. 지금도 꾸준히 환경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으신가요?


(신범 ) 요즘은 산행을 가지 않아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은 못 하고 있어요. 농사를 짓고 있어서 산에 갈 시간이 없거든요. 대신 환경동아리 활동하는 친구들이랑 연초마다 환경 다짐을 하고 있어요. 내가 1년 동안 무엇을 실천하겠다는 건데요. 연말이 되면 각자 반성의 시간을 가지게 되더라고요. (웃음) 저 같은 경우에는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차츰 횟수를 줄여오다 3년 전부터는 나무젓가락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죠. 비록 작은 다짐이지만 실천하는 부분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정화) 사무실에서 일하면 이면지가 엄청나게 많이 나오게 되잖아요. 날마다 쌓이는 이면지를 보며 안타까워하던 중에 재생종이 관련 단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이면지로 노트를 만들어서 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재생종이 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틈틈이 하기도 했어요. 저는 종이컵 아껴쓰기를 꾸준히 실천했어요.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구매하게 되는 빵, 과자, 카레 가루 등 비닐 쓰레기가 많이 나오게 되잖아요. 요즘에는 이런 비닐 쓰레기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가 고민돼요.



Q. 여행을 다녀와서 삶에 변화된 부분이 있으신가요? 어떤 것을 느끼게 된 여행이었나요?


(신범) 여행하는 동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우리의 삶을 어떻게 구상해야 할지' 이런저런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한국에 다시 돌아와서는 그때의 고민을 하나씩 실행으로 옮기고 있고요. 여행 중에 꿈꾸게 된 '자급자족으로 농사짓기'를 작년부터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삶을 살아내기 위해 소소한 실패들을 겪으며 부딪혀가고 있어요. 


(정화) 시골살이를 하기 위해 경기도 양평으로 내려왔죠. 사실 제프나 힐러리를 보면서 꼭 시골에서 살지 않아도 친환경적인 삶을 지향할 수 있는 것을 깨달았지만, 서울에 집중된 삶에서 조금 더 벗어나 보고 싶었어요. 이곳으로 내려오면서도 우리가 원하는 삶과 모습을 한국 사회의 현실 속에 어떻게 잘 녹여낼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Q. 이제 본격적으로 농사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하는데요. 대략 몇 종류의 작물을 키우고 있으신가요? 자급자족 말고 판매용으로 키우는 작물도 있나요?


(신범) 대략 50종류의 작물을 키우고 있어요. 대부분은 자급자족을 위해 키우고 있는데요. 작은 텃밭이지만 잉여물이 꽤 나오더라고요. 수확량이 많은 일부 작물들은 서울에 있는 농부의 시장 '마르쉐'에 가서 판매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정화씨가 토종 씨앗 나눔 활동에 관심을 두게 되어 저희도 참여하고 있는데요. 토종 씨앗을 받아서 키운 다음에 다시 씨앗을 사람들에게 나누려고 해요. 앞으로도 가능하다면 우리가 키우는 작물은 토종 작물로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Q. 농부의 시장 마르쉐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나요?


(신범) 마르쉐는 저희도 자주 이용하는 편이었어요. 그곳에 오시는 농부들의 생산물이 가치 있다고 생각해서 소비자로서 오랫동안 이용했거든요. 농사를 지을 때 발생하는 잉여물을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즈음에 마르쉐 운영팀에 농부로서 참여하고 싶다고 신청 메일을 보냈어요. 세 번의 연습개점 끝에 저희도 생산자로서 참여를 하게 되었죠. 처음 개점하게 된 작물은 가지랑 오이였어요. 작년에는 고구마, 콩 종류를 판매했고요. 마르쉐에 오시는 소비자들은 대부분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에요. 그곳에서 농부들의 주요 업무는 소비자분과 대화하며 작물을 어떻게 기르고 수확했는지에 대해 알려드리는 거예요. 



 


Q. 농사를 지으신 지 얼마나 되셨나요? 작물을 심고 키우는 건 어떻게 공부하고 있으신가요?


(신범) 종합재미농장을 시작한 지 이제 2년 차가 되었어요. 기본적인 농사 방법은 기존에 보던 서적들이 있어서 참고하고 있어요. 최근 토종 씨앗나눔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서 알게 된 모임이 있는데요. 토종 농사를 오래 지어오셨던 선배님들로부터 기존에 몰랐던 농사의 전반적인 부분들을 배우고 있어요. 또 그분들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종종 재배기록을 올려 주시는데 그것 또한 좋은 참고 자료가 되고 있어요.





Q. 농사를 짓는 것에 대한 두려움 혹은 불안감은 없으신가요?


(신범) 작년에는 이곳으로 이사를 와서 새로운 공간에 농사를 시작한다는 설렘으로 가득했어요. 작물을 키우는 것이 마냥 신기하고 즐거웠죠. 올해 두 번째로 농사를 지으면서는 작은 근심거리가 한두 개씩 생기더라고요. 작년에는 잘 자랐던 작물이 올해 잘 크지 않는 때도 있었고, 토종 씨앗을 심으면서는 씨앗이 나지 않으면 어떡하나 불안감이 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농사를 지으면서 꼭 걱정만 있었던 건 아니에요. 비록 적은 양이지만 수확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고, 많은 분이 방문해주셔서 함께 농사일을 하는 것이 무척 즐거웠거든요.



Q. 기존에는 게스트로서 우프에 참여를 하셨는데, 이제 호스트로서 우프에 참여해보시니 기분이 어떠신가요?


(신범) 저희가 겪었던 경험을 한국에서도 나누고 싶어서 호스트로서 우프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막상 역할이 달라지니깐 엄청나게 긴장이 되더라고요.(웃음) 아직은 저희도 농촌 경험이 적은 초보자이잖아요. 그런데도 많은 분이 와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부딪혀가고 있어요. 게스트 분들이 오시면 물론 일손을 덜어주셔서 도움이 되지만, 무엇보다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나누는 것이 저희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정화) 올해 5월에 첫 게스트들이 오면서 우프를 시작하게 되었고요. 아직까지는 조금 얼떨떨한 것 같아요. (웃음) 젊은 사람들이 많이 없는 시골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는 게 정말 큰 힘이 되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방문해주시는 분들이 친환경 혹은 농업에 관심이 있으시다 보니 서로의 생각을 즐겁게 나눌 수 있는 것 같아요.





Q. 끝으로 두분이 가지고 있는 목표가 있으시다면?


(신범) 먹거리를 얻는 과정 중에도 환경문제가 많이 일어나잖아요. 이를테면 비닐을 사용한다든지 혹은 농사에 필요한 여러 가지 기계를 사용함으로써 석유에너지를 쓸 수도 있고요. 환경을 덜 헤치면서 먹거리를 얻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를 고민하다 보니 저희는 '자연 농법'을 선택하게 됐어요. 이 농법으로 작물을 키워 자급자족하는 것이 기본적인 목표예요. 


(정화) 시골에서 살아보니 힘들지만 재밌기도 한 것 같아요. (웃음) 직장을 구하고 사람을 만나는 건 조금 힘들지만 바로 옆에 밭이 있고 필요한 먹거리를 언제든지 자급할 수 있잖아요. 그로 인해 요즘 저희의 삶이 풍요롭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그것에 참 감사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살고 있죠. 앞으로 살면서 현실적인 부분들과 저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을 조화롭게 살아내는 것. 그것이 또 하나의 목표가 아니겠냐는 생각이 들어요.




종합재미농장 인뷰를 마치며


본격적인 여름을 알리듯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연일 찜통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금도 뙤약볕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농사를 짓고 있을 농부들을 생각하면 부디 이 무더위가 하루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범, 정화 부부를 만나고 서울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만약 내가 농사를 짓는다면 어떨까? 주변의 친구들과 함께 텃밭농사를 짓는다면 재밌지 않을까? 신범 씨의 말처럼 직업으로서의 농사가 아니라 삶으로써 농사를 짓고 싶다. 종합재미농장만큼은 아닐지라도 텃밭에 다양한 작물을 기르고 땀 흘려 수확하는 기쁨을 맛보고 싶다. 직접 키운 작물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기도 하고, 요리해서 대접하는 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하는 건 참 쉽지만, 생각한 것을 실천해내고 그것을 넘어서 삶으로 살아내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두 분의 삶을 계속해서 응원하고 싶다. 앞으로도 자연 친화적인 삶을 살아내며 또 다른 종합재미 시리즈를 만들어 갈 두 분의 모습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월간농터뷰 [7월호]로 곧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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