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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카 Jun 25. 2022

런닝맨에 내 작품이 출연한 이유

런닝몬 디자이너 로카

요즘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유는 나의 디자이너 인생에서 황금기를 맞이한 느낌이기 때문이다.

불과 몇 달 만에 몇 천만 원의 돈이 내게 쥐어졌다.


너무 꿈만 같은 일이다.


어렸을 때부터 고등학교 입시, 대학교에 가서도 그림은 손에 떼 본 적 없는 내가 

'그림으로는 정말 먹고살기 힘들구나'라는 현실을 깨달은 건 사업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꿈만으로 살기에 현실의 벽은 너무 많은 공포감을 내게 주었다.


하지만, 

역시 어머니는 위대했던가.


나의 아기가 태어나고 이런저런 핑계 댈 거 없이 

현실감각으로 중무장한 강한 어머니만이 남아있었다.


그때부터 그 전의 나의 그림, 나의 디자인 사업에 대해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복기하기 시작했다.


사실 단 한 번에 떠오르지 않았다.


디자인을 하거나 예술하는 사람은 알 거다.


자기가 만든 작품이 최고다. 말 그대로 내 배로 낳은 내 새끼인 것이다.

그러니 어디 못나게 보려고 해도 못나 보일 턱이 있나.


어차피 태생부터 아티스트 감성인 나는 이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긴 힘들다.

그러므로 패스.


그럼 출발점은 내 작품은 최고, 내 상품도 최고라는 가정으로 출발.

그럼 어디가 문제일까.


그래. 

맞다. 마케팅.


마케팅이 문제다.

마치 나는 문제가 하나도 없고 너만 문제 있다는 식으로 나름 합리화(?)하며 생각을 이어나갔다.


그 생각의 끝에서 발견한 문제점은 나의 태도였다.


나는 좋은 자리에서 출발하지도 않았을뿐더러

작은 골방에서 작품을 만들어 놓고,

"왜 너네는 내 죽이는 작품을 보러 오지 않는 게야!!!"

하고 혼자서 씩씩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좋아, 맞아!"(작품 빼고는 나름 객관화가 잘 되는 편이다.)


그래서 결국 마케팅 공부를 뒤늦게(?) 시작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진 모르겠지만 그냥 가기로 했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가 나의 신조다.



책을 산더미같이 사서 쌓아놓고, 하나씩 하나씩 정독해 나갔다.

(평상시에도 책은 좋아한다. 거짓말 아니다. 진짜다.)


암튼 하나씩 하나씩 쉬운 것부터 읽어 나가는데


'맞아... 맞아... 이러니 안 됐지...'라며 한탄과 한숨을 30~40번은 족히 한 것 같다.


그래 좋아. 이제는 실전이다.

인스타그램이 대세라고 들었다.


바로 시작했다.

'아... 아이디가 중요해.'


뭔가 직관적이고, 한 번에 후킹(?)이 되는(후킹도 책에서 배움.)

그런 아이디, 

그러면서 나는 아티스트니까 뭔가 달라야 돼.


그렇게 고민이 시작됐다.


우선 내가 정한 사업 아이템은 포켓몬 스타일로 사람들에게 초상화를 그려주는 서비스다.

요즘 핫하다 못해 아주 뜨거운 트렌드를 반영해서 사업 아이템을 선정했다.

(오늘의 글은 이게 주인공이 아니니, 빠르게 넘어가겠다. deep한 사업 내용은 나중에 글로 남기겠다.)


다시 중요한 아이디. 뭐가 있을까. 모든 걸 충족하는. 하나씩 읊조리기 시작했다. 

포...켓몬???포트레이트...포트레이트...와! 몬...그래!

그래서 나온 게 포트레이트몬!!! 

@po_rtrait_mon으로 정했다


Instagram, 포트레이트몬@po_rtrait_mon(팔로우 항시 환영!)

이상하다고 해도 상관없다.


난 내가 이미 천재가 아닌가 하고 감탄했기 때문에.

"안 들린다. 안 들려~~~"


이 계정에는 '포트레이트몬' 작업물을 올리고,,,

나의 스튜디오 이름, 나의 일상을 멋들어지게 담을

스튜디오의 인스타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싶었다.

나는 '포트레이트몬'만 하는 작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loka studio..

아, 또 아티스틱한 감성이 나를 찾아왔다...


심플해... 그나마 덜 흔한 아틀리에, 아뜰리에

lokaatelier를 검색해봤다.


젠장,

이럴 때가 제일 난감하다.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정주영 회장님처럼 1% 가능성만 있어도 가는 무소의 뿔 스타일의 예술가다.


그래! loka + atelier? 합쳐 그냥?

=lokatelier 캬

또 한 번 감탄과 함께 박수를 쳤다.

(@lokatelier도 상시 팔로우 환영이다.)

난 천재인가

(위에도 말했지만, 안 들린다~~~)

그러고 나서 업로드를 시작했다.


초반엔 열심히 올렸다. 작심삼일의 표본, 그게 나다.


흥분한 상태에서 하루에 여러 작업물을 올렸다.

짜잔.




그런데 그러고 나서 며칠 뒤 연락이 왔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SBS 런닝맨이라고 하는데요~"

"네?(이미 안 믿음. 심히 보이스피싱이라고 의심을 하고 있음)"


런닝맨 작가의 멤버별 런닝몬 특징 요청 문자

하지만 나의 의심을 눈치채셨는지 이제

문자로 대화하기 시작했다.


난 이제 확신을 갖기 시작했다.

"캬, 이거 '찐'이다."


나도 '찐'이라 '찐'을 알아보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우와... 나이스... 이게 되는구나."

몇 권의 책, 몇 편의 유튜브

벌써 나는 마케팅의 신이 된 것인가!


"아부지!!!"


결국 나는 런닝맨 멤버와 게스트들의 얼굴을 포트레이트몬화 시켰다.

'런닝몬'의 어머니가 된 것이다.


물론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우리 아가들이 백 프로 내 배로 낳은 것 같진 않지만 급하게 낳은 것 치고는 만족했다.

촉박한 시간 속에서 탄생한 런닝몬


그리고 낳자마자 방송 출연이라니,

포탈 메인에 내 포스팅 글이 걸린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전 국민을 상대로 하는 전파에 내 새끼들이 출연하는 것은 처음이다.

정말 로카 가문의 영광이 아닌가 싶다.


결국 나는 뿌듯하게

2022년 5월 1일 런닝맨 601회 방송 날만을 기다렸다.


온 가족이 모여 마치 좋아하는 해축팀을 응원하 듯

TV 앞에 모여 런닝맨 시청을 시작했다.


결과는 대만족


잠깐 나오겠거니 했는데,

그날의 주인공은 내 새끼 런닝몬들이었다


계속 TV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데, 나는 나오지 않는 눈물을 쥐어짜고 싶을 정도로 감격했다.


2022년 5월 1일 런닝맨 '런닝몬 특집' 방송 화면


나의 새끼들이 런닝맨에서 활약하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다.

감동에 허우적대고 있는 그 순간,


잊고 있었다. 
아! 나의 마케팅!

빨리 나의 존재를 포털에 알려야 한다.

"내가 어머니라고 왜 말을 못 해!"라는 상황은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된다.


알려야 한다. 알려야 한다. 내가 너희의 엄마라는 것을!

그래야 우리 진짜 아기맛있는 까까를 먹는다.


가자! 하면서 나의 초록창 블로그에 글을 남겼다.

제목은 배운 대로 키워드와 어그로성을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는


런닝맨 런닝몬 제작지가 본 후기

로 선정했다. 물론 이게 먹힌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한다. 거기까진 공부 못 했다.


그래도 정주영 회장님처럼 1%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걸어본다.


방송 전에는 모자이크 처리된 아가들을 올려 신비감을 조성했다.

방송이 끝나고 난 뒤 후기에는

우리 런닝몬 아가들의 얼굴을 당당히 공개했다.


결과는 대성공.


와우. 난 이제 마케팅의 신이 된 건가.


그로부터 한 달

나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아 너무 행복하다.


우리 런닝몬 새끼(?)들로 인해

다른 많은 새끼(?)들이 탄생 중이고,

진짜 내 새끼는 까까를 연신 부르며

밥보다 간식을 더 먹고 있다.


돈은 좋다. 행복하다.

내 주변 사람들의 문제를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줄 수 있다.


쌓여있는 카드 값. 사야 하지만 미뤄야 했던 아이템 등.

다행히 문제가 작았기에 지금 이 정도의 소득으로 해결이 가능했다.


하지만 난 아직 

"I'm Still Hungry!"

2002년 히딩크 감독과 같은 상태다.


이제 물 들어왔다.

그래서 힘껏 저어보려고 한다.


쇠뿔도 단 김에 빼 보려고 한다.


인생에서 생길 수 있는 혹시 모를 큰 문제도

이 엄마가 다 해결하는 멋진 엄마가 되고 싶다.


아티스트들이여. 디자이너들이여. 프리랜서들이여.


마케팅을 공부하라. 

아무도 보지 않은 것처럼 춤추라는 시구절도 있지 않은가.

(진짜 아무도 안 볼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래도 어떠랴.

내가 지금 그림을 그리듯,


마케팅도 한번 취해보자.

내 새끼라 생각해보자.


그래서 난 혹시 몰라 오랜만에 브런치도 찾았다.

이제 다 여기저기 두들겨보며

마케팅의 신, 사업의 신, 육아의 신이 되어볼까 한다.


그럼 오늘은 이만. 근데 쓰다 보니 나도 재밌다. 또 오겠다. 아디오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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