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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페 Mar 01. 2022

장담컨데, 첫 소절에 빠질 음악

4. John Splithoff - Raye

오늘은 이 음악 어때요?

브런치 글을 쓰며 몇 번 언급했던 적이 있는 것 같지만, 음악 듣는 것을 워낙 좋아하던 저는 광고 음악을 셀렉하는 뮤직 디렉터가 되고 싶었어요. 한국의 광고업계에서 그런 직무가 실제로 존재했는지 조차 모르겠지만, 학부에서 수업을 들으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카피라이터, AE, 뮤직 디렉터 등 다양한 직군으로 이루어진 광고 업계에 동경을 가지게 되었더라지요.

그러나, 어쩌다 보니 디렉터는 무슨! '아.. 이것도 제가? 에.. 이것도 제가?' 의 AE를 맡고 있지요.


군대를 다녀오고, 중국 하얼빈으로 교환학생까지 다녀온 20대 중반 무렵, 뮤직 디렉터가 되고 말겠어! 라는 원대한 꿈과 함께 '15SECONDS MUSIC' 이라는 개인 프로젝트를 시작한 적이 있어요.


첫 만남에 호감을 느끼는데 걸리는 시간 0.1초


프린스턴 대학 연구진의 연구 발표에 따르면, 낯선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호감을 느끼는 시간은 0.1초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해요. 도나 도슨의 연구 발표에 따르면 12분이 걸린다는 다소 상이한 연구 결과도 있긴 하나, 0.1초와 12분 모두 그리 긴 시간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죠.


음악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세상엔 참 많은 음악이 있지요. 흔히 말하는 서구권의 팝송, 샹송, 재즈, 이제는 너무나도 유명해지고 있는 자랑스러운 케이팝과 동양권의 제이팝, 씨팝(..?) 등 셀 수도 없습니다. 중국에서 공부할때는 의도치 않게 평소에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카자흐스탄, 러시아, 중국 음악 등을 듣게 되면서 생각보다 좋네? 아니 너무 좋네? 라고 느꼈던 적도 많았던 것 같아요.


아무튼, 첫 만남에 호감을 느끼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은 것과 마찬가지로,

'이 음악은 내 스타일이다' 라고 느끼는데 걸리는 시간은 15초면 충분한 것 같아요.

반주가 나오는 순간 느껴지는 곡의 분위기, 한 소절 보컬 사운드만 들어도 완곡이 가능한 음악인지를 판단하게 되더라구요. 보기 싫어도 보고, 듣기 싫어도 듣고, 공부하기 싫어도 공부해야 식견이 넓어질텐데, 이상하게도 전 참, 음악 감상에 있어서는 끌리지 않는 음악을 가만히 듣고 있는게 너무 괴로워요. 음악 감상을 좋아하는 만큼 저만의 확고한 취향이 생겨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John Splithoff - Raye, Make It Happen (Deluxe Edition)


John Splithoff의 Make It happen 앨범 타이틀 곡 중 하나인 Raye는, 저의 드라이브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곡이에요. 15초는 무슨, 5초만에 완전히 흠뻑 빠진 곡이죠. 음악 시작과 동시에 꽤나 세련되고 허스키한 보이스가 치고 들어오면서 올드스쿨 느낌이 나는 멜로디가 얹히는데, 정말 말 그대로 아묻따 플레이리스트 등록을 해버리게 되었죠. 혼네의 Warm On A Cold Nights를 들었을 때도 이렇게 한번에 빠지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은데, 자주 느낄 수 있는 느낌은 아닌지라 혼자 호들갑을 떨었던 것 같아요.


John Splithoff는 시카고에서 자라 뉴욕에서 가수 데뷔를 한 싱어송라이터에요.

fahrenheit, Show me 등의 노래들로 한국에서도 꽤나 인지도가 있는 가수인데, 목소리가 워낙 좋아서 그런지 대부분의 노래가 제 스타일이더라구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최고는 역시 오늘 제가 가져와본 Raye 라는 곡이에요. 분위기 좋은 바에서나 나올 것 같은 이 Raye라는 음악, 어딘가 쓸쓸함이 느껴지지만 음색 탓인지, 가사 탓인지 사랑 노래같은 이 음악은 사실 하늘나라로 떠난 John Splithoff의 친구인 'Raye' 에게 바치는 헌정곡이라고 하네요.


이런 스토리를 알게 된 후로 듣는 첫 구절,

"I know this seems overdue, There's so much left I have to say to you"

이 구절이 참 구슬프고 호소력 있게 들리고, 그렇기에 더 좋아할 수 밖에 없게 되더라구요.


리듬감이 느껴지는 원곡과 다르게, 어쿠스틱 라이브는 원곡보다 멜로디를 줄여서 그런 지 헌정곡 특유의 그리움의 감정이 더욱 느껴져요. 라이브는 또 새로운 느낌을 주기에, 원곡과 함께 비교해서 감상해보는 것도 좋더라구요.

John Splithoff Performs "Raye" by Articulate with Jim Cotter


항상 저녁에만 글을 쓰다가, 삼일절 대낮부터 글을 써보는게 날씨가 참 우중충하네요.

사연이 있는 날이라 그런걸까요? 작년 삼일절에는 날씨가 어땠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데, 어쨌든 우중충하니 감성적인 음악을 듣기에 나쁘지 않네요.


오늘은 뭘 들어볼까 고민하고 있으시다면, 또 아직 John Splithoff를 모르신다면 Raye 강력히 추천드려요 :)


아 그래서 15초만에 빠질 음악을 추천하는 15SECONDS MUSIC 프로젝트는 어떻게 되었냐구요?

페이스북 페이지와 블로그로 원대하게 시작했지만 저작권 문제로 인한 페이지 폭파와 함께 사라져버렸답니다. 하지만 제가 추천드리는 음악들, 모두 15초 안에 제가 빠진 음악들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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