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면서 자리에 선다
저 눈들은 재밌다는 듯
우리를 이 안에 하나씩 풀어놓는다
타자라는 속박으로 난
이 무거운 배트를 들고도
그저 던지는 공을 받아치는 것만이
허락된다
여기에 나를 돕는 사람은 없다
투수의 눈이 매섭다
두렵다
떨린다
벗어나려고 눈을 뜨고
벗어나려고 받아쳤다
좋아 달린다
아
내가 쳐낸 공이 언제 돌아왔지
왜 여기에 있지
고작 한 번을 실패한 나는
고작 한 걸음을 앞에 두고
다시 안으로 안으로 끌려간다
실은
그렇게 애써 1루에 닿아봤자
더 이상 혼자선 움직일 수조차 없다
내게 허락된 것은
나를 희롱하는 저들의 웃음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