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아주 조금 빌렸을 뿐인데
이걸 못 갚을 줄이야
기대란 행복을 빌려 쓰는 것
우린 기대하며 웃고 행복해서 또 웃고
가끔 갚지 못해 실망하며 울기도 한다
그런데
한 번
두 번
계속되는
연체와 낙망에 신용이 바닥나버리면
이젠 조금만 빌리고 싶어도 빌려주질 않아
예기치 못한 행복은
그럴 리 없다는 의심에
밀린 이자처럼 빼앗기고
예견된 일상이 되어버린 슬픔은
더 이상 슬픔의 구실을 못하네
마음은 닳고 닳아 무뎌지고
행복도 슬픔도 잃어버린 채
나는 무엇이 되어가나
그저 두려워할 뿐